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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 사과꽃 피는 마을에서 생존을 생각하다.

by 이재영

어버이 날을 맞아 문경 누이집에 왔습니다.


이른 아침 동네를 감싸 안은 사과밭을 둘러보면서

자연의 치열한 생존력과

크고 맛있는 사과 몇 알을 얻기 위한

수많은 농부의 손길을 확인했습니다.

우박 등 자연재해로 사과 몇 알이 피해 입을 것을 대비해,

새나 고라니 등 동물들에 의해 사과 몇 알이 따 먹히는 것을 대비해

자연은 중심과를 가운데 두고 예비과 다섯을 추가해 달리게 했다.

여러 개를 두어 성공률을 높이는 전략을 자연은 선택했다.


농부들은 크고 맛있는 사과 한 알을 얻기 위해

중심과만 남겨놓고 예비과는 모두 따낸다.


남겨진 중심과가 자라는 과정에서

미처 따내지 않은 예비과가 없는지 농부는 수시로 과수밭을 둘러본다.

가을철 사과가 붉어지고 달콤하게 맛이 들 때까지

농부는 살피고 또 살펴 예비과를 따낸다.

자연은 인간들 손에 의해 따내어진 예비과 대신에

또 다른 열매를 맺도록 끊임없이 꽃을 피우게 한다.

이것이 늦가을에도 크고 탐스러운 붉은 사과 옆에서

사과꽃을 보게 되는 이유이다.


자연과 인간의 상반적인 노력이 가상하고

땀 흘린 자만이 맛있는 과일을 얻을 수 있음을

새삼 확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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