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재영 Jan 17. 2022

거제도 겨울 여행 - 외도, 해금강

예전 아이들이 어렸을 때 여러 번 거제도의 곳곳을 찾아다닌지라

거제 해저터널 건설로 이동시간이 2시간 반에서 1시간 내외로 단축되어

부산에서 거제도로 나들이가 수월해졌지만

거제도 여행이 잦아지지는 않았다.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만 가지고 있을 뿐

업무차 외에는 직접 차를 몰고 간 적이 없었지만

이번엔 코로나로 닫혀 있는 세상에서 벗어나 보고자 거제도로 향했다.


외도 유람선을 탈 수 있는 여객터미널이 내다보이는 포레스트(4 Rest)를 숙소로 정하고

지세포를 찾아가서 겨울 바다 바람을 맞으며 낚시 공원과 긴 방파제를  걷다가

낚시꾼들이 낚아 올린 고등어와 매가리가 담긴 물통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입질조차 드문 겨울 추운 날씨 속에서 장시간 낚싯대를 드리우는 이유는

2년 가까이 코로나로 입과 코를 막고 외출을 삼가했던 차단된 생활에서 풀려나

오랜만에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자유로운 활동을 만끽하고 싶기 때문이리라.      

장승포 앞바다에서 건져 올린 싱싱한 해산물 정식으로 저녁을 먹고

바닷가에 줄 서 있는 포차 중 한 곳에 들러 곰장어를 한 접시 먹고

호텔로 돌아와 여행 첫날을 마무리했다.

     



다음날 장승포 여객터미널에서 외도 유람선을 탔다.

배는 바다를 헤치고 해금강을 향했다.

하늘은 푸르고 장판같이 잔잔한 바다가 눈앞에 펼쳐졌다.

바다 끝에는 대마도가 아련히 피어올랐다.

승객들이 던져주는 새우깡을 낚아채는 갈매기들이 배를 호위하며 날고 있었다.

배는 지심도를 지나 해금강에 다 달았다.

거제 해금강은 거제도 남동쪽 갈곶리의 칡 섬이라고도 불리는 갈도 부근의 바다로

금강산의 해금강과 구분하기 위해 붙여진 이름이다.

옛날 진시황의 신하 서복이 불로초를 찾기 위해 이곳을 들러 절벽에 새겼다는

서불과차라는 글씨의 흔적이 남아있는 곳이기도 하다.  

사자바위, 촛대바위, 석문, 십자동굴, 신랑바위...

수많은 세월 동안 파도에 깎여 생긴 기암괴석과 가파른 절벽이 볼 만했다.    


거제도 외도는 태국 농눅빌리지의 열대 식물원에 버금갈 정도로

섬 전체를 아름다운 인공 정원으로 가꾼 곳이다.  

겨울에 찾아가는 외도는 앙상한 가지만 남아있는 쓸쓸한 곳일 것이라는 염려를 깨고

하늘을 향해 꼬리 치는 푸르고 푸른 조경수가 병풍같이 넓게 펼쳐져 있었다.

겨울이 막 깊어지기 시작하는 시기에 외도는 벌써 이른 봄을 재촉하는 듯했다.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바다가 도시에 찌든 우리들 마음을 환하게 비추고

유럽풍의 조각들과 잘 다듬어진 정원수들이 사람들의 발걸음을 경쾌하기 만들었다.

특히 코로나를 피해 겨울 외도를 찾은 소수의 사람들이

자신의 발걸음 폭에 맞추어 걸음걸이를 내딛을 수 있는 여유가 있어 좋았다.


장승포항으로 돌아와서

미리 예약해 놓은 거제도 맛집 항만식당에 들러

문어, 전복, 꽃게, 소라가 푸짐한 해물뚝배기를 점심으로 먹었다.


그리고

차를 몰아 부산으로 행했다.


또 얼마간 맑은 정신으로 세상을 살아갈 수 있겠지.


     


        

 



  

      

매거진의 이전글 한라산 겨울 등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