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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영 Sep 11. 2022

코로나, 골프  그리고 한인이 사는 대저택

마이애미 4일 차

[에피소드 1]

크루즈 여행을 위해서는 코로나 검진 결과가 필수이다. 배에 타기 전 3일 이내에 확인한 진단 결과가 필요해서 CVS 약국에 갔더니 검진예약을 하고 오라고 했다. 검진예약을 하고 다음 날 다시 찾아갔다.  KIOS로 개인정보와 예약 코드를 입력했더니 여의사가 불러  검진실로 들어갔다. 예약자를  확인하기 위해 생년월일을 고 난 후 면봉  하나를 꺼내  주었다. 콧구멍 속을 다섯 번 저어서 되돌려 달라고 했다. 우리나라처럼 간호사가 콧속 깊숙이 면봉을 밀어 넣어 눈물이 맺게 하지 않아 좋았다. 한 20분 기다렸다가 출력한  다섯 장의 진단 결과서를 받았다. NEGATIVE라고 선명히 찍혀 있었다. OK! 크루즈 일정은 변화 없이 즐길  수 있겠군. 더 좋은 것은 진단서 표지면에 진단비용이 67불이라고 명시되어 있는데, 다 계산되었으니 가란다. 공짜라고? 좀 비싸다고 생각했는데 그냥 가라니 홍재한 기분이었다. 야! 미국 좋은 나라이구나.


백신을 거부하는 미국인들

미국의 코로나 환자수는 전체 1억 명에 가깝고, 사망자 수는 백만 명이 넘는다. 가장 과학화 현대화된 나라에서 엄청난 환자가 발생한다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으로 받아들였다. 그래서 이번 여행이 더 조심스럽다. 이곳에서 커피 샆과 위스키 바를 운영하는 친구 동생에게 물었더니 마이애미에서는 초기 3개월 코로나 팬데믹으로 경기가 어려워졌고, 1년 후에는 거의 정상화되었다고 했다. 특히 마이애미에서는 마스크를 쓴 사람을 보기 힘들지 않더냐고 도리어 질문을 받았다. 트럼프를 중심으로 백신을 거부하는 공화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는 지역이라 그런 모양이다라고 답변했고, 맞다고 했다. 실제 내가 만난 여의사와 일부를 제외하고는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드물었다. 그냥 감기처럼 일상의 잔병처럼 받아들이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다 보니까 나도 마스크  착용을 잊어버리고 맨얼굴을 노출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조심해야 되는데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주변 환경을  나도 따라 하는  중이다. 이러니 주위 환경이 중요하다고 하지.


맹모삼천이라고 좋은 환경을 선택해서 사는 것이 중요하다.   


[에피소드 2]

미국에 왔으니 당연히 골프를 쳐야지. 전날 인근 퍼블릭 골프장을 찾아 30불에 예약했다. 카트를 포함한 가격이다. 당연히 캐디는 없다. 여행을 편하게 하자는 생각으로 크록스만 달랑 신고, 운동화나 골프화는 가져오지 않았다. 결국 크록스 신발 안에 양말을 신고 골프를 즐겼다.


골프장 관리 상태는 훌륭했다. 나무와 호수가 적절히 배치되어 있고, 코스마다 잔디가 최상이었다. 특히 그린 상태는 내가 본 것들  최고였다. 양탄자보다 훌륭했다. 스코어 카드에는 미국 내 퍼블릭 골프장 중 50위권 안에 든다고 자랑하듯 써져 있었다. 앞에서 3명이 공을 치고, 뒤에는 1명이 따라왔다. 드라이브를 잘못 치면 멀리건을 쳐도 무어라 할 사람이 없다. 자율적으로 나름의 룰(?)을 지키며 게임을 즐겼다.


미국의 골프장은 친환경적이다. 호숫가에서 목이 긴 흑두루미 한쌍이 머리를 들어 막대를 휘두르는 인간을 본다. 가까이 가도 무심한 듯 바라다보기만 했다. 이구아나가 자주 보였고, 가까이 다가가니 목도리 도마뱀처럼 네발을 바쁘게 번갈아 가며  달려서 풀 속으로 숨었다. 동남아 어느 원시 부락에서는 이구아나를 잡아 구워 먹던데...  중간 홀에서는 덩치 큰 캐나다 구스 한쌍이 병아리 열댓 마리를 보살피고 있었다. 병아리들이 제 어미를 따라가고, 아비 구스는 고개를 들어 경계의 눈빛으로 눈을 부라렸다.


마이애미의 뜨거운 햇살 아래 땀을 흘리며 공을 쳤다. 생각보다는 덥지 않고, 한 차례 비가 올 듯 하늘이 시커멓게 짙어지더니 아주 살짝 빗물 몇 방울 떨어뜨리고 다시 하늘이 맗게 개였다. 시원한 바람이 불었다. 시커먼 구름으로 변하자 9홀만 치고 포기하는 팀이 늘어나서 골프장은 더욱 한산해지고 여유가 생겼다. 앞에서는 나이가 든 백발의 초로  한분이 백티에서 공을 쳤다. 저 나이에 혼자 나와서 공을 치면 얼마나 건강해질까? 부럽기도 했다. 하지만 한 가지가 부족해 보였다. 나이가 들어서는 돈, 골프, 친구가 필요하다고 했는데, 함께 골프를 즐길 친구는 없는 모양이라고 내가 단정해 버렸다.


오랜만에 치는 공이라 잘 맞지 않고, 에이밍이 제대로 되지 않아 공이 숲으로 날아가 버리곤 했다. 카트를 타고 잔디밭 위를 이리저리 달리면서 찾아다녔지만 공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준비해 간 공이 바닥날 위기에 처했지만, 충분히 자급자족할 수 있었다. 풀 속이나 호수 옆에  로스트  볼이 많아서 어서 해결했다.  



마이애미에서의 골프는 대단히 만족스러웠다. 우선 카트 포함해서 라운딩 비용이 고작 30불. 우리나라에서는 퍼블릭이라고 하더라도 라운딩 피 14만 원, 카트 8만 원, 캐디피 13만 원, 그늘집 합치면 모두 얼마야? 카트는 정해진 길로만 다녀야 하고 잔디밭으로는 들어갈 수가 없어 여전히 걷거나 달려야 한다. 캐디는 티업 시간에 맞추어 공치는 속도를 조정하는 역할을 수행하면서 비용을 고객에게 청구한다. 사장님! 나이스! 한 마디 들으려고 비싼 캐디피를 내고 있다. 좀 억울하지만 룰이니 따를 수밖에. 캐디비 청구가 옳으냐? 오랜만에 비싼 값을 치르고 골프장에 왔는데 공은 잘 안 맞고, 도리어 스트레스가 쌓이는 경우가 많은 한국에서의 골프를 과연 즐길  필요가 있는가? 미국에서는 내  발로 걷고, 게임 속도를 내가 조절하고, 더우면 중간중간에 설치된 기계에서 얼음을 내려받아 먹으면 되고, 공이 잘 못 받았으면 아니 내가 공을 잘 못 쳤으면 다시 하나 더 치면 되고...


정말 운동을 한 것 같다. 마이애미가 아열대 기후라 땀이 흘러내리지만, 그리고 이마까지 바른 선크림이 땀과 함께 흘러내려 눈을 따갑게 하지만 참으로 즐거운 놀이였다. 만족스럽다.


싼값으로 참 잘 놀았다.


[에피소드 3]

미국 사람들이 사는 집은 어떨까? 친구 어머니가 사시는 집은 주택가 내 보통 미국인들이 사는 집이다. 집 앞 뜰에 잔디가 자라고, 야자수와 이름 모를 키 큰 나무들이 자라며 그늘을 제공해 다. 한국인답게 아보카도 나무를 심어 열매를 따먹고, 고추와 들깨를 심어 고추를 따고 깻잎을 따먹는다. 뒤뜰에 망고나무를 7백 불 주고 심어서 맛있는 애플망고를 따먹는다. 고충 중 하나는 잔디를 2주에 한 번씩 깎아야 되는데, 그 비용이 5백 불씩이나 한다니 부담이 만만치 않겠다. 잔디를  깍지 않으면  더 높은 벌금을 내야 하니 주기적으로 잔디를 깎을 수밖에 없다. 집안은 방 3개와 화장실 2개가 있고, 거실 천장에는 선풍기가 달렸다. 마이애미는 기후가 좋아 특히 겨울에 따뜻한 곳을 찾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미국인들이 선호하는 지역이라 집값이 비싸고 물가가 높은 편이다. 친구 어머니는 혼자 살고 계셔서 하루 방 한 칸을 170불에 빌려  주신다고  하셨다. 많이 비싸다. 3년 전 물가가 비싸다는 올랜도에서 에어비앤비를 통해 아파트 방 하나에 50불에 빌린 것에 비하면 많이 비싼 편이다. 매년 프랑스 부부가 단골로 이 집을 몇 달간 씩 임대한다고 한다. 최근 이웃집이 백만 불에 매매되었단다. 20년 전 구입할 때에 비하면 3배 이상 올랐다. 미국도 부동산 투자가 옳은 모양이다.


친구 동생은 어머니 소유 건물 이층에 사는데, 방 3칸에 화장실 2개, 넓은 거실과 주방이 있다. 집안에는 늘 에어컨이 돌고 있고, 외출을 해도 에어컨을 끄지 않는다. 실내조명은  어두운 편이다. 실내에 있으면 쾌적해서 전혀 더위를 느낄 수 없다. 문밖을 나서면 작열하는 햇볕에 마주 서게 된다


첫날 저녁, 친구가 아는 누이집을 방문했다. 필리핀에서 8년간 살다가 친구의 추천으로 마이애미로 이사 왔다. 누이는 아일리쉬를 만나 결혼한  후 한국에 있는  두 딸을 불러 잘 살고 있었다. 한국인답게 1년을 억척스럽게 일하고 돈을 모아 3만 5천 불을 저축해서 시부모가 준 5천 불을 보태서 현재 살고 있는 집을 구입했단다. 물론 은행 대출을 받았다. 집 구조는 1층 큰 건물 한 채를 4 등분해서 그중 하나를 매입했다. 방 2 칸에 화장실 2개를 가진 구조이다. 앞뒤 정원은 없지만 거실이 여유가 있어 식구가 사는 데는 충분해 보였다. 직장을 마치고 돌아와 급하게 스파게티를 만들어 냈는데 그 맛이 훌륭했다.

 

그녀는 지금 어린이를 보살피는 일을 하고 있다. 함께 일하는 남미 출신 두 명의 교사가 어찌나 게으름을 피우는지 모든 일을 혼자 독박 차고 있다며 불평을 털어놓았다. 하지만 1년을 채우고 그 경력을 바탕으로 시험을 쳐서 자신의 전공인 한국에서의 음악교사 직을 인정받아 정식 교사로 일하는 기회를 얻을 것으로 마음이 부풀어 있다. 알뜰히 돈을 모아 새 차를 예약했는데 6개월 후에나 받게 된다고 했고, 5 천불짜리 중고 그랜드 피아노를 구입해서 피아노 레슨을 시작할 것이라는 장래 계획을 자랑스럽게 말했다. 30분에 현금 30불을 받을 수 있다니 얼마나 좋겠냐며 희망으로 부풀어 있었다. 잘 적응해 살아가는 모습이 좋았다. 집을 나설 때 그녀의 집 앞에 있는 화분에는 대파가 자라고 있었다. 역시 한국인이야.


친구 사촌이 사 두었다는 집에도 들렸다. 골프백을 빌려오기 위해서이다. 최근까지 렌트를 주었으나 현재는 비워 있는 집도 건물 한 채에 네 가구가 들어선 구조이다. 내부가 넓어 보였다. 방 2칸에 화장실 2개. 단출하게 시작해서 점차 넓혀가면 되겠구나 싶다. 빈집으로 오는 우편물을 찾아오라는 주문에 따라, 친구 어머니가 알려주신 소나무 옆 우체통 찾았다. 소나무라고 해서 나지막한 정원수이겠거니 했더니, 미국 소나무는 키가 얼마나 크던지  다른 나무보다도 더 곧고 더 크게 자라고 있었다.

 

미국은 소나무도 키가 많이 크더라.

소나무라고 부르지 말고, 같은 말이라도 파인 트리라고 불러야 구분이 될 것 같았다.


국의 저택은 어느 규모일까? 대저택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영화나 TV에서 볼 수 있을 법한 집에 사는 한인 변호사 집을 방문하는 기회를 가졌다. 지난번에는 그의 법률 사무소에서 만났고, 두 번째 만남은 그의  집에서 만났다. 과거 남미에서 몰려오는 히스패닉을 대상으로 보석 거래를 하여 큰돈을 번 부모를 둔 한인 2세는 이민과 부동산 전문으로 미국 사회에서 주류에 속하는 삶을 살고 있다.

미국 상류층이 사는 빌리지의 주변 환경. 많은 호수와 나무들 속에서 쾌적한 삶을 살고 있다.

네이게이션상으로는 한참을 더 들어가야 하는 길목에 세워진 경비실에서 방문 목적과 신분을 밝히고 빌리지 안으로 차를 몰았다. 아름드리 높은 나무들이 진입로를 따라 도열되어 있고, 여러 개의 호수를 지났다. 호수가 옆에 그림 같은  집들이 펼쳐졌다. 나무 그늘 아래 잘 다듬어진 조경에 감탄을 하고 있을 때, 눈앞에 붉은 기와를 이고 있는 연두색  건물이 나타났다. 골프장의 클럽 하우스처럼 크고 당당해 보였다. 차를 멈추고 큰 문을 밀고 들어가자, 가벼운 T 셔츠와 바지 차림의 변호사와 그의 아들이 우리를 반겨 주었다.


성공한 한인 변호사의 집. 마치 골프장 클럽 하우스처럼 보일 정도로 크고 아름답다.

오징어 게임, 우영우, BTS 등 세계의 주역으로 등장한  K-컬처와 미국 사회에서의 한국인 위상의 변화를 얘기하고, 한국의 부동산 동향과 투자에 대한 설명 등으로 2시간 가까이 담소를 나누었다. 이야기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집 구경을 요청했고, 흔쾌히 장소를 옮겨가면서 설명을 해  주었다. 미국 도처에서 큰 레스토랑을 여러 개 운영하던 전 주인이 사업이 기울게 되어 급히 내놓은 매물을 싼값에 샀다고 다. 1층 구조의 이 집 건평만 2백 수십 평이고, 천정이 지독히도 높은 거실에는 그랜드 피아노가 놓여 있었다. 커다란 주방과 9개의 방, 건물 뒤로 수영장이 있고, 그 뒤에 지붕이 있는 야외 바베큐장, 30평 정도 아파트 한채 크기의  별도 주방, 실내 파티나 음악 콘서트를 즐길 수 있는 실내 홀이 수영장을 중심으로 둥글게  배치되어 있었다. 코로나 이전에  한국의 한 단체 100여 명을 초청해서 이곳에서 행사를 하고 파티를 즐겼다고 한다. 100여 명이나 모여도 전혀 붐비지 않는 정도의 규모와 시설을 갖춘 집에 아들과 딸 남매를 둔 한인 변호사 내외가 어머니를 모시고 살고 있다. 마지막으로 장래 하키 국가대표를 꿈꾸는 중학생 아들이 훈련하는 하키 연습장을 보여 주었다. 실내 주차장을 개조하여 미끄러운 바닥과 골대를 설치하여 아들이 하키 연습으로 땀을 흘리는 곳이라고 했다.


돈 많은 미국 상류층이 사는 집안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가격은 6백만 불에서 8백만 불 정도라 한다. 성공을 꿈꾸는 한인 교포가 미국 사회로 진출하여 목표로 삼기에 적당해 보였다. 이번 투자 설명에 동참한 인상 좋은 젊은이에게 열심히 일해서 이런 집을 사라고 얘기했고, 감사하다고 답변했다. 그는 4년 전에 도미한 대전 출신 젊은이로서  변호사의 행정업무를 지원하고 있었다.

 

점심을 먹으며 2시간 동안 얘기가 오고 갔다. 부잣집  마나님은 밥과 김치, 멸치 볶음, 숙주나물 무침, LA 갈비구이와 배춧국을 점심으로 내어 왔다. 단출한 점심이었고, 부자들의 자부심으로 보였다. 손님을 초대해서 벅적지끈 상을 차려 대접하는 것이 우리들 풍습이라고 하지만, 간단히 준비하여 가볍게 먹는 것도 좋아 보였다. 이러나저러나 한 끼인데, 뭐 대단히 차린다고 시간 쓰고 돈을 쓸 필요가 있겠는가?

그리고 부자들도 기껏해야 하루 세끼를 먹으며 살아간다. 뭐라고 아등바등 살 것인가?


여러 곳을 방문하여 한인들이 사는 집을 보았다. 사람 사는 곳이었고 조금 더 여유로워 보였다. 부지런한 한국인의 특성을 살려 열심히 일하고 알뜰히 돈을 벌어서, 미국에서 사람답게 한번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한국에서 사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무슨 이유로 미국을 찾아왔는지 모르지만, 조국에서 찾지 못했던 바램과 경제적 부를 이곳에서 찾기를 진정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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