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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영 Sep 09. 2022

대어를 낚는 미쿡에서의 낚시 실상은

마이애미 2일째

'내가 다시 마이애미를 찾는 이유는 참치를 낚시는 재미 일 것이다'라고 했다. 코로나가 발생하기 전에 방문한 마이애미 초행길에 바다낚시를 두 번  는데, 두 번 다 참치를 잡았다. 국내에서는 손바닥만 하거나 팔뚝만 한 부시리나 참돔을 잡다가, 두 팔이 벅적지끈 하고 저리도록 릴링을 한 후 뱃전으로 끌어올리는 미쿡 참치 낚시의 희열은 몇 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았다. 그러다가 코로나  상황에 익숙해지면서 하늘길이 열리고 난 후 마이애미에 가자는 친구의 제안을 덥석 받아들였다. 그때 나의 뇌는 릴링으로 팔뚝이 저렸던  기억을 되살려내고. 촛물 밥에 생참치를 얻어먹었던 고소한 맛이 입속에서 스멀스멀 침샘을 자극하고, 다시 참치를 끌어올리는 듯 근육이 파르르 떨며 긴장을 하였다.


마이애미 도착 이틀째. 시차  부적응으로 비상 사몽 몽롱한 의식으로 차를 몰고 선착장을 향했다. 몇 해전 낚시를 도왔던 그 갑판장이 햇빛에 그슬려 검붉어진 얼굴로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10여분을 기다리던 중 예약자 3명이 취소한다는 전화를 했다. 결국 최소 인원 7명을 채우지 못해 오전 8시 낚싯배는 정박한 선착장을 뜨지 못했다. 오후 1시에는 정족수를 넘기니 합류하라는 권유를 받고, 집으로 돌아와 침대에 누워 가물거리는 무거운 눈꺼풀을 내려놓았다.


미국 영주권을 가진 친구와 함께 참치를 잡을 희망으로 낚시배에 오르다.

눈을 뜨니 12시 40분. 시차  부적응으로 몽롱한 의식 속에서도 낚시를 즐기겠다는 강한 의지가 작용하여 뱃시간에 맞춰 눈을 뜨게 하였다. 서둘러 선착장으로 차를 몰았다. 대여섯 명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침 낚시가 입질이 좋다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들 세명을 동행한 아버지와 나이 든 커플, 정년퇴직을 했을 법한 중년  두  사내와 구릿빛 근육 사내 한 명이 오후 한 낮 대물을 낚기를 꿈꾸며 함께 선착장을 출발했다. 큰 변동이 없던 미국의 물가도 최근 폭등하고 있다더니, 4시간 낚시 비용도 45불에서 60불로 올랐다.

60불 짜리 4시간용 선상낚시 티켓


20 센티미터가 넘는 전어를 미끼로 끼우고 낚싯대를 드리워 낚싯줄을 풀었다. 참치가 걸려도 버틸 수 있는 튼튼한 낚싯대, 미끼 몸통과 눈을 동시에 꿰뚫는 2개가 합쳐져 하나의 세트를 이루는 낚싯바늘, 굵은 낚싯줄. 낚싯대만으로도 충분히 무거웠다. 통 미끼와 추로 인해 두꺼운 낚싯줄은 빠르게 흘러갔다. 흘림낚시 방식이다. 적절한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천천히 줄을 풀다가 멈추고 다시 풀었다. 빠른 유속 때문인지  낚싯줄이 팽팽하게 긴장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경우 미끼가 상층 부위로 뜨게 될 텐데, 어디를 타깃으로 줄을 흘려야 할지 몰랐다. 줄이 릴에서 다 풀리면 다시 감고를 여러 번 반복했다. 줄을 다 감고 미끼를 확인하면 몸통이 잘려 나갔거나 여기저기 이빨 자국이 선명했지만, 확실히 바이팅이 없었다.


옆자리에 앉아 낚시를 즐기는 생초보로 보이는 세명의 아들 중 솜털이 뽀송뽀송한 얘가 서너 번 환호성을 치는 동안에도 나는 낚싯줄을 풀고 감기만을  반복했다. 왜 안 잡힐까? 미끼를 뜯어먹은 이빨 자국만 보더라도 물고기는 있는데 확실한 한방이 없다. 미국에서는 선상 낚시를 나오면 매번 참치를 잡는 것이 아니구나 비로소 깨달았다.


어신이 없자 삐 호각소리가 들리고, 배가 물고기를 찾아 다른 곳으로 자리를 여러 차례 옮겼다. 이웃 낚시꾼이 한 두 마리 노란 그루퍼를 잡고 있노라면 어디서 득달같이 달려오는 상어들이 뱃전에서 유유히 헤엄을 치고 있었다. 상어가 나타나면 물고기들이 모두 피하는 법이라 삐 소리를 내며 배가 다른 곳으로 옮아 갔다.


새 미끼로 갈아주던 갑판장이 끽끽거리는 릴 소리를 듣더니만 속도를 조정하는 레버를 뒤로 완전히 재켜  주어 낚싯줄이 빠르게 풀려 나갔다. 이전처럼 낚싯줄이 팽팽하게 긴장하지 않았다. 그제야 미끼가 물 흐름에 자연스럽게 맞추어 흘러가야  물고기들이 경계하지 않고 미끼를 물 것이라는 자각이 있었다. 자연스럽게  풀어주는 방식으로 한두 번 더 릴링을 하는 순간 덥석 미끼를 채어가는 강한 어신이 왔다. 강하게 맞서자 릴이 끽끽거리며 강제로 풀어 나갔다. 드디어 왔구나. 긴장의 순간에 갑판장이 와서 영어로 무어라 쏼라쏼라거리며 낚싯대를 가져가서 대신 맞섰다.  잠시 후 낚싯줄의 긴장이 풀린 후 낚싯대를 건네받았았는데 손맛이 허전했다. 물고기가 떨어져 나간 것이다. 샤크?라고 물었더니 바닥이라고 대답했다. 이 놈들의 영어가 얼마나 빠른지 다 알아들을 수가 있어야지. 그럴 수가 없다. 바닥인데 어떻게 낚싯줄을 치고 나갈 수 있겠는가? 릴을 다 감았더니 그 굵은 줄이 끊어졌다. 다시 바늘을 매고 미끼를 끼워 바다로 던졌다. 다시 강한 어신이 들어오고 다시 강하게 맞섰더니 짧은 순간 후 물고기가 떨어져 나가는 느낌이 왔다. 줄을 감아보니 이번엔 매듭을 잘못 묶어 바늘만 떨어져 나간 상태였다. 낚시로 밥 먹고 사는 놈들이 낚싯바늘을 묶는 솜씨가 이렇게 서툴러서야 어떻게 하냐?


레버를 뒤로 완전히 재키고 유속에 맞추어 낚싯줄을 풀어 주었다. 낚싯줄이 빠르게 흘러 나갔다. 때로는 더 빠른 속도로 낚싯줄이 풀려 나가는 순간이 있어 줄을 멈추고, 낚싯대를 빠르게 채곤 했다. 참치가 물어 강하게 줄을  채어 나가기를 기다렸는데, 이렇게 약한 반응이 어신인가? 민감하게 대응해야겠구나 마음을 먹는 순간 한 마리가 확실히 달려 있는 느낌이 왔다. 낚싯대를 채고 나니  저 낚싯줄 끝에서 약하지만 완강하게 버티는 물고기의 저항이 있었다. 낚싯줄을 천천히 감으니 노란 그루퍼가 달려 있었다. 이제야 겨우 물고기의 반응을 깨닫고 준비해 간 아이스박스를 채울 만큼의 물고기를 잡겠다는 의지를 불태우는 순간, "Let's call it a day." 오늘은 이만하자는 영어 말이 귓속을 파고들었다. 아니 깨달아 잡을 만하니 그만하자고. 이렇게 억울할 수가......  


세상은 다 그런 거야. 할  만하면 끝이지. 이제 여유를 부리고 즐기려고 하면 마지막이지.  늦기 전에 하고 싶은 것 하며 살아야 해. 즐기고 사랑하고 나누어 주고, 더 늦기 전에.


오늘 바다낚시는 이것으로 끝. 오늘 깨달은 낚시 방법으로 다시 시도해야지. 어신으로 낚싯줄을 강하게 채어가는 것만 기대하지 말고, 낚싯줄이 빠르게 흐른다고 생각되면 낚싯대를 재빨리 채라. 명심하고, 멀리 미쿡까지 왔는데 손맛을  못 보고 이대로 물러날 수는 없지. 다시 도전.


그리고 미쿡의 선상낚시에서도 참치 같은 대어만을 낚는 것은 아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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