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못 만나다가 다시 만난 조카들이 달려와 같이 간 친구에게 안기는 모습이 살가웠다. 어릴 때부터 사회성을 배워 익혔는지 처음 보는 내게도 낯설어하지 않고 가볍게 안기는 다섯 살, 일곱 살 여아들의 행동이 대견했다. 오랜만에 본 조카들에게 멕시칸 음식을 사주겠다는 제안에 따라 외출 준비를 하는 아이들 모습에 또 놀랐다. 두 아이가 스스로 빗을 찾아 머리를 빗어 단정하고, 태블릿을 하나씩 챙겼다. 한 차로 움직이자는 제안에 따라 친구 동생이 핸들을 잡자, 차에 오른 아이들이 뒷좌석으로 가서 자신들의 자리를 잡았다. 앞 좌석과 중간 좌석은 어른들 자리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식당에 가서는 자신들 음식으로 레몬 네이드, 치킨 가슴살 튀김, 감자칩을 확실히 주문하고는 태블릿을 켜고 동영상을 보면서 어른들이 식사하고 얘기를 나누는 동안의 지루함을 견디어 내고 있었다.
식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와서는자신들이 좋아하는 옷과 액세서리를 찾아서 내일 입을 것이라며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캐리어형 가방에서 도화지와 색연필을 꺼내 여자아이 그림을 그려서 내게 자랑했다. 누구니? 저예요. 예쁘구나. 그리고 다른 것으로 관심을 돌려 놀다가 아버지가 가방 원위치하라는 얘기에 어질러 놓은 공책, 연필통, 색연필 등을 가방에 주섬주섬 담아 정리를 했다. 이 나라에서는 어릴 때부터 자립성과 자기 주체성을 확실히 가르치는구나 싶었다. 대견하고도 대견했다. 어릴 때부터 제대로 가르치면 잘 따라오는 법이다.
한국인 아빠와 히스패닉계 엄마 사이에 태어난 두 딸.
아이들이 옆 테이블에서 놀고 있어서 몇 시에 자야 하니? 10시에 자요.라고 바로 대답했다. 규칙과 자율성이 잘 조화되는 모습을 보고, 필요로 하는 것에 대한 조기 교육의 중요함을 새삼 다시 느꼈다.실제는 9시 40분쯤에 아이들 아빠가 와서 잘 시간이다라고 하니, 놀던 것 멈추고 자기들 방으로 갔다. 다섯 살 막내는 내게 와서 살짝 안겼다. Good night 한 마디하니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평일에는 8시 반, 주말에는 9시 반에 잠들게 한다고 했다.
오늘 맛본 것은 멕시칸 음식이다. 나초, 또띠아, 타코는 다들 먹어 보았을 것이라 잘 알고 있으리라. 오늘은 친구 동생이 주문한 콤비네이션으로 밀전병에 쇠고기, 닭고기, 새우에 양배추, 오이, 토마토와 양파를 넣고, 아보카도를 으깨서 만든 소스를 얹어 먹었다. 아보카도의 구수한 맛이 음식의 구미를 높였다. 밥, 생선찜과 함께 나온 사이더 디쉬를 닭날개를 양념 발라 구운 것이라 예측하며는 맛보았더니만, 무척 부드럽고 단맛이 배어 나왔다. 숯불에 구운 바나나였다.
처음 먹어 본 음식의 이름은 엔칠라다였다. 밀반죽에 생경한 야채를 넣어 찐 것과 또띠아 속에 닭고기를 넣고 길게 말아서 소스를 바른 것을 큰 접시에 담고 체다치즈를 듬뿍 뿌려서 화덕에 구워 나온 듯했다. 추가로 연한 고동색 밥과 염소젖으로 만든 치즈에 곡식 가루를 넣어 만든 듯만 걸쭉한소스가 함께 나왔다. 밥과 소스를 섞어 먹었더니 달콤한 색다른 맛이 났다. 마지막으로 소고기, 닭고기, 새우, 볶은 양파와 각종 야채를 또띠아에 직접 싸 먹는 파히타를 배부르게 먹었다.
엔칠라다와 파히타
멕시코 음식들은 모두가 맛과 먹는 형식이 비슷해 보였다. 출장 중에 타코벨에 들려 몇 번 전병 같은 타코를 사 먹었던 것이 전부였는데, 오늘 비로소 마이애미에서 멕시칸 음식으로 소문난 식당을 예약하여 정식으로 먹었다. 음식이 입에 맞아 배부르게 먹었다.
여러 개 주문하여 맛을 보았고,남는 음식은 싸왔다. 예전 기억에는 Doggy bag이라고 불렸는데 Lunch box로 부르는 명칭이 달라졌다. 궁금해서 물어보니 오래전에는 누런 봉지에 음식을 싸와서 도기백이라 불렸는데, 지금은 남은 음식을 스티로폼 박스에 포장한다고 해서 런치 박스라고 불린단다. 집에 가져가서 먹을 음식을 개에 비유하는 것보다는 점심 도시락이라고 표현하는 것이더 좋아 보였다. 음식을개 줄 것도 아니면서 도기백이라니... 남은 음식을 포장해 오는 것이 당당하고 더 솔직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