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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영 Sep 18. 2022

복잡한 절차를 견디는 자라야 크루즈를 즐길 수 있다는.

마이애미 5일 차, 크루즈 첫날

어제 저녁 오리엔탈 마켓에 들려 사 온 재료로 잡채와 짜장을 만들었다. 돼지고기, 양파, 당근, 파를 따로 소금과 후추를 넣고 기름에 볶은 다음, 삶아서 물기를 뺀 당면과 함께 팬에 넣고 참기름을 두르고 혼합을 했다. 시금치가 없는 것이 아쉽지만 외국에서 만든 잡채치곤 맛이 훌륭했다. 양파, 감자, 당근, 파를 넣고 오뚜기 짜장 가루를 넣어 끓인 짜장도 제법 맛이 좋았다.


아침부터 번거롭게 요리를 하는 이유는 오랜만에 조카들인 애나벨과 그레이스에게 맛있는 한국 음식을 해 주고 싶다는 친구의 시도가 있었기 때문이다. 6년의 대학시절과 결혼 초기 부산의 가족을 떠나 서울 양재동 KT 연구소를 다니면서 익힌 10년 이상 자취경험을 가진 내가 나서서 요리를 완성했다. 오래만에 발휘한 솜씨이지만 맛이 좋았다. 잡채와 쌀밥 위에 짜장을 얹어서 애나벨과 그레이스에게 먹기를 권했다. 짜장은 아예 먹기를 거부했고, 잡채는 당면만 한두 번 포크로 감아 먹을 뿐이었다. 삼촌이 조카를 위해 준비한 한국 음식이 그들에게는 낯설었을 것이 분명하다. 히스패닉계 엄마를 둔 두 아이가 몇 번이나 한국 전통음식을 먹어 봤겠는가? 착각으로 빚은 삼촌의 음식 정성은 무참히 깨졌다. 친구와 내가 먹어 버리는 꼴이 되었다. 이제 며칠 되었다고  한국음식을 찾아 만들어 먹느냐 말이다. 하지만 친구 어머니와 동생은 맛있게 먹어 줄 것이라는 기대가 남아 다행이었다.


마이애미는 육류, 감자, 옥수수는 가격이 싸지만, 다른 야채는 비싼 편이다. 양파 큰 알 하나에 1.98불, 당근 한 봉지 3불, 파 조금 2불이나 하니 알뜰한 교민들이 만만히 사서 먹을  수가 없을 것 같다. 그저께 저녁 친구 어머니께서 사주신 립아이  스테이크를 주문했는데도 야채는 으깬 감자와 당근 두 조각, 브로콜리 두세 조각이 전부였다. 문득 빵과 육식에 익숙한 이들의 배변 상태가 궁금해졌다. 야채를 많이 먹고 식이섬유가 풍부해야 배변이 순조로운 것이 아닌가? 육식과 빵이 주식인 이들은 똥을 눌 때마다 힘을 주어야 하고, 매일 더부룩한 배를 쓸어내리고 있지는 않을까? 현재 내가 그렇다. 야채와 과일을 많이 먹어야 되는데...


식사 로얄캐리비안 크루즈 탑승을 위해 짐을 꾸렸다. 가벼운 옷, 수경, 선크림, 여권과 코로나 음성 결과서를 챙겼다. 미국오는데도 코로나 음성 확인을 안하는데, 크루즈 여행에는 꼭필요하다고 해서 코로나 검진을 받았었다. ESTA 비자는 필요 없겠지. 그리고 여행중 렌트카를 주차해 둘 주차장을 예약했다. 당연 선사에서 주차장을 마련해야겠지만, 하루 23불씩 받는다고 한다. 택스를 포함하면 1주일에 얼마나 지불해야 되는 거야? 값싼 곳을 인터넷으로 찾아 하루 9.8불, 1주일 택스를 합쳐 165불에 주차장을 예약하고  크루즈 선착장으로 향했다. 미국은 모든 것이 돈이다. 크루즈 정박 항구로 향하는 Highway 5차선 중 1차선을 막힘없이 고속 주행하려면 특별 Toll비를 내도록 설계되었다. 황금 만능이다. 우리는 하이웨이 일반차선을 타고 선착장에 도착했다.


이번 크루즈 여행은 마이애미를 출발하여 자메이카, 아이티를 둘러보는 일정이다.

4시 반에 출발하는 크루즈에 우리는 예약한 데로 2시 반에 탑승했다. 에스카레이트를 타고 리셉션에 도착하니, 여권과 비자 확인을 요청했다. 이런 ESTA 비자 출력물은 집에 두고 왔는데, 큰일이군. 코로나 음성 결과서는 확인하지 않고 무슨 비자를 확인하자는 거냐? 여권 속을 뒤져서 출입국에서 찍은 입국 스태프를 보여주면서 이것이면 되지 않느냐? 비자를 받았으니 입국을 허용한 것이 아니냐며 설명해도 미소를 지으며 안된다고 했다. email을 확인하자고 지만 로밍을 해 오지 않았고, 선상 wifi도 접속이 안되는데 어쩐다. 친구 폰을 이용해서 겨우 wifi에 접속해서 email로 온 ESTA 비자를 확인했지만 비자 유효기간이 표시되지 않아 여전히 입장을 허용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자기들 PC로 나의 비자 상태를 확인하겠다고 했다. 결국 비자 확인증 1부를 출력해서 내게 건네준 후에라야 입장을 허용했다. 미국 입국 스탬프로 찍힌 날짜만 확인해도 비자가 유효한 것이 확인될 텐데, 미국 놈들 일처리 하는 것 보면  답답하다. 그저께 코로나 확인 때에도 그랬다. 한 사람 확인하는데 20여분 걸린다고 했다. 친구와 내가 동시에 콧속을 휘젓게 하고 동시에 검사했으면 20분 만에 확인을 완료했을 것을, 한 사람씩 검사해서 40분이 걸렸다. 융통성이 없는 것인지 절차에 따라 일하는 것 외에는 다른 생각을 못하는 것인지? 아무튼 너무 답답하다. 그들 눈에는 빨리빨리를 요구하는 한국인이 이상해 보이겠지만, 그러한 속도와 감각으로 대한민국이 선진국 대열에 편입된 것이다. 1960년대 이후 선진국에 속하게 된 나라는 우리 나라가 유일하다지! 이만하면 한국인이라는 것에 자부심을 가질만하지 않겠나?


로얄 캐리비안 크루즈 위에서 바라본 마이애미 전경
선박내 객실이 왠만한 호텔방보다 좋아보인다. 침대와 이불이 편해서 숙면을 취하는데 그만이다.


15층이나 되는 대규모 선박에 수용하는 사람은 수천 명에 이른다. 그 모두를 수용하기 위해 11층에 수백명을 수용할 수 있는 뷔페식당이 있고, 3층에서 5층까지 또 수백명 수용 가능한 대 규모의 다이닝 이 있다. 예약된 대로 5시 반경에 3층에 갔다. 식당 앞에서 예약 상태를 확인하더니 옆에서 기다리라고 했다. 우리 차례가 6시에서 9시 사이라면서 자리가 나면 입장시켜 주겠단다. 다른 사람은 입장시키고 우리는 기다리라고? 친구 폰으로 예약상태를 확인하니 분명 예약시간은 5:15 ~ 5:45분이 맞았다. 폰을 들이대고 식당 입장을 요구하니, 그제야 지금 입장을 요구하면 들어가게 해 주겠다고 했다. 도대체 뭐지? 동양인이라고 무시하는 건가? 어물쩡 거리면 제 몫을 차지 못하는 나쁜 세상이구만.


두 사람이 앉을 수 있는 식탁으로 안내받아 식사를 주문해야 한다. 미국 놈들 식사 주문은 왜 이리도 복잡한가? 음료수는 어떤 것? 빵은 토스트 배걸 머핀 도넛 크루아상 중 어떤 것? 빵에 발라 먹는 것으로 딸기잼 포도잼 마르말레이드 꿀 치즈 버터 마가린 중에서 어떤 것? 시리얼은 또 어떤 것? 과일은 딸기 사과 바나나 오린지 파파야 파인애플 키위 중에서 어떤 것? 요구르트는 또 어떤 종류?  왜 이리도 가지 수가 많고 복잡하지? 한국에서는 김치찌개 하나만 시키면 다른 것은 다 알아서 가져다주는데. 음식 주문은 우리나라가 최고이다.

제대로 된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하고, 수저를 사용하는 것이 여간 어렵우 것이 아니다. 대충 알아서 두면될 것인데 묻고 또 묻고, 포크와 나이프는 왜 또 그렇게 많은지!

결국 저녁으로 음료는 물, 전채 요리는 새우 칵테일, 주 요리는 뉴욕 스테이크, 굽기 정도는 미디엄 웰을 주문하고, 디저트로는 딸기를 얹은 치즈 케이크를 요청했다. 그런데 식탁에  스푼, 칼과 포크가 왜 이리도 많지? 어떤 음식에 어떤 도구를 사용하라는 말인가? 음식은 다 훌륭했다. 스테이크는 지난 번 스테이크 전문집에서 먹은 것보다 풍미가 더 좋았다. 그리고 도구 사용은 접시를 중심으로 밖에 놓여 있는 것부터 사용했고, 디저트를 먹기 전까지 사용하지 않고 남은 도구는 웨이트가 와서 가져갔다. 음식은 맛있게 먹었는데, 한 가지 불편한 것은 왜 웨이트와 관리자가 식탁에 와서 번번이 확인하고 질문하는 것인지? 고개 중심의 서비스이겠지만 나에겐 불편했다. 테이블 담당이 인도네시안이고 우리는 한국에서 왔고, Friend는 한국말로 친구라고 알려주니 이제부터 우리는 친구라고 부르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다시 반복해 찾아와서 북한 출신이냐? Thank you는 어떻게 부르냐? 음식은 맛있냐? 더 필요한 것은 없냐? 계속 물으니 귀찮아졌다. 그만 오면 좋겠다. 이리도 친절하니 팁이라도 주어야 하나? 옆자리에도  안 주고 나가는 것을 보니 그냥 나가면 되겠구나라고 생각하고 벌떡 일어나 나왔다. 아무튼 한 식사대에 수백 명에게 제공하는 식사의 질이 이토록 높다니 놀랍다. 웬만한 전문 식당보다 나아  보였다.


배도 부르니 배 전체를 둘러보기로 했다. 5층 카지노는 유일하게 흡연을 허용해서 손님들이 도박을 해서 돈을 잃게 하고 있었다. 그림 전시와 경매를 붙이는 곳, 의류 술 담배 액세서리를 파는 곳, 스파를 즐기고, 부른 배를 소화시키는  헬스장, 생음악을 듣는 커피 샆과 위스키 , 아이스 링크, 공연장 등의 위치를 확인했다. 매일의 스케줄을 확인해서 재미있는 것은 먼저 달려가서 좋은 자리에 앉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정보이다.


배드에 누워 닥터 스트레인지 영화를 보았다.


그리고 잠시 객실에 누워서 휴식을 취하다가 9시 30분에 시연하는 닥터 스트레인지 영화를 보러 11층으로 올라갔다. 밤이 되자 강렬했던 35도 땡볕이 없어 시원했지만, 바다를 달리는 배 위인지라 끈적이는 습도가 거슬렸다. 간이 나무 드에 누워 졸리는 눈에 힘을 주며 영화를 봤다. 몇 개월 전 국내에서 개방했는데 다행히 보지 않은 영화라는 이유도 있지만, 부분적으로만 들리는 영어를 귀담아 보겠다는 의지로 끝까지 자리에 앉아 있었다. 영화를 보고 돌아오는 길에서 늦은 시간까지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며 스파를 즐기는 사람들을 보았다. 무더위로 한낮에는 어렵겠지만 밤이 되면 스파도 즐겨야겠구나 생각하며 객실로 내려왔다.


내일은 코코 케이 섬에 배가 정박하면 하루 종일 쪽빛  바다에서 수영과 스노클링을 즐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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