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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영 Sep 19. 2022

코코 케이 섬에서  완벽한  하루 즐기기

크루즈 두 번째 날

편안한 잠자리에 누웠으나 잠이 바로 들지 않았다. 여전히 시차 문제로 한낮에도 하품을 해대면서도 눈이 말똥말똥하다가 언제 잠이 들었는지 모르겠다. 눈을 뜨니 아침 7시 20분이다. 눈꼽도 떼기 전에 11층 식당으로 직행했다. 수천 명이 이 식당을 사용하므로 서둘러 가야지 복잡하지 않는 공간에서 여유 있게 식사를 즐길 수 있다. 배는 밤새 달려 코코 케이 섬에 정박되어 있었다. 식당의 창가에 앉아 섬은 바라보며 음식을 즐겼다. 식성대로 훈제 연어, 계란 스크 레블, 소시지, 베이컨, 그리고 마땅한 샐러드가 없어 대신 멜론, 수박을 먹었다. 짠 소시지, 베이컨은 멜론 한 조각으로 짜기를 조정해서 먹으면 맛있다. 음식이 무제한 제공되었다.


잠시 현실적 고민을 했다. 코코 케이 섬에서 종일 해수욕을 하면 배가 고플 텐데 점심을 어떻게 하지? 섬에서는 돈을 받지 않을까? 싸가져 가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식당에서 바나나 등 과일, 물  통과 빵 네 조각을 챙겼다. 빵은 열대어를 유인하는 미끼로 사용할 것이다. 음식을 챙기는 것이 흉이 아니다. 다들 식당에서 음식을 방으로 가져가서 먹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렇게 해야만 미국인의 거대하게 부푼 몸을 유지할 수 있지 않겠는가? 그리고 풀장 옆에서 큰 타월 장을 빌렸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와 섬으로 이어지는 데크로 나갔다. 선착장에는 다른 크루즈 한 척이 나란히 정박해 있었다. 크기는 우리가 탄 배의 1.5배는 되어 보였다. 우리 배가 4천5백 명을 태우니 저 배의 정원은 도대체 몇 명이나 될까? 대단한 로열 캐리비안 크루즈! 코코 케이 섬은 사유지로 로열 캐리비안 회사에서 직접 오락을 위해 개발한 섬인 모양이다. 잘 설계된 이 섬에는 오직 로열 캐리비안 선박만 입항할 수 있다고 한다. 용인에 있는 삼성 캐리비안베이 물놀이 공원은 이 섬의 아류에 불과하다.

코코 케이 섬 전경. 섬을 빙둘러 해변이 있고, 가운데에 민물 수영장  오아시스 라군이 배치되어 있다. 종일 음악이 흐르고 음식과 음료가 제공된다.
민물 수영장과 비치를 오가면서 해수욕장을 즐겼다. 민울 수영장 옆에는 나무그늘이 있어 오랫동안 머물며 시간을 보냈다.

서쪽 해안은 하얀 모래, 푸른 바다는 짙푸른 하늘과 잘 어울렸다. 하지만 아쉽게도 십여 미터만 나가도 바다가 깊어졌다. 멀리 나갈 수  없어 가까운 바닷 위에 설치한 작은  오두막 그늘 아래에 머물렀다. 친구가 가져간 빵조각을 던지니 어디서 왔는지 손바닥만 한 열대어들이 몰려왔다. 빵조각을 잡고 있는 손가락과 옷자락을 물기도 하면서 떠나질 않았다. 흰 바탕에 4개의 줄무늬가 그어져 있고 긴 지느러미가 멋있는 물고기는 내 손과 부딪히면서도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눈앞에서 물장구를 치면서 빵조각을 기다렸다. 긴 지느러미를 몇 번 잡으려 시도했지만 미끄러웠다. 인근 해변로 자리를 옮겨 빵조각을 던져 주었더니 이번에는 하얀 팔뚝만 한 잉어같이 생긴 놈이 빵을 물고 갔다. 물속에서 손가락으로 빵조각을 잡고 있는 것이 위험해 보였다. 다행히 날카로운 이빨은 없지만 손가락 몇 개가 흡입되는 느낌이 들 정도로 과감하게 달려들었다. 노란 열대어와 큰 물고기가 사람 곁을 떠나지 않고 먹이를 줄 때까지 주변을 감돌았다.

준비해 간 음식물 때문에 계면쩍었다. 섬에서도 무료로 음식을 제공하였다. 섬 입구에 적힌 Pefect Day at Coco Cay에 맞게 마음껏 먹고 완벽하게 하루를 즐기라는 배려였다. 현명한 선택이다. 만약 섬에서 음식값을 요구한다면 많은 승객이 선상 뷔페식당에서 음식을 싸올 것이 아닌가? 그런 마음 잘 알고 음식을 준비했으니 마음껏 즐기라고 한마디 하는 것 같았다. 마음속으로 모르니 챙겨 올 수밖에 없지 않냐고 변명을 했다. 그리고 11층 풀장 옆에서 타월도 두 개 빌려 왔는데, 섬에서도 빌려 주었다. 이것도 공연한 짓이었네.


섬 가운데 민물 수영장의 나무 그늘 아래에서 몸을 물속에 담그고 오래 앉아 있었다. 음악에 맞추어 흥겹게 몸을 흔들고, 선남선녀들이 선탠을 하고, 실시간 유튜브 스트리밍을 제공하는지 계속 춤을 추는 흑인과 정말 하얀 피부를 가진 사내 둘이 어색한 듯 주춤거렸다. 백옥 같은 흰 피부를 가진 것을 보니 오랜만의 휴가를 즐기러 온 모양이다. 영락없이 백인이라고 불러야겠지. 카리브의 작열하는 태양 아래 다들 유연한 몸놀림으로 하루를 만끽하고 있었다. 부르카로 눈만 빼고 온 몸을 검은 옷과 천으로 완벽히 가린 무슬림 여인네도 코코 케이에서는 흥에 겨워 몸을 움직이며 완벽히 즐기고 있었다. 배로 돌아오는 길에 크루즈 배를 배경으로 기념사진 한 장 찍었다.


선창장 데크 밑 바닷물이 어찌나 푸른지, 오래 쳐다보고 있으면 자신도 모르게 바다로 첨벙 뛰어들 것만 같았다.


크루즈 여행이 아니면 어디서 아이스 댄싱을 볼 수 있겠는가?

저녁은 5시 반에 지정된 테이블에 앉아 해물 케이크, 쇠고기 갈비찜과 망고 타르타르를  먹고, 선사에서 제공하는 다채로운 활동을 즐겼다. 엘비스 프레슬리 영화를 보고, 얼음판에서 펼쳐지는 아이스댄싱을 보았다. 백인 아이스 댄서들이 활동하는 중에 키 작은 일본인 한 명이 끼인 것이 대견해 보였다. 백인과 흑인 미녀가 쨍쨍한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공연을 보고 객실로 돌아와 잠을 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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