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 케이 섬을 떠난 배는 자메이카로 향했다. 배는 대서양을 가르고 쿠바를 거쳐 하루 반나절을 걸려 다음 목적지로 달려갔다.
아침 7시 20분에 11층 식당에서 아침을 먹었다. 내가 선택한 메뉴는 어제와 거의 같다. 식습관은 안 바뀌는 모양이다. 탄수화물은 줄이고 육류와 과일이 내 취향이다. 옆자리 내 몸 한배 반이상 큰 덩치를 가진 커플은 빵을 잔뜩 담아 와서 먹고 있다. 부른 배를 꺼지게 하기 위해 11층 야외로 나와서 트랙을 걸었다. 9바퀴 돌면 1마일이라고 표시되어 있다. 4바퀴 반 800미터를 걸었다. 빠른 걸음으로 걸었더니 등에 땀이 찼다. 트랙을 돌던 날씬한 백인 여성은 여전히 동일한 속도로 조깅을 하고 있다. 미국인은 두부류로 나눌 수 있다. 먹는 것을 조정하고 야채와 과일을 주로 먹고 죽으라 운동하는 부류, 이들은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아예 포기하고 입맛 당기는 대로 먹는 부류, 많은 미국인이 이 부류에 속한다. 남녀 구분 없이 배가 나오고 일부는 허벅지가 내 허리만큼 굵다. 요즈음 내가 운동을 하지 않아 몸이 붇고 배가 나와 고민인데, 이곳에서는 지극히 정상적 몸매에 속한다.
하루종일 뒹굴다가 문득 선상에서 마주친 하늘. 자연이 연출해 낸 경치에 탄복하다.
방으로 돌아와 다시 휴식을 청한다. 큰 배라 전혀 움직임을 못 느꼈는데, 침대에 누우면 조금 기우뚱하거나 긁는 듯 한 느낌이 온다. 대서양의 거친 바다를 건너는데 요동이 없을 수는 없다. 실내에서는 아무 느낌이 없다가 바깥에 나가 바다를 내려다보면 배가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살짝 어지러움을 느낀다.
점심을 먹고 다시 뒹굴뒹굴 거리다가 체육관으로 가서 오랜만에 운동을 했다. 대서양을 바라보며 기구를 이용해 물러버린 근육에 잔뜩 힘을 넣어 보았다. 땀을 씻고 5시 반에 맞춰 식당에 가서 호박죽, 뉴욕 스테이크와 딸기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스테이크가 제일 맛있다. 딸기 아이스크림도 맛이 산뜻했다. 우리 테이블 담당 웨이트가 부산을 언급하기에 물어보니, 이전에 중국 부산 일본을 잇는 크루즈에서 일을 했다고 하며, 지금은 운항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한국 정부가 코비드 대처를 엄격히 해서 그렇다고 하고, 이제 풀렸으니 다시 배가 뜰 것이라고 대응했다. 부산을 안다고 하니 더 반가웠다. 그런데 옆 테이블은 모두 정장 차림이다. 왜 서양인은 정장 차림을 하고 예를 갖추어 저녁 식탁에 앉는 거지? 저녁부터는 공식 사교가 시작되는 건가?
식사 후 댄스 공연장을 찾았다. 45분간 진행되는 공연은 화려했고, 순서가 끝이지 않고 숨 가쁘게 연속적으로 이어졌다. 가수와 댄서들의 춤이 어우러져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겼다. 특히 라틴댄스를 추는 커플의 몸동작이 얼마나 빠르지 눈으로 따라가기도 바빴다. 잘 짜인 규칙대로 한 동작도 어긋나지 않고 커플의 손발과 몸동작이 맞아떨어졌다. 대단한 연습과 노력이 필요하겠다. 어느 것 하나도 노력 없이는 전문가가 될 수 없는 법이다. 그리고 라틴 춤을 배우면 격렬한 몸동작이 운동이 될 것 같다. 자전거 타기나 권투를 이용하는 운동법이 있는데, 누가 라틴댄스를 이용하는 운동법은 안 가르치나? 즐겁게 춤추고 살도 빼고 일거양득이라 인가가 많을 것인데!
두세 명의 밴드와 가수 한 명이 노래로 이끄는 작은 공연장, 피아노 선율에 맞추어 보헤미안 랩소디 프레디 머큐리의 보헤미안 랩소디를 합창하듯 함께 부르는 빠, 위스키 한잔 또는 피자 한 조각을 들고 담소를 나누며 서성이는 사람들... 모두 저 나름의 방식으로 깊어가는 밤을 즐기고 있다. 이 무리 속에 어울리지 못하는 나는 내일 자메이카에서의 선택 관광을 예약하고 객실로 돌아와 잠을 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