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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영 Sep 21. 2022

카리브의 나라, 자메이카인들의 원색적인 색상에 빠지다

크루즈 네 번째날

카리브의 나라, 자메이카 하면 떠오르는 것은 100미터 세계 기록을 가진 우사인 볼트와 세계의 팝 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레게 음악 정도이다. 사실 이 나라가 어디에 위치했는지도 모르다가 이번 여행으로 위치와 문화를 확인한 생소한 국가이다.


유럽에서 대항해 시대가 열리고, 1949년 콜럼버스가 스페인의 여왕 이사벨라의 후원을 받아 황금과 향신료를 찾아다니다가 처음 도착한 곳이 자메이카이다. 당시 커피와 사탕수수 경작에 필요한 노동력  확보를 위해 아프리카로부터 대규모 흑인들이 강제 이동되었고, 현재 자메이카의 3백만 시민 대부분이 이들의 후손이다. 1651년 영국이 스페인과 싸워 이 땅을 차지하였다. 사탕수수를 짓던 농부들이 오랫동안 반란과 독립을 외친 결과, 1962년에 독립하여 영국 연방의 일원이 되었다. 그래서 스페니쉬가 아닌 영어가 이 나라의 공용어가 되었다.


가이드가 보여준 자메이카 국가 상징물들

가이드가 보여준 사진을 통해 자메이카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되었다. 자메이카 국기를 이루는 색상인 초록, 노랑. 검은색은 범 아프리카 주의를 상징하는 것으로, 주민들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아프리카  흑인 노예들의 후손임을 의미한다. 초록색은 섬의 우거진 초목을, 노란색은 황금빛 태양을, 검은색은 역경을 극복하기 위한 힘과 생기를 나타낸다. 국가의 상징들로 새, 나무, 열매, 꽃  등에 대해서도 설명을 들었다.

자메이카인들은 유럽 대항해시대의 식민지로 살았던  과거 역사도 인정하고 그래로 받아들여, 곳곳에 콜롬버스의 동상을 세워 기념하고 있다.

크로즈 선박이 정박한 팔머스는 영국이 지배하던 1769년에 세워진 항구도시로 사탕수수 재배지로 유명한 곳이었다. 자메이카에서 생산된 설탕을 서구의 나라들로 이동시키는 창구 역할을 하면서 도시는 크게 번성하였다. 그 당시 지주들이 살았던 집과 교회들이 지금까지 역사적 건물로 잘 보존되어 관광객을 부른다. 팔머스의 대다수 상점에는 특산품으로 럼주를 판다. 우리나라에서도 한때 럼주 캡틴 큐가 유행하던 때가 있었다. 사탕수수에서 설탕의 재료가 되는 주스를 짜고 난 찌꺼기로 만든 럼 술은 이곳 조상들로부터 물려받은 유산이라 할 수 있다. 자메이카 블루 마운틴 커피가 세계 3대 커피로 유명한데, 관광지라 그런지 온스당 35불이나 불러서 사기를 포기했다. 월마트에서는 얼마에 파는지 궁금하다.


크루즈 정박지에서 옵션으로 선택한 역사관광지 탐험을 위해 버스에 올랐다. 탑승객끼리 자기소개를 하는 시간에 South Korea에서 왔다고 하니 '와우' 하는 탄성이 울렸다. 캐나다 토론토, 필리핀, 루지애나 등에서 왔다는 얘기에는 조용하다가 Korea에서 반응하는 것으로 최근 우리나라가 세상의 이목을 끌고 있다는 것을 증빙하는 것이다. 국가의 위상이 달라졌다. 언젠가 이탈리아 여행 때 젊은 학생이 초로의 한국인을 위협하며 눈이 찢어졌다는 표시에 격분했던 것에 비하면  얼마나 인식이 좋게 달라진 것인가? 국가의 코로나 대처 능력, 경제력과 더불어 K-팝, K-무비, K-드라마가 올려놓은 위상에 살짝 우쭐했다. 오초 리오 시티의 아름다운 해안 경치를 볼 수 있는 전망대에서는 자메이칸 가이드가 다가와 BTS를 좋아한다고 고백했고, 야외 사진을 찍는 럭시 폴더를 보던 외국인이 사진이 잘 나온다며 삼성의 기술력을 높이 샀다. 이제 우리도 선진국에 진입했고, 세계적 인지도도 높아졌으니 자부심을 가져도 좋겠다. 물론 그에 걸맞게 행동도 해야지. 지난번 한인 변호사를 만났을 때, 마이애미에 몇 개 없었던 한국 식당도 많이 늘어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호기심을 가지고 한국음식을 먹는 외국인이 늘어났다고 한다. 건강한 식단으로 알려지고 있단다. 예전에는 한인 교포만 찾던 한국  음식이 최근 세계적 음식으로 바뀌고 있는 중이다. 다만 어설픈 한국의 맛 흉내는 그만두어야 한다. 값싼 인근비의 동남아인이나 히스패닉에게 요리를 맡겨두지 말고, 주인이나 한국인 주방장이 직접 음식을 맛깔나게 만들어야 한다. 진정 맛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 조만간에 호기심이 꺼질 테고, 맛으로 찾는 식당이 되어야 경쟁력을 가지게 된다.

자에이카 야외식당은 동남아어 그것과 너무도 유사하다.

자메이카는 전반적으로 동남아의 그것과 비슷하다 하다. 짙푸른 나무와 덤성덤성 서 있는 집들, 경비원이 서있는 고급 빌리지, 낡은 성당과 무덤, 짖다가만 건물. 1층 주택에 살다가 돈을 조금 벌면 시멘트와 블록 몇 장을 사서 집을 짓다가 말고, 다시 돈을 모으고... 왜 이들은 조금씩 번 돈을 저축해서 한꺼번에 증축할 생각을 못할까? 저축하면 이자도 붙고 대출받기도 좋을 텐데. 못하는지 안 하는지 모르겠다. 나름 이유가 있겠지. 점심을 먹은 식당도 라오스나 세부와 다름이 없었다. 오두막 집 천장에 선풍기가 건들건들 돌아가고, 나무 테이블 위에 숯불에 구운 돼지고기와 닭고기가 점심 식사로 나왔다. 그 맛이 마닐라 외곽에서 먹은 숯불에 구운 만옥, 통닭, 과 같았다. 영락없는 동남아의 한 동네이다. 거주자만 동양인에서 흑인으로 바뀌었을 뿐.

지나칠 정도로 정열적이고 화려한 수공예품을 보며, 카리브의 낙천적 생활 태도가 부러웠다.
가게에서 직접 그리고 조각하는 자메이칸의 강렬한 원색을 나는 감당하기 어려웠다.

이 나라는 짙푸른 녹음이 우거진 곳이 많아 국기도 진녹색을 선택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색상 감각은 지나치게 화려하고 정열적이다. 가게에 걸려있는 옷, 수제품과 화가 직접 그리고 있는 풍경화의 색상이 강렬하다. 카리브해 고유의 원색을 나는 감당할 수가 없다.


짧게 둘러본 자메이카는 특별한 것이 없는 심심한 나라라고 느껴졌다. 레게 음악에 취하면 좀 달라지려나? 어쨌거나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 방문이 될 것이다.


자메이카가 미국 시간보다 1시간 늦다. 배에 돌아와서도 스마트폰은 자메이카에 동조해서 4시 반을 가리키고 있지만, 다이닝 식당으로 갔다. 아침 점심은 뷔페식당에서 아무거나 집어 먹지만, 저녁은 다들 제대로 차려 입고 제대로 먹는 시간이다. 전채 요리는 연어 타르타르. 주 요리는 블랙 타이거 슈림프, 디저트는 망고 타르타르를 먹었다. 새우 4마리가 적당한 양념에 잘 구워져 나왔다. 망고를 섞어 만든 부드러운 계란찜 위에 뿌린 설탕을 불에 거슬려 녹인 뒤, 다시 굳혀 빠짜작 씹히는 식감과 단맛을 동시에 제공하는 디저트가 제공되었다. 오늘 저녁 선택도 훌륭했다.


가격할 정도로 도발적이고 힘이 넘치는 다양한 남성적 공연과 탱고의 화려한 춤사위를 보고 있노라면 나도 저절로 힘이 불쑥 솟는 경험을 했다.

아이스 댄싱은 다시 봐도 재미있었고, 이어서 새로운 공연을 보았다. 아르헨티나인 4명의 남자와 1명의 여인으로 구성된 밴드가 펼치는 Empact the show  공연은 에너지가 넘치는 남성적 종합 예술이었다. 피아노, 플루트, 전자 기타, 색소폰 등 여러 가지 악기를 자유자재로 다루었고, 난타와 노래와 춤으로 사람들의 혼을 뺐다. 아르헨티나가 고향인 탱고와 탭댄스, 한을 담은 파두에 유머까지 곁들인 공연은 검고 붉은 무대 배경과 함께 강력한 힘과 전율을 만들어 냈다. 보는 이들로 하여금 불쑥불쑥 힘이 솟게 하는 공연이었다. 공연이 끝나고 수백 명의 관객은 기립 박수로 그들의 수준 높고 색다른 공연을 환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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