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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영 Sep 23. 2022

카리브의 나라, 아이티  라바디에서의 하루

크루즈 다섯째 날

4시 반에 자메이카를 출발한 선박은 밤새 달려 오늘 아침 10시에 아이티 라바디에 도착했다. 배가 큰 덩치를 가볍게 돌려 계류장에 정박하자마자 바로 1층으로 내려가 아이티 땅에 발을 내딛었다. 빠르고 경쾌한 음악에 따라 춤을 추는 댄서들이 하객들을 맞이 했다. 이 나라 사람들은 노란색  옷을 입고 있었다.

아이티는 경상남북도를 합친 면적에 인구 1,150만 명이 사는 작은 나라이다. 국명 아이티는  높은 산들의 나라라는 의미이다. 1인당 GDP가 1,943불에 불과한 가난한 나라로 아메리카 대륙의 최악의 파탄국이다. 프랑스 식민지였으나 프랑스혁명이 일어나자 흑인 노예들이 봉기하여 1804년에 독립을 쟁취하였다. 프랑스어와 아이티어를 사용한다. 아이티 최북단 작은 섬 토르투가는 과거 캐리비안 해적의 주 무대로 유명하다. 잭 스패로우에 나오는 토투가 바로 이 섬이다. 1962년에 우리나라와 수교하여 봉제업에 종사하는 우리 교민 150여 명이 살고 있다.


로열 캐리비안 선사는 라바디 끝자락을 사유화하여 크루즈 승객을 위해 여러 개의 해변과 집라인을 설치하고, 여러 해양 스포츠를 마련했다. 섬의 안내 표시에 따라 언덕에 오르다가 작은 돌이 흩어져 있는 곳에 이르렀다. 해외여행에서 작은 돌 하나 주워 기념품 대신 간직하는 취미가 있는데, 이곳에서 기념될 만한 돌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했다. 여기도 산호가 부서져 만들어진 하얀 백사장이  펼쳐있고, 산호석이 파도에 쓸려 뒹굴고 있었다. 다행히 마음에 드는 녀석 2개를 주워 가방에 담았다. 무사히 세관을 통과해서 집 거실장에 진열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서편 비치는 흰 파도가 크게 쳐서 위험하다고 판단하여 건너편 해변으로 자리를 옮겼다. 다행히 파도는 일지 않았다. 수경을 쓰고 물고기를 찾았지만 작은놈 하나 보이지 않았다. 더불어 모래가 뒤덮여졌든지 물이 탁해 1~2미터 앞도 보이지 않았다. 더운 몸을 바닷물에 식힌 뒤 야자수 그늘 아래 선 배드에 자리를 잡고 누웠다. 시원한 산들바람에 잠이 왔다.

선사에서 제공하는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주변을 어슬렁 다녔다. 노란 T셔츠를 입은 아이티 사람들의 빠른 춤과 음악이 이어졌다. 해변 한편에서는 공중제비를 보여주고 모자를 벗어 돌리면서 관람 팁을 요구하고, 구경꾼은 흔쾌히 응했다. 1불 더러는 5불짜리 달러가 담겼다. 나에게는 여전히 팁  문화가 익숙하지 않다. 이번 크루즈 여행 중에는 현찰이나 신용카드를 사용하지 않고  탑승 카드를 사용한다. 선박 내 서비스 요청이나 면세품 구입 시 탑승카드를 보여주면 된다. 사용금액을 매일 스마트 폰으로 확인할 수 있는데, 매일 16불씩 청구되고 있었다. 9월부터 일괄적으로 봉사료를 청구한다는 설명이 있었다. 사전 동의도 없이 지들 마음대로 떼어간다고? 부동의 하는 마음도 있지만, 다들 그렇게 한다는데 내 혼자 어쩌랴? 차라리 팁 때문에 고민하는 것보다 일괄 청구가 편하긴 하다.

아이티도 카리브의 열정은 어쩔 수 없나 보다. 이들의 미술품이 어찌나 화려하고 강렬한 지 감당하기 어렵다. 그림 수준은 낮으나 그 색채 때문에 이목이 주목된다. 다른 곳과 달리 라바디 휴양지 내에는 의류, 수제품과 그림 등 기념품을 파는 가게가 즐비한다. 이 거리를 지날 때마다 강렬한 색체에 눈이 멀고 말았다.

비교적 적은 규모의 해변들이고 별다른 활동거리가 없어 일찍 배로 돌아왔다. 11층 데크로 나가는 곳에서 아이스크림을 무료로 나누어 주고 있었다. wifi가 잘 터지고 자연 바람과 실내 에어컨 바람이 합류해서 가장 시원한 명당인 것을 알게 되었다. 그곳에 앉아 오늘의 소감을 적고 있다.


저녁시간에 맞추어 다이닝 룸에 가서 웨이트가 추천해 주는 메뉴대로 주문했다. 전채 요리는 이탈리아 치즈에 토마토가 켭켭히 싸여 나왔는데, 전에 몇 번 먹어 본 요리로 맛은 별로 였다. 주 요리는 랍스터 테일이 감자와 브로콜리, 당근 두 조각과 나왔다. 랍스터를 먹는다는 것에 기분이 좋았고, 조금 작은 것이 아쉬웠다. 좀 작아서 아쉽다고 하니 눈치 빠른 웨이트가 한 마리 더 갖다 줄까 물었다. 물론이라고 답하니, 온전한 주요리 한 접시가 그대로 다시 나왔다. 횡재한 느낌이었다. 랍스터 두 마리를 먹을 수 있다니! 후식은 대알래스카. 세 종류의 아이스크림이 얇은 카스텔라에 싸여 나왔는데, 카스텔라 표면에 원당의 굵은 설탕이 묻어져 있어서 사각사각 씹히는 식감이 좋았다. 식사를 마치고 한국에서 주는 방식으로 몰래 20불을 웨이트 손에 쥐어 주었다. 기분 좋은 식사였다.


식사 후 어슬렁거리다가 눈에 고객 서비스 데스크가 보였다. 매일 청구되는 16불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다이닝 룸 서비스와 객실 청소 등에 대한 봉사료라고 했다. 난 동의한 적 없다고 했고, 24시간 내에 모든 봉사료를 빼주겠다고 했다. 그렇지. 봉사료는 자발적으로 지불하는데 일괄 공제하는 것이 옳지 않지? 따지지 않았더라면 1주일치 100불이 고스란히 달아날 뻔했다. 그래도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방을 청소하고 정리해주는데 감사는 표해야겠지. 마지막 날 침대 위에 20불 두고 나올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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