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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영 Sep 24. 2022

마이애미로 돌아가는 배안에서

크루즈 여섯 번째

크루주  6일째. 이 생활도 적응이 되어가는 듯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이 느려진다. 오늘은 8시 20분에 일어났다. 어제부터 한쪽 코에서 콧물이 흐르고 살짝 감기 기운이 있었다. 다행히 준비해 간 감기약 덕분에 증세가 사라졌다. 아침으로 훈제 연어와 칠면조 조각을 과일과 같이 먹고 크리스피 도넛으로 식사를 끝냈다.


어저께 아이티 라바디 해변에서 해수욕을 즐길 때 목이 근질근질하더니만, 목 앞부분에 두드리기가 왕창 올라왔다. 식사 후 선상 의료센터에 들렸더니, 예약을 하지 않았으니 20분 후인 10시에 다시 오라며 예약시간을 입력했다. 환자도 없는데 예약하지 않았다고 다시 오라는 것에  아연해했다.  의사 진단을 받으면 진료비를 내야 한다는 말에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서는 선사 소속 의사가 당연 무료로 보살펴 주었을 것을  미국은 달랐다. 미국 의료체계를 아는지라 수백 불을 청구할 것 같은 걱정앞섰다. 그래서 부풀어 오른 부위에 가려움 제거 크림만 한번 발라 달라고 요청했다. 하이드로코티손 성분이 들어 있는 연고 1g짜리 두 개를 받았다. 하마터면 여기서도 몇 백 불 날릴 뻔했다.


먹고 자고. 방으로 돌아와 다시 잠을 청하다. 12시 반에 일어나 다시 식당에 다. 마지막 날이라고 크루즈를 이용해 주어 감사하다는  글을 새긴 대형 케이크를  잘라 나누어 주었다. 왕갈비 바비큐와 치킨과 과일로 식사를 했다. 배가 꺼지지도 않았는데 습관처럼 점심을 챙겨 먹었다. 1주일 동안 넘치도록 먹었으니  배에서 내리면 몇 kg이 늘었겠지. 가급적 빵과 케이크는 피하고 있지만 워낙 먹는 양이 많아서 걱정이다. 크루즈 배에서는 먹는 것과 음료가 차고 넘쳐서 스스로 식사량 조절이 필요했다. 원한다면 하루 몇 번이고 먹을 수 있다. 선실 밖 복도와 크루즈 내 쉴 만한 공간이나 야외 선 배드 옆에는 고객들이 가져다 먹은 음식의 잔해들이 즐비했다. 반쯤 먹다만 피자, 치킨, 빵을 담은 일회용 접시와 음료수 컵들이 여기저기에서 뒹굴고 있다. 선사는 담당자를 지정해서 주기적으로 빈 접시와 컵을 수거해 갔다.


시원한 곳을 찾아 아이스링크에 자리 잡고 소감을 적고 있다. 아이스댄싱 공연이 없을 때는 승객이 스케이트를 즐길 수 있도록 링크를 개방했다. 가만히 보니 아이스링크에서 사람들이 모두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고 있다. 육상 계주와 야구 경기도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고 있는데 이유는 무얼까? 지구 자전 방향인가? 이 방향이 인간 생리에 잘 어울리는가? 그렇다면 왜 시계는 인간의 생리 반대 방향으로 만든 것인가? 갑자기 엉뚱한 질문이 생겼다. (글 말미에 유래를 찾아 설명을 추가해 두었다.)


빙고게임 시트에서 호출되는 숫자를 표시하는 녹색 마크를 3불에 샀다. 사용 후 2불이라도 받고 팔아야 되는데 누구에게 팔꼬?

서성거리다가 빙고게임을 하는 대극장 쪽으로 갔다. 많은 사람들이 게임에 참석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었다. 이 많은 사람들 중 단 한 사람만이 이기는 룰을 가진 빙고에 따라 게임에 도전하는 것은 무모하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물끄러미 쳐다만 보는 것보다는 함께 즐기는 편을 선택했다. 3번의 게임에 39불과 마크 3불을 패스카드로 지불했다. 수백 명 중 단세 사람이 이겼는데 최고 상금이 924불로 이번 크루즈 여행 비용을 만회하는 행운을 차지했다.


마지막 저녁은 전채 요리로 콤한 소스를 얹은 새우튀김, 주 요리로 뉴욕 립아이 스테이크, 후식으로 애플파이와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이번 크루즈에서만 스테이크를 세 번이나 주문해 먹었다. 맛이 좋았다. 미국에서 제대로 된 뉴욕 립아이 스테이크를 맛있게 먹었다. 마지막 식사인지웨이터인  인도네시안 헨리는 식당과 웨이터 서비스의 평가를 묻는 email  질의서가 오면 높은 평가를 해줄 것을 부탁했다. 10점 만점 Pefect를 주겠노라고 약속했다. 같은 동양인이라 서로 통하는 것이 있어서 그는 속 마음을 말했고, 나는 받아들였다. 실제로도 그의 서비스 정신은 좋았다.


아이티에서 마이애미까지 먼 바닷길을 헤쳐가는데 하루 반이 걸린다. 종일 뒹굴뒹굴 거리다가 카지노로 가서 구경하며 시간을 보냈다. 한 흑인이 카드게임에서 스트레이트 플러쉬를 잡아 상금으로 오백 불을 받아 좋아라 했다. 사람들에게 자랑하며 흥분한 마음을 떠벌렸다. 일생에 몇 번 잡을 수 없는 카드를 잡았으니 기분 좋겠지. 카드를 접고 자리를 떴다. 현명한 선택이다. 땄을 때 일어서는 것이 카지노에서 유일하게 이기는 법이다. 한참을 이곳저곳 둘러봤는데 다른 곳에서는 따는 사람을 볼 수가 없었다. 얼마 후 그 인이 다시 그 자리에 앉아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는 자신에게 들어온 복을 스스로 차 버렸다. 카지노에서 길게 게임을 하면 결국 다 잃어버리는 법이다.


이 여행의 마지막 Farewell Show를  보러 갔다. 대미를 장식하기 위해 가장 재미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무너졌다. 그동안 여러 공연을 보여 주었던 가수의 노래와 아르헨티나인의 남성적 무대가 짧게 재현되었다. 스탠딩 코미디가 긴 시간을 차지했다. 무슨 주제로 얘기하는 줄은 알겠는데 웃음의 순간을 포착할 수가 없었다. 결국 지루한 시간이 될 수밖에 없었다.


방으로 돌아와 내일 아침 하선하는 순서를 확인하고 아침 알람 시간을 설정했다. 수천 명이 혼잡하지 않게 내리려면 순서를 잘 따라야 한다. 어제 일괄 적용되는 팁  청구를 거부해서 마이너스 처리되었더니만, 팁을 넣는 봉투가 방으로 배달되었다. 끝까지 받아내겠다 이거지? 지난번 사용카드로 지불하는 식당에서는 영수증에 팁을 표시하는 곳이 있었다. 18% 19% 21% 세 곳 중 한 곳을 선택해야 했다. 팁도 많이 올랐다. 크루즈 식당에서 보조 웨이터까지 두 명에게 팁을 쥐어 좋으니, 감안하여 적당한 금액을 넣으면 되겠지.


이곳은 모든 것을 돈과 연결한다. 패스카드를 넣는 목걸이를 18불에 파는데 일부 사람들이 사서 목에 걸고 다녔다. 방수팩이니 비치에서는 유용하겠지. 휴대용 컵을 20불에 팔았다. 여행기간 동안 어느 곳에서나 음료수를 해서 먹을 수 있는 편리를 사는 것이다. 처음 배에 오를 때 많은 사람들이 이 휴대용 컵을 샀는데, 시간이 지나자 휴대하고 다니는 사람들이 적어졌다. 패스카드는 주머니에 걸고 다녀도 되고, 음료수는 식당에 가서 물병에 채워 오면 되고 또는 우유를 몇 팩 가져와서 마시면 된다. 해수욕장에서 슬라이딩을 타거나 무료로 제공하는 음식을 나무 그늘 아래 배드로 배달을 시킬 때 패스카드를 체크하여 비용 청구를 요구한다. 이곳은 어떻게든 돈을 써도록 온갖 궁리를 하는 곳이 틀림없다. 사람들은 편리와 서비스를 돈 주고 다.


(*) 육상 트랙 방향의 비밀.  출처 -조선일보 조보성 무학중 체육교사의 투고 글

글 내용이  재미있고 그럴듯해서 전체 글을 첨부한다.


1864년 영국의 두 명문대학 간에 펼쳐진 대항전은 근대 최초로 육상 체계를 갖춘 경기로 알려진다. 이 경기에서 트랙을 오른쪽으로 돌았고, 1896년 제1회 아테네 올림픽 경기 때까지도 오른쪽으로 돌았다. 경기력이 떨어진다는 다수의 의견에 따라 1900년 제2회 올림픽 경기 때에는 왼편으로 돌게 했다. 그 후 1912년 국제육상경기연맹이 생기면서 모든 육상트랙경기는 왼편,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도는 것으로 규정을 정했다고 한다.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오른쪽으로 돌았는데, 오른쪽을 숭상하고 왼쪽을 천대시하는 양반 문화 때문이라고 한다.


오른쪽으로 돌던 트랙을 왼쪽으로 돌게 한 이유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경주마나 경주견도 본능적으로 지구가 도는 방향과 같은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돈다고 해서 지구 자전에 따른 본능이라는 하는 설이 있다. 하지만 남반구에서는 지구가 시계 방향으로 돌고 있으니 말이 안된다. 달팽이관이 반시계 방향으로 꼬여있으니 왼쪽으로 도는 것이 편하다는 설은 평형감각을 담당하는 것이 달팽이관의 역할이라는 점에서 설득이 떨어진다. 뇌과학설은 우뇌가 좌뇌보다  공간 지각력이 뛰어나 왼쪽 눈을 통해 공간을 더 잘 인식할 수 있고, 우뇌는 신체의 왼편을 지배하고 있어서  왼편으로 도는 것이 더 편하고 빠를 수 있다고 설명한다.


또 다른 설은 오른발잡이와 심장의 위치로 설명을 한다. 세계의 대다수인 오른발잡이는 왼발로 지지 작용을 하고  오른발로 운동 작용을 한단다. 왼쪽으로 트랙을 돌면 왼발이 체중을 지지하고 오른발이 지면을 차고 나가는 역할을 해서 오른쪽으로 도는 것보다 더 좋은 기록을 낼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왼쪽으로 달릴 때 트랙 밖으로 벗어나려는 원심력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몸의 중심을 왼쪽으로 기울여서 달려야 한다고 한다. 우리 몸에서 심장이 왼쪽에 있어  원심력을 극복하고 왼편으로 달리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이다. 현재 모든 스포츠 경기는 왼쪽으로 이동하는 것을 채택하고 있다.


우리가 살고 즐기는 모든 생활과 스포츠에는 과학적 원리가 담겨  있다는 것과  그 원리를 설명하는 과정이 흥미롭고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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