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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영 Sep 25. 2022

마이애미의 명소, 캘리그라피와 디자인 거리

크루즈 일곱 번째, 마이애미 11일 차

토요일에 마이애미를 출발하여 코코 케이 섬, 자메이카, 아이티를 둘러  일요일 아침에 다시 마이애미로 돌아왔다. 카리브의 여러 곳을 돌아다니는 로열 캐리비안 크루즈는 1주일간 반복되는 부분이 있어 다소 지루한 느낌도 들었으나 막상 내리려니 아쉬웠다. 근심 걱정 없이 잘 먹고 잘 놀고 온갖 유흥을 즐기며 충분히 쉴 수 있어서 그동안의 노고에 대해 스스로 보상하는 시간이 되었다.


주차장 측에서 제공하는 셔틀버스를 탔다. 1주일간 세워 놓은 렌터카를 타니 타이어 경고등에 불이 들어왔다. 마침 차를 빌렸던 마이애미 공항이 크루즈 배의 정박지에서 지척에 있어 공항 렌트사에 타이어 점검을 요청하러 갔다. 타이어가 펑크 난 모양이다라고 어떻게 영어로 표현하지? punctured라고 하는 것이 맞나? 막상 렌터카 직원을 만나서는 flat tire라는 말이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제대로 된 표현이다. 전혀 생각하지도 않았는데 적절히 사용했다. 과거 어디선가 읽어 두었던 것이겠지. 무엇이든지 머리에 담아두면 필요할 때  써먹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이다.


마이애미 주택가에 차를 대놓고, 디자인 거리를 걸어갔더니 가게들이 모두 닫혀 있었다. 11시에 연다는 안내글에 따라 여러 블록 전체가 캘리그래피로 장식되어 관광명소가 된  윈우드를 먼저 둘러보기로 했다. 몇 블록 떨어진 곳이라 걸어가기로 했다.  땡볕 아래 걸었더니 온 몸과 얼굴에서 땀이  흘러내렸다. 이런 동네에서 어떴게 사누? 누가 마이애미는 날씨가 좋은 휴양도시라고 그랬지? 

윈우드 전시관과 전시 작품
세상을 보는 관점을 바꾸라. 인생을 사랑하라. 인간은 친절해야 한다. 온전히 하루를 소유하라고 윈우드의 캘리그라프는 말했다.

주요 길거리 작품과 그림을 전시하는 윈우드 월에도 11시에 문을 연다는 안내글이 붙어 있었다. 건물 옆 그늘에서 30분을 기다렸다. 마침내 시간이 되어 입장하니 3년 전 방문했을 때보다 규모와 전시 작품이 많이 줄어들었다. 도시의 삭막한 콘크리트 건물에 생명을 불어놓아 주는 캘리그라프와 그림들에 대한 관심을 줄어들고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하는가? 전시 그림들도 줄어들었고 관람객도 줄어들었다. 주요 관광 명소였는데, 마이애미에 최근 다른 랜드마크가 생겼나? 전과 다른 점은 장난 같은 길거리 화가의 그림으로 취급 받든 것이 이제는 공식적 작품으로 인정을 받는 추세라는 점이다. 전시 작품 옆에 작가와 작품에 대한 설명이 있고 가격이 표시되어 있었다. 2만 5천 불. 기념품 가게에 들러 친구는 10여 년 동안 윈우드 월에 전시된 그림들의 변화를 담은 사진집을 60불에 샀다. 친구는 도시재생사업을 하므로 이 분야에 관심이 많다.


전시장 옆 빈터에 반짝 시장이 들어서 있어서 둘러보기로 했다. 여러 간이식당 중에 코리아 바비큐를 속재료로 넣은 샌드위치를 파는 가게가 있는 것을 보았다. 세계적으로 K-음식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 음식은 건강식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삼성 갤럭시 폴드 폰을 광고하는 차량이 서 있었다. 미국에서의 갤럭시 인지도도 다시 확인했다.


윈우드 월을 둘러보고, 디자인 거리로 돌아가기로 했다. 건물의 그늘을 찾아 걷는다고 하지만 몹시 덥고 목이 말랐다. 점심도 먹고 잠시 쉬기도 할 겸, 최근 유명해졌다는 Five Hands 수제버거 가게에 들어갔다. 버거 한 개 12불 ~ 15불, 감자튀김, 음료수가 각기 판매되고 있었다. 햄버거 하나 먹는데 20여 불을 지불해야 한다. 포기하고 다른 곳을 찾기로 했다. 인근 타깃 마트에 들어가서 먹을 것들을 샀다. 바나나 두 개 50센트, 1.8리터 음료수 1.39불, 빵 3.5불 등 6불도 안 되는 돈으로 두 사람의 점심을 간단히 해결했다.

그늘막 하나를  치더라도 살짝 비틀어 놓으니 예술이네.

마이애미 디자인 거리는 명품샵들이 운집한 거리였다. 가게마다 건물 외형이 달랐다. 브랜드와 상품에 어울리도록 디자인화 했다. 물결무늬의 유리, 입체형 타일, 거친 나무껍질 문형, 건물 전체가 붉은 페인트 등 다양한 재료와 디자인으로 자신들의 상품을 돋보이게 했다. 외벽에 각종 자동차 문형을 붙이고 있어서 누가 봐도 주차장 건물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거리엔 간단한 그늘막 하나도 예사롭지 않았다. 단순한 아이디어가 참신하게 느껴졌다. 시계  명품점에 들려 마음에 드는 시계를 차보고  가격을 물었더니 8천7백 불, 세금 7% 포함하면 천만 원이 넘었다. 전기차 테슬라 매장에는 신규 모델 S가 전시되어 있었다. 실내는 넓고 전면에 큰 모니터 하나만 설치되어 있었고,  운전대는 원형 휠의 윗부분을 없애서 비행기 조정대같이 멋있어 보였다. 한국에서는 얼마에 팔려나? 어쨌거나  마이애미의 디자인 거리는 처음 조성할 때부터 시 정부와 업체가 협력하여 계획했을 것이다. 그러한 노력이 새로운 명소를 탄생시킨다.


마이애미의 명소를 들러 보고 차가 주차되어 있는 주택가로 돌아갔다. 차를 타려는 순간 경찰차가 다가와서 주택가에 차를 주차시킬 있도록 허용하는 주민  확인증이 있느냐 물었다. 순간 말을 못 알아듣는 외국인처럼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영어 할 줄 모른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시늉을 했더니 답답하다는 듯 No Parking 외치며 차를 빼라고 했다. 버벅거리는 시늉으로 위기를 모면했다. 디자인 거리는 주차요금이 30분에 5불이나 하는 비싼 동네이다. 주택가 무단 주차의 경우 비싼 벌금이 주어지는데 다행히 모면했다.


영화나 TV에 자주 나오는 마이애미 비치를 한번 둘러보고 차를 돌렸다. 집으로 오는 길에 쇼핑몰에 들려 아이들 줄 청바지 두 개 샀다. 브라이틀링 명품점에 들려 시계를 살펴보았더니 쇼핑몰에는 최신품은 보이지 않지만, 정가의 20%를 할인해 준다고 했다. 마음엔 들지만 여전히 비쌌다. 갤럭시 스와치 5도 잘 안차는데 시계가 필요한가? 비싼 시계를 사지 않는 변명을 찾았다. 시계의 유명 브랜드의 디자인은 거의 유사했다. 브랜드도 유행 스타인이 있는 모양이다.


집으로 돌아와서 진라면 매운맛 하나 끓어 먹었다.

1주일간 양식만 먹었더니 얼큰한 것이 먹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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