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심기일전해서 아침 일찍 낚시하러 나섰다. 하늘은 푸르고 사람들은 대어를 낚을 희망으로 부풀어 있었다. 배가 수로를 거쳐 큰 바다로 나가는 동안 크고 아름다운 집들이 펼쳐지고, 부지런한 이들은 바다로 나가기 위해 요트를 점검하고 있었다.
하늘은 맑고 사람들은 고기잡을 푸른 희망으로 들뜬다. 희망대로 되길.
랍스터 잡이가 허용되면 사람들은 4kg 이상되는 놈들을 잡으려고 아침 일찍 다이빙 채비를 한다.
5주 전부터 랍스터 잡이가 가능해졌고, 다이빙 라이선스를 가진 자들은 랍스터를 4마리까지 잡는 것이 허용된다고 한다. 시즌을 맞이하여 다이버들도 아침 일찍 출항을 서둘렀고, 공교롭게도 낚시 포인트와 다이빙 포인트가 겹쳤다. 낚시를 하는데 다이버가 물 밑으로 떨어져 내려가니 고기가 잡힐 리가 없다. 결국 낚싯배가 다른 곳을 찾아 나섰다. 앙카를 내려 고정하는 국내 낚시와 달리 이곳 선상 낚시는 물 흐름에 배를 맡겨 두고, 배가 일정 거리를 흘러가면 다시 원치로 돌아와서 고기를 낚는 방식이다. 밑밥 투척도 없이 20여 센티미터 통 미끼를 2개의 낚싯바늘에 끼워 던진다.
밑밥을 주지 않으니 잘 낚일 수가 없다. 작심하고 왔지만 입질조차 없었다. 그렇지. 미국이라고 낚시가 잘 되라는 법은 없는 거지. 3시간 동안 낚시에 붉은 벤자리 두 마리와 처음 보는 고기 한 마리 겨우 낚았을 뿐이다. 71톤 크기에 정원이 52명인 철선에 12명이 올라와 낚시를 했는다. 모두 한 두 마리, 많이 잡은 사람이 여섯 마리가 최고였다. 요즈음 물이 이상해서 낚시가 안된단다. 수염을 길러 야성적으로 보이는 백인이 오징어를 개별 구입해 미끼로 사용해서 여섯 마리 잡았다. 그는 최대어를 잡아 1인당 5불씩 배팅한 돈 60불을 받아 갔다. 오징어를 미끼로 구입한 보람이 있었다. 선사는 티켓 번호로 추천해서 1명에게 하루 무료 승선권을 주었다.
지난번에참치를 잡은 것은 운이 좋았을 뿐이었다. 미국이라고 낚시가 잘되어야 하는 법은 없는 거다. 연근해에 어류가 많고, 낚시 도중 상어가 뱃전을 돌아다닌다고 하더라도 운이 좋고 물 때가 잘 맞아야 대어를 잡는 기회가 오는 거다. 공연히 참치를 잡겠다고 벼루었다는 것이 비상식이었음을 늦게야 깨달았다. 이렇게 되면 미국에 다시 올 명분이 없어지는 거다. 이번 미국 여행의 빌미가 참치를 낚는 것이었는데 두 번 모두 공쳤으니, 이제 미국에서의 낚시에 대한 환상이 사라졌다.
Small scale whiting이라고 보지도 듣지도 못한 기다랗게 생긴 물고기를 한 마리 잡았다. 장어보다는 굵고 짧다. 우리나라에서는 청대구라고 부른다고 한다. 집으로 돌아와서 미역국에 넣고 끓렸다. 전혀 비린내가 안 나고 흰 생선살은 맛도 좋았다. 미역국을 끓려 먹어도 고기를 못 잡은 실망은 만회되지 않았다. 뜨거운 햇살에 거슬린 손등과 반바지 아래 노출 부위는 화끈거리고 쭈글쭈글 노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미국에서의 낚시 후유증이 크다.
여유만 된다면 마이애미 해변가에서 그림 같은 집에 살면서 요트를 끌고 가서 낚시를 즐길 수 있으면 좋으련만. 랍스터 잡이가 재미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