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재영 Oct 14. 2022

으름을 아시나요?

으름은 우리나라 산속의 3대 과일 중 하나입니다.


"살어리 살어릿다 청산에 살어리랏다.

머루랑 다래랑 먹고 청산에 살어리랏다."

우리가 잘 아는 청산별곡에 소개된 머루와 다래는 익숙한데

으름은 다소 생소하게 들립니다.


하지만 산골에서는 어린 으름 순을 나물로 먹기고 하고

줄기는 바구니를 만드는 재료로 쓰이고

줄기와 뿌리는 약으로도 쓰이는 친숙한 식물입니다.

으름 열매와 패션 푸르츠

먹던 것이 귀한 시절, 친구들과 산과 들을 찾아다니며

으름 열매를 따먹었다는 얘기를 들어 본 적이 있나요?

열매가 익으면 껍질이 벌어지고

그 속에 까만 씨앗을 잔뜩 물고 있는 하얀 속살이 드러납니다.

그 모양이 마치 열대과일 패션 푸르츠와 닮았고

달콤한 맛이 바나나 같습니다.

그래서 산속의 바나나라고도 부릅니다.


지브리 스튜디오의 작품에서 너구리들이 덩굴을 끌어당겨

따먹던 과일이 으름 열매입니다.



가을이 익어가는 지난주

낚시를 즐기기 위해 완도로 가는 길에

점심식사를 위해 장흥에 있는 토요시장에 들렀습니다.

검게 거슬린 촌부들이 가을날 재래시장에서 늙은 호박과 단감을 팔고 있었습니다.

소머리국밥으로 점심을 때우고

부드러워진 가을 햇살을 받으며 잠시 시장을 어슬렁 거렸습니다.

그러다가 시선을 당기는 으름 열매를 보았습니다.

깊은 산속에서나 볼 수 있는 으름이 토요시장에서 팔리고 있었습니다.

으름을 다시 본 것은 수 십 년 만입니다.  

까맣게 잊었던 옛 기억이 아스라이 떠 올랐습니다.

그 시절!


입안에 으름을 넣고 오물거리는

솜털이 뽀송뽀송 한 얼굴 하나가 떠 올랐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눈을 들어 하늘을 보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