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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영 Mar 08. 2023

배의 쓰임새는 항해하기 위함

수채화  그리기

정박한 배는 화가들이 즐겨 그리는 대상 중 하나다.


그림을 보면서 사람들은

달빛이 교교히 비치는 망망한 대해에 떠있는

배를 생각한다.


거친 파도를 헤치고 도착한 목적지에서의

환락의 하룻밤을 꿈꾼다.


하지만 낭만적인 상상과는 달리

실상은 해류에 의해 목적지에서 멀어지기도 하고

태풍을 피해 낯선 곳으로 대피할 때도 있고

고장 난 엔진을 수리하기 위해 기름때를 뒤집어쓰기도 해야 한다.


며칠을 달려도 변화 없는 무료한 바다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지루한 일상이 계속될 때

여기가 어디고, 내가 누구인지 자문하는 고역적인 시간들도 있다.


어려운 순간들을 극복하고서야

비로소 목적지에 닿아 정박하고

다음 목적지로의 항해를 위해

오랜 긴장으로 뻣뻣해진 정신과 육체의 피로를 내려놓는다.


화가는 그렇게 잠시 정박한 배를 화폭에 담고

사람들은 이국적인 전경과 질퍽한 하룻밤을 상상하지만

뱃사람의 고된 일상과 큰 파도에 배가 기울여지는 위기의 순간을 생각하지 않는다.


배의 쓰임은 정박하는 데 있지 않고 항해가 목적이다.


2023.03.07 완성. 정박한 배는 항상 새 목적지로의 항해를 준비한다.

그림의 시작에서 왼쪽 배의 선두 부분과 오른쪽 배의  갑판실에 시선을 두게 하고

배와 배사이를 밝게 유지하여 대비를 이루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왼쪽 배의 측면을 어둡게 깔고  오른쪽 배에 드리운 그림자를 부각시켰다.

멀리 노을 진 빈 하늘에 시선을  빼앗기지 않도록 경계선을 흩트렸다.


그림을 그리고 난 후 아직까지

어디가 부족하고 어디를 보충해야 하는지 깨닫지 못한다.

강사의 얘기를 듣고 나면 고개가 끄덕거려지고

충고대로 보충하고 나면 그림이 나아진다.


위에 언급한 그림의  중요 포인트도 강사의 조언에 따른 것이다.


꽤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스스로 깨닫지 못하는 이 아둔함.

게 드러내지 않는 강사의 노하우에 대한 질투심과

큰 자산인 양 아끼고 있다가 감질나게 툭툭 던지는 조언에 조금 성이 났다.


오랜 연습과 경험만이 훌륭한 길잡이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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