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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영 Jun 02. 2023

동서들과 떠난 홋카이도 여행

최재순 여사의 3남 6여 대가족에 편입된 동서 6명은 아내들의 등쌀에서 벗어나

남자들만의 조용하고 자유로운 만남을 위해 계를 만들었다.


장인은 막내아들을 유복자로 남기고 교통사고로 돌아가시고

최재순 여사는 여러 해 전 코로나 팬데믹 상황 속에서 돌아가셨다.

큰 동서는 몇 년간 우울증과 건망증으로 시달리다가 지난 4월 초에 황망하게 돌아가시고

동서 중 하나는 독립적이고 거센 처제와 이혼해서 떠나고

동서 4명만 남아 계를 이어가고 있다.  


큰 동서가 떠난 지 얼마 후

네 동서들은 코로나로 줄어든 만남의 기회를 만회하고

덧없는 삶에 유희를 더하고자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바쁜 동서를 고려해서 2박 3일 짧은 일본 여행 중

가 볼 기회가 적은 홋카이도를 목적지로 선택했다.

오래전에 홋카이도에서 먹은 무제한 털게, 대게 맛도 생각이 나고.


떠나기 전에 아내들은 동서 간에 성격이 다르고 노는 방법도 다른데

무슨 재미가 있겠는가? 질투 섞인 야유도 하고

혹시 남자들만 모여 처가를 욕하고 아내들을 저주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도 엿보였다.

아내들은 남자들이 집안에서는 다툴지라도 나가서 아내를 욕하는 것은

제 얼굴에 침 뱉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모양이다.

그리고 남자들이 모이면 얘기는 별로 나누지 않고 술잔만 조아린다는 것도 모르는 모양이다.


비행기가 두 시간을 날아 삿포로 공항에 도착하니

빗방울이 하나 둘 떨어지고 있었다.  다행히 우산을 준비해 갔다.

버스를 타고 역사가 깊은 노보리베츠 온천지대로 향했다.

이동 중에 들린 식당에서 점심으로 나온 소바와 튀김의 양이 적어

음식 추가를 요청했으나 손님이 많아 반응이 없었다.

일본에서 첫 끼가 부족해서 여행이 부정적으로 여겨질까 우려해  

허급지급 인근 쇼핑 몰로 달려가서 유부, 참치 김밥을 공수했다.

맛이 좋았다. 일본의 마트용 도시락과 김밥은 실패하는 법이 없다.


노보리베츠 지옥 계곡


노보리베츠 지옥 계곡은 예전과는 달리 인적이 적었다.

여기저기 흰 연기가 솟아오르지만

기운을 다한 듯 간헐천에서 끌어 오르는 진흙의 양도 줄어들었다.


쇼와신산 모습 및 형성 과정


쇼와신산은 1943년에서 1945년에 걸쳐 보리밭이었던 평지가 서서히 분화하면서

흙들이 쌓여 형성된 높이 398m 낮은 산으로 쇼와시대에 생긴 산이란 이름이 붙여졌다.

인근 우체국에 근무하던 미마츠 마사오가 지진의 발생부터 분화, 활동이 멈출 때까지의

과정을 상세하게 기록하였다. 그의 공적을 기억하기 위해 그의 동상과 기념관이 세워졌다.


도야코 호수 전경


화산 폭발로 생성된 도야코 호수를 끼고 있는

도야코 온천 지역에 위치한 호텔에는  8층과 지하 1층에 각 온천탕이 있었다.

일본에서는 온천탕도 음양조화를 위해 두 개의 온천탕을 매일 남녀가 번갈아 사용한다.

저녁 식사 후 호텔을 나서 생맥주 한 잔씩 마셨다. 맥주 맛이 좋다고 했다.

숙소로 돌아와 지하 1층으로 내려가서 온천을 즐긴 후

도야코 호수가를 산책하던 중 운 좋게 불꽃 쇼를 감상했다.

무슨 행사였는지 모르지만 불꽃 쇼는 20분간이나 이어졌고

머리 위에서 쏟아지는 불꽃에 잠시 아찔한 황홀감을 느꼈다.    

다음 날 아침에는 8층으로 올라가서 온천을 즐겼다.

8층 온천탕에서 내려다보는 도야코 호수 전경이 아름다웠다.

호수 안에 4개의 섬이 있고, 그 섬에 사슴이 살고 있다.

야외 탕에 몸을 담그고 있을 때는 갈매기 몇 마리가 날아와서 눈앞에서 선회했다.

예전에 배를 타고 도야코 호수를 가로지를 때 손에 쥔 새우깡을 채어 갔던 갈매기가

사람들이 던져주는 먹이를 기다리며 하늘을 날고 있었다.    


오타루 운하


점심식사로 초밥을 먹고 다음 장소로 옮아 갔다.

한 때 홋카이도 제2의 도시, 해안도시 오타루가 번성했을 때

바다와 육지의 창고까지 수산물을 편하게 배로 운반하기 위해 뚫은 운하가

지금은 사용되지 않고 도로로 사용하기 위해 대부분 덮이고

일부만 남아 관광객을 불러 모우는 명소가 되었다.

덩달아 생선 등을 보관하던 석조 창고들도 카페 등으로 탈바꿈했다.



1998년 일본 문화가 개방된 후 4번째 영화로 국내에 상영되었고

설원을 배경으로 빼어난 영상미와 치밀한 스토리로 완성도가 높았던

'러브 레터'의 무대가 바로 홋카이도의 오타루다.

일본식 인사는 모르더라고 영화 마지막 대사 '오갱끼 데스까?'라는 한마디는 알게 한

'러브 레터' 덕분에 전 세계 유명 관광지가 된 오타루에서

일본인뿐 아니라 많은 노란 머리 외국인들이 운하 옆길을 걷고 있었다.         


오타루의 대표적 기념품인 유리공예품


오타루를 대표하는 쇼핑가 사카이마치도오리에는

유리공예품, 오르골, 양초 등 각 종 기념품 가게가 즐비하고

과자, 케이크, 수루메(오징어) 등 간식과 디저트 가게에 들러

여러 가지 것들을 맛볼 수 있었다.

홋카이도에는 맬론 생산이 잘 되지 않는지 가격이 배우 비쌌다.

맬론 2통이 10만 원이 넘었고, 한 조각에 8,9천 원을 받고 있었다.

홋카이도에 올 때 멜론 몇 통 들고 오면 비행기 삯은 빠질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오도리 공원의 TV 타워


버스를 타고 삿포로 시내로 이동했다.

일본이 홋카이도를 점령했을 때 삿포로를

상가/관공서 지역과 주거지역으로 구분하기 위해 100여 미터로 이격시켰는데

지금은 이 공간을 공원으로 가꾸어 오도라 공원이 되었다.

동서 1.5km에 걸친 오도리 공원에는

서양식 정원, 분수대, 수많은 나무와 꽃들로 장식되어

주민과 관광객들이 산책하고 휴식을 취한다.      


삿포르의 상징 스스키노 거리


삿포르 중심가 스스키노 거리 인근 호텔에 짐을 풀고

무제한 제공 대게 식당을 찾아갔다. 소원을 풀려나?

기대와는 달리 대게는 차가워 맛이 떨어지고

대신 샤브샤브로 먹은 쇠고기는 한우처럼 맛이 좋았다.


스스키노 거리의 돈키호테에 들렀는데 판매상품 종류가 어찌나 다양하고

길은 복잡한 지, 쵸코렛 블록형 카레를 찾지도 못하고 나오고 말았다.


한 주점에 들러 맥주를 시키고 안주로 과일 화채를 주문했는데

화채로 보이는 것이 안주감이 아니라

유리잔에 과일, 얼음, 술을 섞어 1인이 마시는 술이라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일본의 술집에서는 여전히 담배 피우는 것을 허용하고 있어서

사람들을 담배연기로부터 보호하지 못하는 뒤떨어진 곳이라고 여겨졌다.      


배를 충분히 채우고 호텔로 돌아왔으나 아쉬움이 남아

다시 거리로 나와 사람들이 줄 서있는 라면집을 찾아 들어갔다.

'일본까지 왔으니 삿포로 된장라면은 먹고 가야 다'며 주문했는데

기대했던 구수한 맛과 달리 짠맛이 강해 몇 젓가락 먹고 나머지는 남겼다.

배가 불러서 맛이 안 좋게 느껴졌나 싶어서 다음 날 공항에서 다시 주문했더니 여전히 짜더라.

차리리 부산에서 맛있다고 하는 일식 된장 라면을 주문해 먹는 것이 낫겠다.   


이번 여행에서 몇 가지 알게 된 사실로는

자연재해가 많은 일본에서는 한해 풍년이 들더라도 언젠가는 닥쳐 올 재해를 대비해

적게 먹고 일부를 비축할 수밖에  없는 환경과 조건에서 오랫동안 살아와서

소식으로 인해 덩치가 작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

지진으로 건물과 인프라가 무너지는 경우가 많아

재건축이 용이하도록 목재로 집을 지었고

집들을 다닥다닥 붙여 지음으로써 지진 때 서로 지지하는 역할을 하게 되어

외곽에 위치한 집만 부서지고 중간 집들은 안전하게 된다는 것.

그리고 부서진 외곽집을 마을 사람들이 함께 돈과 힘을 모아 다시 지어 준다는 것.

다닥다닥 붙어 있는 집 구조이기에 이웃집에 집안소리가 들리지 않도록

낮은 목소리로 조곤조곤 얘기한다는 것.

그래서 일본 사람들이 큰 소리를 내지 않고 조용하고 살아가는 특성을 지니게 되었다는 것.

화재 예방을 위해 목조 건물로 지은 집안에 불을 둘 수 없었기에

얼어붙은 몸을 덥히기 위해 목욕 문화가 발달했다는 것 등이다.


그런데 일본 온천 관광을 가서 흔히 듣는 말로

절대 온천탕에 가서 를 밀지 말라는 소리는 틀린 것이라 생각된다.

일본 각 집안에 있는 작은 목욕탕은

추운 겨울날 귀가한 남편이 몸을 녹이고 난 뒤

아들, 엄마, 딸들이 차례로 탕에 들어가 몸을 녹여야 되는데

물이 더러워지면 다음에 사용하는 사람들이 불쾌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탕을 나와서는 더운물에 불린 때를 씻어 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일본인에게 한국의 때타월을 선물로 주면 좋아한다고 하지 않는가?

목욕탕에서 때밀기 위해 한국 관광을 오는 일본인도 있다고 하지 않는가?




동서들과 떠난 홋카이도 여행은 편안했다.

서로 잘 아는 만큼 특별히 신경을 쓰거나 주위를 의식하지 않아도 되니 편했다.

각자의 영역에서 숨 가쁘게 살다가 낯선 곳에 함께 휴식을 취하러 가서

편히 쉬고 맛있는 것을 같이 나눠 먹었다.


다들 평안했던지 다음엔 몽골과 시안에 가자고 했다.

몽골 울란바토르는 내가 여러 번 갔으니

핵심만 뽑아서 보고 말을 타고 허르헉을 먹고

게르에서 자 보고 밤하늘 쏟아지는 별을 쳐다볼 기회를 만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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