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리의 성전 관람, 무에타이와 ATM 환전 주의점

태국 좀티엔 4

by 이재영

태국 파타야는 이번이 세 번째다.

첫 번째는 협력사에 근무했던 직원이 방콕에서 관광 가이드를 한다고 해서 큰 아들과 왔었고

두 번째는 우리 가족과 처남 가족이 한 팀을 이루어 방콕과 파타야를 둘러보았다.


오랜 시간이 흘렀다.

비포장 도로였던 수완나품 공항에서 파타야까지 도로는 편리한 고속도로로 바꿔졌고

도시가 크게 확장되어 농노빌리지, 미니시암 등 관광지는 더 이상 도시 외곽에 위치해 있지 않다.


코란섬, 알카쟈쇼 등은 관광명소는 아직 기억 속에 생생해서 다시 가고 싶지 않고

무언가 새로운 것, 처음 볼 수 있는 곳을 찾다 보니

진리의 성전과 무에타이 경기가 눈에 띄었다.




할인가를 제시하는 국내 여행사를 통해 온라인으로

오후 진리의 성전, 저녁 무에타이 경기 관람권을 예매했다.


금속 못을 사용하지 않고 오직 목재의 연결부위 조작만으로 시공하고 있는

높이 100m 이상의 파타야 진리의 성전은

1981년에 짓기 시작해서 2050년에 완공 예정인 목재건축물이다.


종교 간의 화합을 통해 인류의 평화를 기원하는 염원을 담고 있는 진리의 성전에 오후에 도착한 후에야

6시 30분부터 입장이 가능한 야간용 티켓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4시 40분 영어통역 안내자가 안내하는 그룹에 동행할 수 있도록 요청하였으나

기다렸다가 6시쯤에 야간티켓을 발급받아 입장하란다.

아니면 예약사에 연락해서 취소하고 주간용 티켓을 다시 구매하라는 안내만 반복했다.

7시에 시작하는 무에타이 경기 관람권을 보여주면서

진리의 성전에 6시 이후 입장이 불가하니

다음날 저녁에 사용할 수 있도록 조치해 달라는 요청도 자기들 권한 밖이라며 거절했다.

전혀 융통성의 여지를 보이지 않았다.

여행사를 통해 해결하라는 반복된 얘기만 계속했다.

국내 여행사 연락처를 알 수 없고

안다 하더라도 데이터 사용만 허용되는 현지 eSIM 카드를

구매해서 음성통화는 불가하다고 해명했다.


결국 오랜 설득과 끝까지 물러설 것 같지 않은 요청에

진리의 성전 측에서 국내 여행사의 전화번호를 알아 봐 주었고

그들 폰으로 국제 전화를 걸어

여행사에 다음 날 낮에 관람, 또는 예약을 취소해 줄 것을 요청했다.


오직 야간티켓만 예매 판매한다는 여행사의 설명과 나의 다른 일정이 맞섰다.

여러 번 충동과 소통 끝에 마침내 예약을 취소하고 환불을 해 주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이번 해프닝은 내가 원하는 것만 보는 것으로부터 발생하는 착오로 빚어진 일이다.

진리의 성전 당일권을 예매한다고 했는데 실제 여행사에서는 당일 야간 입장권만 판매했다.

예매 티켓에는 6시부터 예매권을 현장 입장권으로 바꾸고

6시 반부터 관람이 시작된다는 설명이 적혀 있다.

4시 10분 현장에 도착해서 주간 입장권으로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알고 나서야

예매권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입장시간은 무시하고 날자만 보고 예매한 것이다.


본인 위주의 좁은 시각, 자기 기준의 판단과 가치관이

얼마나 많은 혼돈과 충돌을 일으키는지 여러 번 경험했는데도

여전히 비슷한 착오 속에서 혼란을 겪는 일이 어나고 있으니 한심하다고 할 수밖에.




14세기부터 시작된 무에타이는 태생부터 가혹한 열대우림의 전쟁터에서

모든 신체부위를 이용하여 오로지 무기를 든 적군을 죽이기 위해 사용된 전쟁무술이다.

현대에 와서 스포츠화 되면서 잔인성이 감소는 되었지만

여전히 그 패도적 성향은 어떠한 무술도 따르지 못한다.

유도와 태권도는 무에타이에 비하면 유치한 어린아이들의 싸움 흉내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일 저녁 3개의 경기를 펼치는 무에타이 스타디움의 VIP석은

링에서 불과 3, 4 미터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경기 내내 박진감이 넘치고

심지어는 강한 타격과 공격을 위해 최대한의 파워를 싣을 일격을 날릴 때면

섬뜩한 살의와 공포심을 느끼게 된다.


너 죽고 나 살자 식의 살벌한 난타와 큰 동작 중심의 움직임.

한방한방에 상대를 죽여 버리겠다는 살의를 담아

팔꿈치, 무릎으로 상대를 짓이겨 놓은 경기를 보면서 몸이 움찔움찔했다.

절대 태국인과는 시비가 붙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고 다짐했다.


첫 여자들 경기는 고만고만했고 3분 3회 경기 후 판정으로 승부가 갈렸다.

두 번째 미국인과 태국인 남자들 간의 경기는 사뭇 달랐다.

무표정한 얼굴로 서로 죽일 듯 달려들었다.

2회전에 상대방의 팔꿈치로 가슴팍이 찍힌 태국인의 인상이 크게 찌그러졌다.

치명적인 타격을 받은 후에는 회복이 불가능해 보이는 상대방에게

계속 무자비한 공격을 가해 마침내 링 위에 무너져 내린 후에야 TKO 승이 선언되었다.



세 번째 경기는 태국인 간의 경기로 담담히 경기가 이어지더니

상대방의 발차기에 정강이를 가격 당한 경기자가 링 위에 그대로 엎어졌다.

순식간에 그 한 번의 일격으로 승부가 났다.

정강이가 부러졌는지 전혀 걷지 못하고 두 사람에 의해 부축받아 나갔다.

모든 경기가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본 락커룸에서 그는

좁은 이동형 침대 위에서 연신 고통스러운 비명을 흘리고 있었다.

병원으로 후송을 위해 호출한 엠뷸런스의 도착이 늦어지는 만큼 그의 고통과 신음은 높아지고 있다.


태국에서는 돈을 벌기 위해 10대 초반에 선수 생활을 시작하고

20대가 되면 많게는 수백전의 경기 기록을 가진 노련한 선수들도 많다.

무에타이가 태국인들에게는 보편적 스포츠이고 돈벌이 수단으로 여기고 있으므로

은퇴한 선수나 부상으로 중도포기한 한 때 고수였던 선수들이

날카로운 눈매를 감추고 도처에서 평범하게 살고 있을 것이다.


몸집이 작고 순하게 생겼다고 해서 태국인들을 만만히 보고 업신여기는 객기는 절대 금물이다.

충돌했다가는 뼈도 추리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지도.




준비해 간 현찰이 부족해서 트래블 로그카드로 현찰을 인출했다.

현지 ATM의 사용 설명이 명료하지 않아 어림짐작으로 달러가 표시된 버튼을 눌렀더니

바트 현찰이 인출되고 달러화 수수료가 함께 표시된 명세서가 출력되었다.


트래블 로그카드와 연계된 내 은행계좌에는 바트화만 충전되었을 뿐

달러는 충전되어 있지 않아 당연히 현금 인출이 막힐 것이라고 예상하고

다음번 ATM 조작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트화가 인출되어서 깜짝 놀랐다.



숙소로 돌아와서 내 은행계좌를 확인하니

환전 수수료를 포함한 현금이 트래블 로그카드와 연계된 계좌로 송금되었다.

그 계좌에서는 달러가 바트로 전환되었고

ATM에서 바트 현금이 인출된 것이다.


트래블 로그카드에서는 충전되어 있지 않는 화폐로는 지급이 금지되어야 하고

사용자의 직접 이체 요구 시에만 계좌 간 이체가 허용되어야 하는데

이 두 가지 근본적 원칙이 깨어진 것이다.


은행에 확인을 요청했고 보상을 요구했다.

몇 차례 문의 끝에 환전 차액과 수수료로 지급된 금액을 되돌려 받았다.

은행이 잘못을 인정했다.


은행 측 해명에 의하면

사용자의 편의를 위해 현금부족시 계좌 간 자동이체를 허용하고

충전되어 있지 않는 화폐로도 지급이 가능하도록 보완했다고 한다.

카드분실 시 ATM에서 임의의 화폐로 큰 금액 인출이 가능하다는 얘기로 들렸다.

큰일 날 결정을 했다면서 기본적으로는 두 기능이 모두 막히도록 하고

선택적으로 허용하도록 보완할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카드 사용의 편리와 환전 수수료 절감을 위해 트래블 카드를 사용하는 분들은

즉시 상기 두 가지 기능이 어떻게 설정되어 있는지 확인해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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