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의 도시, 싱가포르

고층 빌딩, 녹지공간, 열대식물과 가든

by 이재영

싱가포르의 연평균 온도는 24도 ~ 28도로 기온 차이가 크지 않다.

연중 고온 다습한 열대 우림기후로 고층빌딩과 열대 식생이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도심지 내 많은 녹지공간에는 아름드리 나무들이 자라고

도로변에 심은 가로수들도 하늘높이 가지를 뻗고 있다.

동남아에서 볼 수 있는 미친년 머리칼처럼 얽힌 통신선 전기선이

싱가포르에서는 모두 지하에 매설되어 있어서 가로수를 잘라낼 필요가 없다.

싱가포르의 나무들은 아무 근심 없이 마구 자라서 우리 나무들 크기의 2배쯤은 되어 보였다.


도시의 공원이나 도로변뿐만 아니라

건물마다 녹지공간을 마련하여 나무를 가꾸고 있다는 것이 특이하다.

건물 옥상, 베란다는 물론이고

설계단계에서 식물이 자랄 공간을 먼저 확보한 듯한 건물이 눈에 많이 띈다.

싱가포르에서는 현대 고층빌딩과 열대식물을 조화롭게 어울리도록 설계한

최고급 호텔과 유명 쇼핑몰이 지역을 대표하는 건물로 알려진다.



딸이 살고 있는 집에서 가까운 보타닉 가든을 가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나섰다.

보타닉 가든은 201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유일한 열대 식물원이다.

찬란한 문화유산과 거리가 먼 식물원이 세계유산이 될 수 있나?


1859년 영국령 해협식민지 소속 싱가포르에 설립된 열대 기후 식물원으로

자연 속 휴게공간일 뿐 아니라 영국 식민지 시기의 건물과 식물원 양식이 잘 보존되어 있고

식물연구기관으로 식물수집, 보존과 교육, 고무나무를 포함한 열대식물의 연구 등

여러 가지 과학적 성취를 인정받아 세계 유산으로 등재되었다.

19세기말 이후 말레이 반도를 중심으로 한 동남아 국가의 고무산업발전에도 큰 기여를 했다.



보타닉 정원에 들어선 키 큰 아름드리 나무와 호수들이 사람들의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힌다.

정원 입구 가까이에 있는 스완 레이크에는 정말 하얀 백조가 살고 있고

심포니 레이크라고 불리는 작은 호수 가운데에는 야외 음악당이 있어 무료 연주회가 열린다.

다음번에는 저녁쯤에 와서 청량한 음악을 들으며 편하게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심포니 레이크에는 다양한 종류의 연꽃이 심어져 있다.

연꽃을 보고 있노라니 인상파 화가 모네의 수련이 있는 정원이 떠 올랐다.

반짝이는 물빛과 아름다운 수련에 반할 만도 하다 싶다.

잎사귀 하나가 1.5m는 되어 보이는 대형 연꽃의 실물을 처음 보았다.

인상적이었다.

(위) 1.5m나 되는 거대한 연꽃, (아래) 모네의 수련이 생각나다.


정원의 한 화분 위에 생강 무더기가 놓여 있었다.

친숙한 것이 보여서 반가웠다.

과거 한 때 동남아 지역에서 향신료를 찾아 열강이 각축을 벌일 때 바로 이 생강이 주인공이었을 것이다.

오죽하면 당시 유물 중 생강 모양 도자기가 있었겠나!

싱가포르 아시안 문화 박물관에서 생강 도자기를 보는 순간 기발하다 싶었는데

그 당시 유럽에서는 금보다 귀했다는 향신료 중 하나였음을 생각할 때 당연한 작품이라고 이해되었다.

진저 가든에는 여러 종류의 생강나무가 심어져 있다. 생강 꽃의 모양과 색깔이 다양하다.


보타닉 가든을 상징하는 장소로

19세기말에 세워진 정자로 당시 군악대 밴드 공연이 펼쳐졌다는 밴드 스탠드,

19세기부터 지금까지 각종 난의 수집과 연구를 이어온 오키드 가든, 그리고 열대 우림 숲.

휴식과 산책을 즐기며 온전히 자연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공간.



역사적인 명소가 많은 도심 속 시민공원인 포트 캐닝 파크는

과거 말레이 왕족이 싱가포르를 다스리던 장소, 2차 세계대전 때는 군사적 요충지로

싱가포르에 주둔하던 영국군이 일본군에 항복했던 곳으로 유명하다.


더위를 피해 아침 일찍 찾아가서 공원을 나선 모양으로 걸어 올라갔다.

도자기 파편과 당시 건물 흔적을 보존한 구역, 왕족의 무덤과 공동묘지,

영국군 막사와 지하벙커, 대포 등은 무시하고

요즈음 떠오르는 포토 존을 찾아 나섰다.


막연히 언덕 위에 있으려니 하고 공원 위쪽으로 올라가다가 멈추고

공원 관리인에게 물어보니 공원 입구를 가리켰다.


공원 입구 터널을 지나 나선형 계단을 오르면 포트 캐닝 파크 안으로 이어진다.

핫 포토 존이라 이른 아침부터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포즈를 취하고 사진 몇 장 찍는 데 걸리는 시간이 너무 길다. 특히 중국인들.

한 장 찍고 확인 후 다시 찍고

다른 포즈를 취하고 찍고, 다시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