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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영 Jun 18. 2020

사람들이 여수 앞바다에 모여드는 이유

갈치 낚시의 멋과 맛

한국인이 즐겨먹는 갈치구이

여수 거문도 앞바다 갈치낚시를  떠나기 위해

금요일 오전 10시 반에 김해 공항 낚시점을 출발한  버스는

고속도로와 좁은 시골  버스길을 헤치고 달려가

여수 바닷가 작은 주차장에 도착했다.


한가한 시골이어야 하지만

이곳은 갈치를 잡겠다고 나선 낚시꾼으로 북적되었고

우리 일행은 낚싯배  사무실에서 제공하는

간단한 남도식 점심을 맛있게 먹고

오후 두 시 반에 배를 타고 거문도로 향했다.


5시쯤에 거문도 백도 인근  바다에 이르자

이미 여기저기에 낚싯배가 진을 치고 있고

동행한 친구와 함께 선장으로부터

갈치낚시의 기본부터 고기터는 법까지 하나하나 배운 후  

본격적인  갈치낚시의 시작을 위해

기둥 줄에 낚싯바늘 7개를 멘 전동 릴대를 바다 밑으로 드리웠다.


4지, 5지를 기대했으나 올라오는 갈치는 2지, 2지 반에 불과했고

시장에서 파는 특대 사이즈의 고등어와 중간급 삼치가 물려

힘차게 낚시대를 흔들어 되면서 갈치낚시를 방해했다.


밝은 조명등에 홀려 배 가까이에서 부영 하는 것은

오징어, 꽃게, 갈치, 고등어. 언뜻 보면 상어 같아 보이는 미터급 만세기가

배안 낚시꾼을 흘끔 쳐다보며 빠르게 바다를 가로질렀다.


한 쿨러 가득 갈치를 잡겠다는 의지와 달리 어신은 뛰염 뛰염 눈에 들어오고

낚아 올린 삼치와 만세기를 생미끼로 달고

갈치를 유인하기 위해 부지런히 릴대로 깊은 바다 속살을 훑었다.


심야가 되자 어신이 잠잠해지고

배 사무장이 제공하는 컵라면으로 속을 풀고

갈치 한 마리라도 더 잡겠다는 의지로 정신을 초롱초롱 유지하면서

까만 밤을 꼴딱 지새웠다.


초보 갈치 낚시잡이 치고는 낚시 솜씨와 수확량이 상당하다는 칭찬을 들었다.

자주 가지는 못하지만 우리의 지난 수십 년의 낚시 경험으로

어신을 눈치채고 빠르게 전동 릴을 두 바퀴  돌리는 능숙한  솜씨를 보였지만

낚시놓는 재미도 적고 조과도 시원치 않아

속으로는 '이것은 낚시가 아니여. 단순 조업이야 조업'이라고 되뇌었다.


팽팽하게 전해오는 물고기의 힘에 낚시대 방향을 바꾸어 가며

어떻게 제압할지 즐거운 고민을 하는 흘림낚시 재미와 달리

여수 갈치낚시는 전동 릴대에 올라오는 갈치를 떼어내며

마리수를 세고 크기에 탄복하는 조업을 반복하는

단순작업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왜 갈치 철만 되면

낚시꾼으로 넘쳐나는 여수 갈치 배 진풍경이 펼쳐지는 걸까?


오늘 수확은 만세기 1, 삼치 3, 고등어 11, 갈치 5,6십 마리,

생미끼로 갈치에게 바쳐진 2 지급  풀치 10마리. 그중에 3 지급 이상은 겨우 십수마리.

구워 먹을만한 갈치 몇 마리 골라 토막 쳐 소금에 절이

나머지는 모두 교회에 가져다 주었다.

때마침 내일이 교회에서 식사하는 날이라 튀기고 조려 먹으면 될 것이다.


생선 장만을 끝내고 밤샘 낚시로 피곤해진 몸을 달래려

두 시간  낮잠을 자고 일어나

소금에 절인 갈치 두 토막을 팬에 노릿노릿 구워 맛을 보았더니만  

그 맛이, 아~


최근 몇 년동안 먹어 본 것 중에 가장 맛있었다.

'맛난 것을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나누어 먹어야지' 라고

생각날 만한 정말 멋진 맛. 최상의 맛.

입에서 살살 녹는다고나 할까.


맛과 이 기분으로 갈치 철에

여수 앞바다는 휴가 내고,

기꺼이 비싼 배삮과 채비 값을 치르는

갈치 조업꾼으로 붐비게 되는 모양이다.


하루 조업으로 갈치 한 쿨러 잡아 냉동고에 보관해 두고

이 맛있는 갈치를 1년 내내 조금씩 내어 먹을 수 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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