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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영 Jul 24. 2020

수채화 배우기

마침내 봉오리를 터트려 세상에 얼굴을 내밀었습니다.

다소 쌀쌀한 날씨가 얼굴을 스쳐가지만

살랑거리는 바람과 연한 햇빛이 살결을 간지럽히고 있어

기분이 상쾌합니다.


아직 주변은 잠에서 깨어나지 않아

사각거리는 낙엽만 무성할 뿐입니다.

하지만 이웃들의 봄을 갈망하는 마지막 몸부림을

나는 알고 있습니다.


지금 나는 홀로 피어 있습니다.

누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내 속에 있는 색깔과 향기와 아름다움을 마음껏 펼치는 것이

존재로서의 의미를 다 하는 것이겠지요?


거센 바람이 마음을 흔들고

강한 뙤약볕의 갈증으로 온몸을 축 쳐지게 하더라도

뿌리로 대지를 꼭 붙잡고 버텨 나갈 겁니다.


하늘하늘 즐겁게 춤추다가

내가 왔던 곳으로 돌아가렵니다.

세상에 손님처럼 왔다가

세상  산 흔적으로 씨앗 한 톨 남긴다면

신나는 일 아닙니까? 



지난번 정물화 이후 자신감이 붙어 시도한 꽃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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