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으로부터,'의 심시선의 가지들이 무지개의 주 하와이에 가야 했던 이유는 분명했던 것 같습니다. 햇볕이 내리쬐는 하와이의 해변에서 흘리는 땀방울, 언어에 가까운 훌라춤과 단단하지만 많은 것을 품는 화산섬, 달콤한 디저트와 바다에 흩뿌려진 반짝이는 산호초. 한 달을 머물러도 다 경험하지 못해서 아쉽다는 다양한 매력을 가진 하와이는 열두 사람의 이야기를 풀어내기에 적당한 공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와이로 떠난 가족들의 여행은 시선의 10주기 제사, 즉 '추모'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맑고 쾌청한 날씨, 친절한 사람들, 쉼과 여유 같은 '하와이'라는 공간 자체가 불러일으키는 전형적인 이미지와는 조금 먼 목적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책은, 하와이의 날씨를 연상하게 하는 쨍한 햇볕에 눈이 시려가며 읽기에는 꽤나 무겁습니다. 시선의 추모를 매개로 삼아 자신에게 내재한 문제를 바라보기 시작한 가족들의 모습은, 오히려 살짝 구름 낀 하늘에서 새어 나오는 빛줄기를 따라가는 것과 비슷해 보입니다. 책을 읽는 저 역시도, 그런 날 가족들의 행적을 좇는 것이 꽤나 행복했고요.
그렇다고 너무 추모에만 포커스를 두고, 무거운 분위기에 책을 읽어 내려가는 것도 어울리진 않습니다. 가족들은 심시선에게 '하와이에서 찾은 최고의 무언가'를 가져다주기 위해 훌라를 추고, 파도의 거품을 걷고, 자전거의 페달을 밟습니다. 엉뚱하면서도 분명하고, 진지하고 본격적입니다. 심시선 여사가 뻗어낸 가지의 끝은 최선을 다해 생의 방향으로 자라나갑니다. 삶을 유영하는 방식은 제각기 다르지만 계속해서 헤엄치려고 하는 의지는 그들의 뿌리인 시선의 모습 그대로입니다.
제각기 자유롭고, 그래서 제각기 아름다운 모습의 가족들을 '책 곁의 한 곡'으로 모두 묶어내기는 쉽지 않지만, 그래도 제가 책을 읽으며 가장 많이 들었던 노래를 소개합니다. 'Surfaces'의 'Be Alright'이라는 곡입니다. 제목처럼 시선의 가지들을 모두 품고 다독이는 것 같아 더 좋았습니다. 모두 괜찮을 거니까요.
하와이 코나 커피를 마시며 읽어도 나쁘지는 않겠지만, 개인적으로는 하와이 맥주 'Big Wave'를 곁들여보시길 추천합니다. 카페인으로 온몸의 감각을 일깨우며 읽는 것보다 최대한 풀어져 가장 자신다운 모습으로 읽어 내려가야 좋을 책이라고 생각하거든요. 홀짝홀짝, 목을 축이며 이미 죽고 없는 존재를 위해 가장 아름다운 것들을 수집하는 이들을 지켜보는 것. 며칠 저녁을 한 병의 Big Wave와 함께 심시선으로부터 뻗어 나온 가지들을 만나다 보면, 서핑하는 우윤, 스쿠버다이빙을 하는 규림, 화산섬 트레킹을 하는 명은이 내가 된 것 같은 기분 좋은 착각에 빠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너무 많이, 또는 빨리 마시지는 않는 것을 추천합니다. 맥주 네댓 캔과 함께 시간이 날 때마다 틈틈이, 며칠을 두고 여유롭게 읽어보세요. 섬세하게 쓰인 글의 구석구석을 사랑하며 읽으면 훨씬 더 좋은 글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