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인생의 이야기'와 'Echo Nebula'

문과의 'Tenet' - 'Arrival'(컨택트) 원작

by 이내

이 책을 떠올린 건, 영화 Tenet을 본 뒤였습니다. 다양한 해석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 Tenet은 역행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택했지만 여전히 인과에 매인 채 시간을 다루고 있는 영화입니다. 그래서인지 자연스럽게, 오래전 읽었던 테드 창의 <당신 인생의 이야기> 중 '네 인생의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시간'과 관련된 대부분의 영화와 책이 마법 같은 사건이나 물리학적 법칙을 중심으로 '시간'이라는 개념을 풀어나가곤 했던 것과 달리, '네 인생의 이야기'는 언어가 사고 체계에 미치는 영향을 바탕으로 시간적 관념을 그립니다. 인과와는 상관없이 이미 정해진 '세월의 책'을 뒤적여 나가는 것.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모든 것을 알고, 필연성의 바다에 몸을 던지는 것. 매력적인 이야기가 아닐 수 없죠.


다른 단편들 역시 기발하고, 참신하고, 독창적이지만 '네 인생의 이야기'가 특히나 흥미로웠던 건 상상할 부분이 특히나 많기 때문이 아닐까요? 주변을 잊을 정도로 집중해서 읽어도, 작가가 글에 그려놓은 그림을 따라가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소설집이지만, 가볍게 휘리릭 책장이 넘어가는 책은 아니기에 잠들기 전 마음에 걸리는 모든 일을 접어두고 베드 사이드 스탠드에 의지해 천천히 읽어나가는 것을 추천합니다. 감정을 자극하는 문장은 많지 않지만, 몇 번이고 되짚어 읽으며 충분히 시간을 들여 이해하고 싶은 문장이 가득합니다.


각각의 단편들이 모두 다른 특색을 띠고 있기에 한 곡을 추천하기는 쉽지 않아 '네 인생의 이야기'에 어울리는 곡을 추천할까 합니다. Neil Cowley Trio의 Echo Nebula입니다. Tenet을 본 뒤 '네 인생의 이야기를' 다시 한번 읽으며 페어링 해본 음악인데, 느슨하게 연결된 변주가 적당한 긴장을 만들어내어 헵타포드와의 만남에 썩 잘 어울리더라고요. 앨범의 모든 수록곡이 <당신 인생의 이야기>와 비슷한 신비롭고 독창적이며, 어쩌면 기묘하기도 한 소설에 잘 어울릴 것 같습니다. 우주에 관한 이야기에도요. 생각날 때 한 번쯤 들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