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날엔 강아지와 함께 일부러 멀리까지 나들이를 나갑니다. 폭풍우가 몰아치지 않는 이상 거의 매일 아침 산책을 나가기 때문에, 그리고 호기심이 많은 푸들과 산책을 한다는 건 보통 일이 아니기 때문에 날씨가 좋다는 이유만으로 2차 산책을 결심하는 건 꽤나 큰 일입니다. 집안 곳곳에 내려앉는 햇살의 아름다움에 이끌려 나갈 준비를 하면서는 내심 강아지의 반응을 기대합니다. 외출복으로 갈아입고 가방을 챙길 때까지만 해도 긴가민가 하며 주변을 뱅뱅 돌기만 하던 강아지는 목줄을 집어 드는 순간, 깡충깡충 뛰어오르며 온 몸으로 기쁨을 표현합니다. 신이 난 강아지의 해맑은 웃음에 약간의 귀찮음과 피곤함, 망설임은 금방 달아납니다.
대부도나 시흥, 양평까지 나갈 때도 많지만 대부분 집에서 가까운 과천 서울대공원으로 향합니다. 잘 꾸며진 산책로와 중간중간 펼쳐진 잔디밭이 오두방정인 강아지를 산책시키는 주인에게도, 도무지 가만히 있을 줄 모르는 강아지에게도 완벽한 나들이 장소거든요. 가끔은 잔디밭에 돗자리를 깔고 망중한을 보내기도 하는데 그럴 땐 인생이 빈틈없이 꽉 채워진 느낌이 들어요. 게다가, 아주 좋은 것들, 내가 손에 쥘 수 있는 가장 완벽한 것들로만 가득 채워진 것 같아 매일이 지금 같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실컷 뛰어놀다 발치에 잠든 강아지와 살랑 불어오는 바람, 그리고 책 한 권. 무엇이 더 필요할까요?
그런데, 그토록 엄청난 만족과 충만을 경험하고 돌아오는 길엔 이상하게도 매번 마음이 가라앉습니다. 조수석에 늘어져 도롱도롱 코를 골다가 제 소리에 제가 더 놀라 번쩍 잠에서 깨어난 강아지가 슬쩍 눈을 뜨고 운전하는 저를 바라봅니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저를 올려다보는 강아지의 얼굴엔 기분 좋은 노곤함이 묻어 있는데, 그걸 바라보는 제 기분은 점점 차분해집니다. 한낮의 반짝이던 해가 저물고 하늘엔 미지근히 감미로운 노을이 남은 것처럼, 불과 30분 전까지 깔깔 웃는 강아지의 사진을 찍으며 터질듯한 기쁨으로 가득 찼던 마음엔 옅은 아쉬움이 자리합니다. 오늘 네가 정말 행복했을까? 내가 줄 수 있는 건 정말 이것뿐일까? 우리는 언제까지 이렇게 함께 웃을 수 있을까? 따위의 개는 알 수 없는 개를 위한 생각과 함께요.
'나 개 있음에 감사하오'는 개와 함께하는 시인들 저마다의, 아주 평범한 애견인으로서의 이야기들이 담겨 있는 시집입니다. 지금 개와 함께이지 않더라도, 반려견과 함께 살아보신 분들이라면 모두 공감할 이야기들입니다. 가볍고 얇은 시집이니 나들이를 가실 때 슬쩍 챙겨 보시기를 추천합니다. 가을볕이 드는 대공원 풀밭에 누워, 꾸벅꾸벅 조는 강아지를 곁에 두고 읽으니 살랑이는 바람이 책장을 대신 넘겨주는 듯하더라고요. 책머리의 여는 글을 읽자마자 '검정치마'의 'TEAM BABY' 앨범이 떠올라 책을 읽으며 함께 들었는데요, '나랑 아니면', '혜야', 'EVERYTHING'으로 이어지는 앨범 마지막 부분이 특히나 어울리는 듯했습니다. 가사도, 개를 생각하며 들으니 개에게 하는 말인 것 같더라고요. '난 너랑 있는 게, 제일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