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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나무 May 29. 2022

행운을 내 편으로 만드는 방법

나는 운이 좋다. 내가 말하는 운은 로또 1등 당첨이라든지, 경품 당첨이라든지 그런 게 아니다. 안타깝게도 그런 운은 여태까지 전혀 없었다. 내가 말하는 운은 일상 속 소소한 “행운”이라든가 인생이 술술 풀리는 “운수” 같은 것이다.


지난주 영주권 신청을 위해 필요한 서류가 있어서 5년 전 함께 일했던 팀장님께 연락을 드렸다. 팀장님께서는 내가 독일을 떠나 미국에 왔다는 소식을 들으시고는 감탄하셨다.


“이나무씨는 실력도 좋지만, 운도 참 좋아”


무슨 뜻인지 어리둥절해하는 내게 팀장님께서는 전쟁 때문에 유럽 상황이 불안할 때 미국에 갔으니 기막힌 타이밍에 잘 갔다는 뜻이라고 하셨다.


사실 나는 2년 간의 꽤 오랜 기다림 끝에 미국에 왔다. 미국에 온 뒤로는 이미 폭등해버린 집값과 불안한 경기 상황과 도시 한복판에서 느껴지는 빈부격차 문제 때문에 한 번도 내가 아주 좋은 시기에 미국에 왔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오히려 기다림이 컸던 만큼 더 빨리 오지 못한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컸다. 내게 개발자로서 미국에서 일을 한다는 건 야구선수들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는 것과 같은 의미이기 때문이다.


팀장님 말씀이 맞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생각해보면 이민 과정에서 운이 많이 따르긴 했다. 면접 때도 운이 좋았고, 회사 선택에서도 운이 좋았고, 비자 추첨 과정에서도 운이 좋았다. 그러고 보면 한국인으로 태어난 것과 영어를 잘하는 아내를 둔 것도 이민에 유리한 면이 제법 있다. 팀장님 덕분에 잊고 지냈던 일들이 떠올랐다. 그리고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내 이런 깨달음에 보답이라도 하듯 이번 주말엔 내게 역대급 행운이 찾아왔다. 차를 타고 가다가 산속에서 사슴과 마주친 것이다. 아내와 나는 다급하게 휴대폰을 꺼내서 사슴이 길을 건너는 모습을 촬영했다. 우리는 이 경험이 너무 순식간에 지나간 것이 못내 아쉬웠다. 산길을 운전하는 동안 또 한 번 더 사슴을 만나기를 기대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도로에서 사슴을 마주칠 확률을 따져보니 한 번 만으로도 충분히 진귀한 경험이었다. (실제로는 미국에서 사슴으로 인해 매년 백만 건이 넘는 자동차 사고가 난다고 하니 그렇게 희귀한 경험은 아니었다.)


우리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몇 번이고 사슴을 본 일에 대해서 떠들었다. 그리고 집에서는 몇 번이고 사슴 동영상을 돌려봤다. 오늘 즉흥적으로 산에 오지 않았더라면. 집에 겉옷을 두고 나오지 않았더라면. 오는 길에 마트에 들르지 않았더라면. 그리고 매표소에서 더 빠른 줄로 갈아탔더라면 우리는 사슴을 마주치지 못했을 것이다. 이 일련의 일들이 여행 중에는 모두 잘못한 일 같았지만, 사슴을 본 뒤로는 모두 잘된 일이 되었다.


내가 존경하는 한 투자자는 매일 자녀들에게 이런 질문을 한다.


“What do you appreciate today?” (오늘은 무엇에 감사함을 느끼니?)


그리고 자녀들과 감사한 일을 한 가지 씩 생각하고 서로 공유한다.


세상에는 사소한 일들에도 감사함을 느끼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한 경지를 넘어서서 불운까지도 행운으로 해석하는 괴력의 긍정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도 있다. 그들을 실제로 본 적은 없지만 그들의 삶은 행복할 것임에 틀림없다. 결국 행복하고 성공적인 삶을 살기 위해 운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면 내게 일어난 일들의 좋은 점을 알아차리고 그것에 감사하는 것이 아닐까.


사슴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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