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업 아카데미 세미나 로그 #001
퇴직은 일생의 큰 변화이며, 특히 비자발적인 퇴직은 인생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스트레스 요인입니다. 더군다나 조직에서 큰 역할을 해 온 퇴직 임원들에게 준비되지 않은 퇴직은 일상뿐 아니라, 심리적, 정서적 상태에도 큰 변화를 가져옵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가장 익숙했던 ‘퇴직 이전의 역할’을 되찾길 바라며 재취업의 옵션을 최우선으로 생각하지만, 변화하는 고용 구조와 시장 환경은 50대 이상 최고의 임원들께도 비껴가지 않습니다. 10% 미만의 재취업률이 현실적인 통계입니다.
그래서 <화담,하다>는 새로운 일상을 위한 라이프스타일 변화 프로그램과 함께, New-UP(業) 아카데미를 꾸준히 준비해 왔습니다. 내가 원하는 새로운 역할을 재취업에서 찾을 필요가 없도록, 지금까지 쌓아 온 경험과 지식이 '새로운 업(業)’으로 확장될 수 있는 방법을 모색 중입니다. 그 첫 단계로 관련 분야 최고 전문가 및 대기업 경영진들과 <화담,하다> New-UP(業)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논의를 통해서 경영진을 위한 퇴직 이후의 뉴업 방향을 함께 찾고자 합니다.
새로운 서비스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소소히 기록해 두겠습니다.
8월 14일 뉴업 세미나_001
참석자는 <화담,하다> New-Up(業) 아카데미 자문단 2인(이하, 인/진), 구자복 박사(구), 성은숙 대표(성), 안상아 매니저 5人이고 전체 논의 중 일부만 실었습니다. 자문단 2인은 국내 대기업에서 퇴직하신 최고 경영진이며 새로운 역할을 꾸준히 찾고 계시는 분들입니다.
성: 안녕하세요? 뉴업 아카데미 운영 세미나 첫날입니다. 사실 지금까지 pre-session들을 통해서 의견을 계속 나눠 왔는데 방향이 구체화되면서 뉴업 아카데미 세미나를 공식화하게 되었어요. (중략...) 전/현직 임원들 대부분이 학력고사 세대이시거든요. 정말 열심히 공부하고 일하고 헌신하던 세대예요. 지금까지 대한민국의 산업을 이끌어 오신 대한민국 최고였던 분들의 인적 리소스가 퇴직 이후에 너무 아깝고 낭비하기엔 아쉽다는 생각이 들어요. 개인을 위해서도 당연하지만, 사회를 위해서라도 무언가를 계속할 수 있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 분들이 새로운 역할의 방향을 찾는 것, 그게 서비스의 목적이기도 합니다.
인: 맞아요. 하지만 기업의 경영진으로 퇴직했다고 해도 현실적으로는 기회가 잘 없습니다. 그리고 대기업에 오래 있다 보면 관리직으로 커리어가 굳어져서 실무적인 아이디어를 스스로 실현하는 것에 어려움이 커집니다. 그러니 새로운 분야를 스스로 준비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생각하고요.
성: 저희는 그분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을 고민하는 서비스이길 바랍니다. 퇴직 이후 일정 기간의 휴지기, 휴식 기간을 지나신 이후에 새로운 방향을 찾을 수 있는 모멘텀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당장은 작은 일처럼 보이더라도 그 일을 만들고 계속 키워갈 수 있도록 당사자들과 함께 발굴해 가는 일이 저희의 역할이라고 보고 있어요.
인: 대기업 오너가 아니라면 퇴직을 피할 방법이 없죠. 제일 좋은 구조는 밖으로 나오기 전부터 퇴직 설계가 되고 개인이 선택하고 준비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좋아요. 퇴직 후 또 다른 제2의 인생의 기회를 만들도록 도울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나게 가치 있는 일이라고 봅니다. 기업에서도 당연하게 여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막상 현직에 있을 때 개인이 준비하는 것이 너무 어려워요.
성: 우리나라는 퇴직에 대한 인식 자체가 부정적이고 고용이 경직되어 왔기 때문에 퇴직 서비스가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고 생각해요. Outplacement 서비스가 IMF 시기부터 해외에서 유입되면서 회사에서 퇴출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인식해 온 것이 크고요. 당시에도 경영진들을 위한 고급 서비스로 인식되었는데, 대상 범위는 확대되어 왔어도 프로그램 내용들이 많이 바뀌지는 않았어요. 20년 동안 정체되어온 시장인데 퇴직자들은 점점 늘어나거든요. 최근 정부에서도 민간 업체들의 서비스 개선 방안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어요. 이건 다음에 좀 더 논의해 보면 좋겠어요. 박사님, <화담,하다> 서비스가 (1)라이프스타일 Reboot 프로그램과 (2) New-UP(業) 프로그램으로 구분하고 있어요. 그 이야기 좀 해볼게요.
구: 대부분의 경우 퇴직 직후에는 일시적으로 패닉이 옵니다. 그야말로 충격 그 자체예요. 심리학적인 관점에서도 그 순간에 누구나 동일한 경험을 해요. 이 때는 인지적인 판단이 정말 어렵습니다. 그래서 뭐 할 건지,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지 생각할 수가 없어요. 퇴직자들이 당분간은 인지적인 판단을 하지 않고 일단 몸을 움직여서 현실을 일깨우게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화담,하다> 라이프스타일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게 기존 Outplacement 서비스에서 가장 아쉬웠던 부분을 채워 줄 수 있고 ‘뉴업 아카데미’ 운영을 통해서 실질적인 회복과 개선의 과정을 거치도록 적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어요.
성: 그래서 휴식, 새로운 경험, 함께 할 사람들을 만드는 라이프스타일 Reboot 프로그램을 론칭부터 운영해 오고 있어요. 론칭 이후 시작한 여름 세션에 이어서 곧 가을 세션이 오픈될 예정입니다. 이와 함께 New-UP(業) 프로그램들을 체계화하는 단계입니다. 새로운 업을 찾기 위한 체계적인 변화를 뉴업 아카데미로 구성해서 운영하는 것이지요. 현직에서부터 방향을 인지하고 퇴직하면 바로 계획에 맞게 실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방향입니다.
구: 네, 맞는 방향이라고 생각해요. 아직 현직에서 개인이 퇴직 이후를 인지하는 것은 정말 어렵긴 해요. 당장 급하지 않거든요. 운동이 건강에 좋은 걸 알면서도 매일 하지 않죠? 그거랑 같거든요. 그러고 나서 퇴직하면 상실감을 크게 느낍니다. 이 상실감은 경험해 보지 않으면 모릅니다. 포지션이 갑자기 없어졌고 자기 유능감에도 큰 상처를 입게 되지요. 그래서 그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기 위한 방법을 찾으려고 하는데, 본인이 기존에 해온 일의 범위에서만 생각할 수밖에 없거든요. 그래서 재취업을 가장 우선으로 생각하게 되는데 아까도 말했지만, 퇴직 직후의 심리적 상태가 인지적인 활동을 하기에 적합한 상태가 아니고 성급하게 재취업하다 보면 같은 경험을 2~3년 이내에 다시 겪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이후에는 더 큰 상실감에 빠져들기도 해요. 그래서 퇴직을 하는 것도, 퇴직 이후를 돕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에요.
진: 저 같은 경우는 행동반경이 많이 좁아지는 것을 느낍니다. 대기업에 다니면서 다양한 거래처나 협력 업체들과 교류해 왔지만, 개인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거든요. 일단 너무 바빴죠. 그러고 나니 퇴직한 후에는 명함 주고받을 일이 없어요. 그게 우울감이 생기고요. 그래서 당분간은 편한 분들만 만나고 있습니다. 재취업을 목표로 두고 있지만, 재취업이 서치펌에서 제안해 주는 것만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은 안 합니다. 이전 회사에서 마련해 준 사무실이 있는데 나오는 분들 많지가 않아요. 저는 자주 나가는 편이고요.
구: 그렇게 활동하시려고 하는 것이 자기 인식과 변화의 시작이거든요. 많은 분들이 의외로 활동을 많이 하지 않으려고 해요. 그 안에 갇혀 지내는데 정작 본인의 상태를 잘 모르십니다.
성: 다양한 옵션을 구상하지 않는 상태에서 눈을 낮추고 재취업을 하겠다는 것이 가능할지 모르겠어요. ‘눈을 낮춰서…’라는 말씀들을 많이 하는데, 저는 또 한 번의 전성기를 만드실 수 있는 분들이라고 생각해요. 여러 옵션을 생각하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명확하게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러다 보면 정말 좋은 재취업의 자리도 올 수 있거든요. 헤드헌터들의 연락을 기다리기만 하는 심정은 정말 힘들거든요.
진: 저는 일단 지금은 좀 즐기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재미있는 일들, 무료한 시간을 잘 보낼 수 있는 것이 필요해요. 그래서 동네 골프 밴드에 들어가기도 하고 몇 달 좋은 시간 보냈어요. 서로 잘 알지는 못하지만 공통의 관심사가 있는 사람들을 찾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그게 오래가지는 않았어요. 임원들이다 하면 공통의 경험이 있으니까 빨리 편해질 것 같아요. 잠시 어색할 뿐인데, 그런 상황에 익숙한 사람들이라 금세 이야기 나누고 합니다. 서비스에서 중요한 것은 Key Buying point를 명확하게 커뮤니케이션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의 니즈들이 정말 다양하거든요.
인: 맞습니다. 저는 지금은 그룹 총괄 경영 고문직을 유지하고 있지만, 그룹사에서의 공식 업무를 종료한 직후에 개인적인 일들을 혼자 해결하는 게 난감했어요.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어색하고, 예전에는 척척 해주던 직원들이 있었잖아요. 새로운 일을 위한 법인 설립이나 종소세 문제를 어떻게 하나 고민을 좀 했는데 다행히 잘 해결이 되었어요. 이런 문제들이 회사를 딱 나오면 먼저 생각하는 것 중의 하나일 거예요. 사람들 마다 도움이 필요한 부분은 다를 것이고요. 그래서 케어 프로그램이 필요해요.
진: 진행하는 라이프스타일 프로그램들도 충분히 유인 요소가 있어요. 재미가 있다, 괜찮은 사람들이 있다 하면 다들 관심이 있거든요. 플랫폼에 자발적으로 유입될 요소들이 무엇일지는 지속적으로 고민해야 할 겁니다. ‘여기 가입하면, 뭐 재미있는 것을 할 수 있겠는걸?’ 이런 마음이 들어야겠죠. 그건 아주 개인화된 니즈이고요.
구: 다시 아카데미 이야기로 돌아오면, 현직에서부터 참여하고 준비할 수 있는 퇴직 프로그램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니즈들을 현직에서부터 인지하고 있어야 하는데 현재는 그렇지 못해요. 그리고 퇴직 이후 경과된 시간도 중요한 심리적 변수 중 하나입니다. 이걸 고려해서 아카데미의 커리큘럼으로 넣는 것이 필요할 거예요. ‘나에게 필요한 프로그램이 무엇일까’ 이걸 생각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구성되어야 하겠죠.
인: 저희가 다음번 미팅에는 New-UP(業) 아카데미의 커리큘럼을 좀 더 구체적으로 논의해 보면 어떨까요? 저도 그룹 내에 있으면서 관련한 프로그램들을 오래 만들고 운영해 왔으니 좀 더 구체적인 이야기로 풀어 보지요.
구: 저도 커리큘럼을 구상해 보겠습니다. 충분히 차별화된 내용으로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어요. 현직, 퇴직도 중요하지만, 퇴직의 시점이 언제인지에 따라서도 커리큘럼 구성에 변화가 있어야 할 거예요.
성: 서비스 초기부터 팀 내에서 New-UP(業)에 대한 방향을 지속적으로 고민해 왔어요. 라이프스타일 프로그램들을 먼저 세팅하느라 일부러 오픈하지 않았어요. 라이프스타일 프로그램의 Top of mind는 ‘관심이 가는 즐거운 프로그램이 많구나!’ 이렇게 봐주시길 바라고요. 그런데 결국은 내가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새로운 역할을 찾는 것이 중요해지거든요. 그래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유인이 생깁니다.
실무적인 실행 방안을 포함해서 6~7개 정도를 경영진이 선택할 수 있는 New-UP의 방향으로 보고 카테고리로 만들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기존 연구들이나 실무적인 사례들도 포함하여 구성 중입니다. 다양한 방법으로 하나씩 소개하려고 해요. 경험한 분들이 직접 받고 싶은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경영진 퇴직 프로그램들이 그 포지션에서 퇴직한 경험이 없는 사람들에 의해 운영되어 왔거든요. 충분히 공감할 수 있고 서로 영감을 주고받을 수 있는 운영진과 아카데미 참석 대상자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경영진으로서 퇴직 경험을 하면서, 전문성과 경험을 통해 가장 필요로 하는 니즈가 잘 반영된 아카데미 커리큘럼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2주 후에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