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게 잠긴 문 너머

문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

by 이논

굳게 잠겨있는 문으로 가려진 방이 하나 있었다.

나의 방문은 거의 열려있는 경우가 많았지만

저 방은 항상 문이 굳게 잠겨있었다.


간혹 방 안에 있는 사람이 문을 열어

나한테 인사하는 경우가 있었다.

인사하는 그 사람의 모습은 항상 밝았다.

나는 가끔씩 전해오는 그 인사가 반가웠다.


문이 잠겨있어서 그런지

나는 잠긴 문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 항상 궁금했다.

그리고 왜 문을 항상 잠궈놓는지 궁금했다

‘방이 너무 더러워서 그런가?’

그리고 열려있는 나의 방을 보면서 생각했다.

‘내 방도 엄청 더러운데..’


그때, 그 문을 자유롭게 지나다니는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은 문 너머에 있는 방을 자기 방같이 드나들었다.

저 사람은 누구길래 저렇게 굳게 닫힌 문을

자유롭게 드나드는지 궁금했다.


어느 날, 그 잠긴 문의 방 주인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

“제 방에 전구가 나가서 교체하려고 하는데 도와주실래요?”

나는 그 방을 드디어 볼 수 있겠다라는 생각에 신이나

바로 도와주러 갔다.


드디어 방 안에 들어갔다.

그냥 내 방과 똑같은 방이었다.

아니, 오히려 더 근사한 방이었다.




이 글은 친구가 보낸 “도와줘라는 말이 어렵다”라는 말에서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장난인 줄 알았지만, 그 말을 들은 순간, 왜 그 말이 어려울까를 생각하게 되었다.

도움을 요청하는 일이 왜 용기가 필요한지 곱씹다 보니, 떠오른 이유들이 있었다.


거절당할까 봐, 약해 보일까 봐, 관계가 멀어질까 봐. 도와달라는 말에는 이런 두려움들이 함께 따라붙을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나는 이 친구를 ‘평소엔 밝고 잘 웃지만, 마음의 문은 쉽게 열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마음을 쉽게 열지 않으니, 자신의 진짜 모습을 보여준 사람도 극히 드물었을 것이다.


사람마다 “도와줘”라는 말을 받아들이는 의미는 다르겠지만, 마음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 이 친구에게는 그 말이 곧 ‘자신의 진짜 모습을 보여주는 일’과 같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래서 더더욱, “도와줘”라는 말을 꺼냈다는 사실 자체가 큰 용기일 수 있겠다 생각했다. 그래서 그 마음을 더 깊이 이해해보고 싶었고, 글로 표현해보고 싶었다.


그리고 ”도와줘“라는 말에 대한 글이 아닌 “도와줘”라는 말을 어려워 하는 친구에게 해주고 싶은 말로 쓰고 싶었다.


닫힌 문으로 가려진 방은 그 친구의 마음을 비유한 것이다. 문 밖에서 볼 때는 단정해 보이고, 밝은 인사도 건네지만, 굳게 잠겨 있는 문 너머의 방은 잘 보여주지 경우가 많다. 사람들은 그 문이 대부분 닫혀있어 너머에 있는 방의 모습은 알 수 없다.


어느 날 그 친구가 처음으로 나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그 문 너머를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다. 들어가 보니 생각보다 훨씬 더 따뜻하고, 근사한 공간이었다.


그냥 내 방과 똑같은 방이었다. 아니, 오히려 더 근사한 방이었다.


이 문장은 그 친구에게 말로는 못해도 이렇게 글로라도 해주고 싶었던 말이다. 친구가 보여준 마음은 전혀 이상하지 않고, 오히려 단단하고 멋진 공간이라고. 그래서 다음에도 그 방이 열리는 날이 있다면, 망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이 글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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