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길이 있어 나는 걸을 수 있었다
나는 누군가 잘 닦아 놓은 길을 걸어왔다.
길 옆에는 가시로 뒤덮인 나무들이 빽빽했다.
그 길이 아니었다면,
나는 숲에서 자주 멈추고, 다쳤을 것이다.
길을 걸어가며 나는 나만의 길을 만들기도 했다.
처음엔 그게 완전히 새로운 길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내가 낸 길 위에도 앞서 지나간 사람의 흔적이 있었다.
그때 알게 되었다.
지금 내가 만들어가는 이 길도
앞서 나아간 사람이 지나갔던 길이었다는 것을.
나는 그 숲을 두려워했다.
거칠고 어두웠다.
방향도 보이지 않았고,
한 발 내디딜 때마다 망설임이 앞섰다.
그런데 누군가는,
그 숲을 길 하나 없이 처음부터 걸어갔다.
가시덤불을 헤치며, 온몸에 상처를 입으며,
길을 만들었다.
내가 걸어왔던 길은
그 사람이 견딘 어둠과 아픔으로 만들어졌다.
이제 그 길을 따라 걷는 일은 줄었다.
지금은 나만의 숲에서
나만의 길을 만들고 있다.
그리고 이제야,
처음부터 길을 만든 그 사람의
두려움과 용기를 조금은 알 것 같다.
이 글을 보면 다들 생각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나는 이 글을 ‘나의 친형’이라는 사람을 생각하며 썼다. 형은 나보다 먼저 태어나 언제나 나보다 먼저 나아간 사람이었다.
형은 항상 앞서서 무언가를 해냈다. 나는 그걸 지켜보면서, 뭔가 든든했다. 형은 나에게 내가 가야 할 길을 미리 걸어가 주는 사람이었다. 그 자체로 안심이었고, 그래서 참 고마웠다. 시간이 지나면서, 형이 닦아 놓은 그 길을 따라 걸으며 나도 나만의 방향을 찾기 시작했다. 그제야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형은 내가 가는 길을 처음부터 걸었구나. 누구보다 먼저, 누구의 흔적도 없이, 아무것도 없는 숲을 지나가야 했던 사람이었구나.
그건 쉽지 않았을 것이다. 두려웠을 테고, 외로웠을 테고, 심지어 자신이 가는 이 길이 맞는지조차 확신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그런 형의 마음을, 그때는 몰랐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길이라는 건, 누군가가 걸었기에 생기는 것이고 그 누군가는 언제나 처음을 감당해야 하는 사람이니까.
이 글은 그런 마음에서 시작되었다. 내가 너무 쉽게 걸어온 길 뒤에 형이 감내한 많은 것들이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그래서 고마움과 함께, 미안함도, 어쩌면 안쓰러움도 느껴졌다. 그리고 지금 나는 형이 걸었던 방식과는 조금 다르지만 나만의 속도로, 나만의 숲에 길을 만들어가고 있다. 그래도 다행히 형이 만들어준 길에서 배운 것들이 있어 조금은 쉽게 만들어갈 수 있을 것 같다.
형에게 말로는 절대 전달하지 못할 나의 마음을 이렇게 글로라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