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시작 다른 의미

‘떨’이라는 시작

by 이논

‘떨어지다’와 ‘떨쳐내다’.

‘떨’이라는 같은 글자에서 시작된 이 두 말은

서로 다른 의미를 품고 있다.


떨어지는 건 부정적인 느낌을 준다.

자존감이 떨어진다, 자신감이 떨어진다.

떨어진다는 건

사람이 힘듦이라는 감정에 빠질 때 주로 쓰인다.


반면, 떨쳐낸다는 말엔 해방감과 긍정이 있다.

불안도, 두려움도, 후회도,

뒤에 ‘떨쳐낸다’라는 표현을 붙이면

해방이 되고 앞으로 나아가는 느낌이다.


떨어지는 말은 아래로 향한다.

무게가 있고, 눌린다.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아래로 내려간다.


반면 떨쳐낸다는 건 앞으로 나아간다.

내 안에 있던 걸 털어내는 동작,

먼지를 털 듯이, 마음의 먼지를 날리는 몸짓.


여기서 흥미로운 건,

우리는 종종 떨어졌을 때,

떨쳐내는 힘을 발견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떨어짐이 있어야 떨쳐낼 수 있는 경우가 있다.

자신감이 떨어져 두려움을 느낄 때

두려움을 떨쳐내면 자신감이 돌아온다.


떨어지는 것은 나의 의지와 상관없을 수 있지만,

떨쳐내는 것은 나의 의지이고 선택이다.


어쩌면 떨어져본 사람만이

진짜로 무엇을 떨쳐낼 수 있는 걸지도 모른다.




어느 날 멍하니 있다가 문득 ‘떨어지다’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이 말은 이상하리만치 부정적인 상황에서 자주 쓰인다.

자존감이 떨어지고, 자신감이 떨어지고, 시험에서 떨어지고.

무언가 아래로 툭 떨어지는 느낌, 의지와 상관없이 무게에 눌려 내려가는 느낌이다.


그러다 문득 비슷한 단어 하나가 떠올랐다.

떨쳐내다’.

같은 ‘떨’이라는 글자에서 시작되는데도, 이 말은 전혀 다른 결을 가지고 있었다.

두려움을 떨쳐내다, 불안감을 떨쳐내다.

이 단어는 어딘가 단단하다. 무언가를 털어내고 앞으로 나아가는 느낌이 있다.


이 둘을 곰곰이 들여다보다가 흥미로운 사실 하나를 발견했다.

‘떨쳐내다’는 종종 ‘떨어지다’와 이어지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두려움과 불안감이 찾아와 자신감이 떨어졌다.

하지만 두려움과 불안감을 떨쳐내자 자신감이 돌아왔다.


그래서 생각하게 됐다. 어쩌면 떨어져본 사람이 떨쳐낼 수 있는 법을 더 잘 알 수 있지 않을까?

무너진 경험이 있어야, 다시 일어서는 법도 배울 수 있으니까.


이런 생각을 가지면서 이 글을 쓰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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