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편지지
구름은 내 마음을 담는 편지지였다.
하늘만 보면, 나의 편지지가 펼쳐져 있었다.
그 중 이쁜 편지지만 골라 매일 내 마음을 담았다.
어느 순간 구름이 먼저 내 마음을 담아갔다.
내가 담지 않아도 구름은 알아서 내 마음을 담아갔다.
구름이 내 마음을 담아갈 때 나는,
내가 담을 때보다 신이나서 더 큰 마음을 담았다.
너무 큰 마음을 담아 구름이 무거워졌다.
무거워진 구름은 비를 쏟아냈다.
내 마음을 담던 흰 구름은
내 마음을 쏟아내는 검은 구름이 되었다.
사람을 많이 만나다 보면, 그중에 유난히 더 끌리고, 더 알고 싶고, 자연스레 마음이 가는 사람이 있다.
나도 그런 관계를 만난 적이 있다. 처음 마주쳤을 때, 조심스럽게 마음을 전하던 시기에는 괜찮았다.
상대도 가볍게 반응해 주었고, 그 작은 변화만으로도 충분히 따뜻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상대가 마음의 문을 아주 조금 열어준 때가 있었다.
그 미세한 틈을 보는 순간, 나는 내가 원래 건네던 마음보다 더 큰 마음을 빠르게 건네기 시작했다.
“이제는 괜찮겠지?” 하는 기대와 기쁨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의 그 마음이 상대에게는 ‘무게’가 되는 순간이 있었다.
나는 무게라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다.
내가 건넨 마음은 결국 상대가 감당할 무게를 넘어섰고,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한 관계는 서서히 멀어졌다.
그때 나는 알게 됐다.
누군가에게는 마음을 주는 ‘속도’와 ‘양’을 생각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
마음을 주는 것 자체가 중요한게 아니었다.
이 글은 그때의 경험에서 비롯되었다.
하얀 구름처럼 가볍고 예쁘던 마음이 너무 많은 마음을 담는 순간 무거워지고,
결국 비를 쏟아내는 구름이 되는 과정을 보면서, 내 마음도 그렇게 상대에게 비가 되어버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관계에서 마음을 주는 일은 여전히 중요하다.
다만 앞으로는, 내 마음의 크기만큼이 아니라 상대가 받아들일 수 있는 여백을 함께 생각해 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