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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파도 Jun 20. 2024

1년간 직접 겪어본 프리랜서 장점 두 가지

진짜 장점은 시간 관리도 낮잠도 아닌 이것 해방

회사원에 재능이 없는 걸 느끼고 프리랜서 생활을 한 지 1년.

크고 작은 일을 겪으며 느낀 프리랜서의 장점을 말해보자면


1. 출퇴근 해방

돌이켜보면 나의 출근은 전날 밤 11시부터 시작이었다. '하 내일 출근이네..'로 이미 심리적 출근이 시작됐다. 업무 스트레스가 심했던 날은 꿈에서도 회의를 했으니 자도 자는 게 아니었다. 그렇게 원치 않는 아침을 맞이한 뒤 씻고 옷을 고르고 신발을 신으면 물리적 출근이 시작된다.


차라리 도착하면 마음은 편하다. 하지만 가는 길은 대체 왜 편하지 않은 것인지.. 자연인 A씨의 페르소나를 놓아주고 회사원 A씨 역할로 갈아 끼워야하는 출근 시간은 울렁울렁 그 자체였다.  


프리랜서는 PC가 있는 거실에 앉으면 출근 끝이다. 마음의 준비를 할 필요도, 씻을 필요도, 모르는 사람 뒤통수를 볼 일도, 페르소나를 갈아 끼울 일도 없다. 어쩌면 의도적으로 출근 한다기보다 실수로 의자에 앉아버린 김에 출근이 시작됐다는 표현이 맞다. 그만큼 출퇴근이 주는 심리적, 물리적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음이 아주 큰 장점이다.




2. 보상심리 해방

퇴근 10분 전 머릿속은 온통 '집 가면 맥주 먹고 넷플릭스 달릴 거야'로 가득했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업무 강도를 떠나 그냥 회사에 왔었다는 사실을 보상을 받고 싶은 게 틀림없다.


하지만 프리랜서를 시작하고 보상심리가 사라졌다. 아침에 일어나 일하고, 점심 먹고 일하고, 저녁 먹고 일하다 잠든다. 어떻게 이런 삶이 가능할까 스스로 생각해본다면 원동력은 결국 업무의 질이다. 


회사는 좋아하는 일+귀찮은 일+인간관계+출퇴근+집을 나선 뒤 알게 모르게 무의식이 싸우고 있는 다양한 상황이 복합적으로 엉켜있다. 진심으로 좋아하는 일은 구분한다면 하루 8시간 중 많아야 50% 내외라 본다. 


그러나 프리랜서는 이에 비해 업무에 투입하는 시간의 질이 다르다. 기본적으로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주특기 위주로 업무 제의가 들어온다. 고민하는 시간이 즐겁고 더 좋은 작업물을 위해 밤을 새워도 피곤하지 않다. 그래서 일을 마치더라도 쉼이나 취미로 보상받고 싶은 욕심이 딱히 없다. 


수입 파이프라인이 안정적으로 변하면 그때부터 내가 하고 싶은 일을 골라서 할 수 있다. 매번 하던 업무나 업종에서 벗어나 도전 해볼 수 있고 새로운 네트워크를 만들어 경력을 한층 넓히는 맛에 빠진다. 


사람마다 다르지만, 이때쯤 디지털 노마드 생각이 난다. 가끔 경치 좋은 곳에서 일하며 마음속으로 '이런 게 프리랜서지'하며 만족스런 미소를 띤다. 이렇듯 결국 일에 대한 보상도 좀 더 좋은 일터를 만드는 정도의 보상일뿐 공허한 마음을 달래기 위한 술과 영화와 친구가 필요 없다. 이 재미난 일을 어떻게 하면 더 재밌게 굴려나갈까 고민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보상된다.


이렇게만 보면 장밋빛 인생이지만 현실적으로 접근하자면 초기 프리랜서에게 보상은 사치다. 당장 굶고 싶지 않다면 노력과 결과물이 비례한 프리랜서 시장에서 일단 열심히 해야 한다. 다음 계약을 다시 성사하기 위해 업무에 진심이 담기지 않을 수 없다. 특출난 재주가 있지 않은 한 보상이고 뭐고 계속 고민해야 나 같은 사람에게 밀리지 않는다. 등골이 서늘해지며 지금 누워있을 때가 아님을 스스로 느끼는 순간, 그 어떤 영화와 게임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결국 보상심리는 쫄리는 마음에 등한시되다 진정한 일의 재미를 느끼는 순간 저 깊이 숨어버린다. 마음속 이곳저곳을 살펴보면 보상심리는 아직 남아있겠지만, 가짜 보상이 아닌 진정한 보상을 찾았기에 더는 나에게 애걸복걸하지 않는다는 표현이 맞다.




회사 밖은 지옥이라는 말에 살짝 겁이 났지만, 나와 보니 인생은 운칠기삼에 가까웠다. 일 하나만 더 들어오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마다, “님 프리랜서 하심?”하며 연락과 함께 일거리를 건네준 감사한 형님, 누님, 친구들이 없었다면 다시 가짜 노동의 굴레에 빠졌겠지. 진심으로 감사하다.


지난 1년간 회사 간판 떼고 내가 이 사회에서 얼마나 팔리는 사람인지 알 수 있었다. 월급 너머 세상도 겪어보고, 한 가지 커리어로만 살기에는 생각보다 재밌는 일이 많다는 것도 느꼈다. 부디 점진적 우상향하는 미래가 펼쳐지기를



첫 디지털 노마드, 시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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