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장점은 시간 관리도 낮잠도 아닌 이것 해방
2. 보상심리 해방
퇴근 10분 전 머릿속은 온통 '집 가면 맥주 먹고 넷플릭스 달릴 거야'로 가득했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업무 강도를 떠나 그냥 회사에 왔었다는 사실을 보상을 받고 싶은 게 틀림없다.
하지만 프리랜서를 시작하고 보상심리가 사라졌다. 아침에 일어나 일하고, 점심 먹고 일하고, 저녁 먹고 일하다 잠든다. 어떻게 이런 삶이 가능할까 스스로 생각해본다면 원동력은 결국 업무의 질이다.
회사는 좋아하는 일+귀찮은 일+인간관계+출퇴근+집을 나선 뒤 알게 모르게 무의식이 싸우고 있는 다양한 상황이 복합적으로 엉켜있다. 진심으로 좋아하는 일은 구분한다면 하루 8시간 중 많아야 50% 내외라 본다.
그러나 프리랜서는 이에 비해 업무에 투입하는 시간의 질이 다르다. 기본적으로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주특기 위주로 업무 제의가 들어온다. 고민하는 시간이 즐겁고 더 좋은 작업물을 위해 밤을 새워도 피곤하지 않다. 그래서 일을 마치더라도 쉼이나 취미로 보상받고 싶은 욕심이 딱히 없다.
수입 파이프라인이 안정적으로 변하면 그때부터 내가 하고 싶은 일을 골라서 할 수 있다. 매번 하던 업무나 업종에서 벗어나 도전 해볼 수 있고 새로운 네트워크를 만들어 경력을 한층 넓히는 맛에 빠진다.
사람마다 다르지만, 이때쯤 디지털 노마드 생각이 난다. 가끔 경치 좋은 곳에서 일하며 마음속으로 '이런 게 프리랜서지'하며 만족스런 미소를 띤다. 이렇듯 결국 일에 대한 보상도 좀 더 좋은 일터를 만드는 정도의 보상일뿐 공허한 마음을 달래기 위한 술과 영화와 친구가 필요 없다. 이 재미난 일을 어떻게 하면 더 재밌게 굴려나갈까 고민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보상된다.
이렇게만 보면 장밋빛 인생이지만 현실적으로 접근하자면 초기 프리랜서에게 보상은 사치다. 당장 굶고 싶지 않다면 노력과 결과물이 비례한 프리랜서 시장에서 일단 열심히 해야 한다. 다음 계약을 다시 성사하기 위해 업무에 진심이 담기지 않을 수 없다. 특출난 재주가 있지 않은 한 보상이고 뭐고 계속 고민해야 나 같은 사람에게 밀리지 않는다. 등골이 서늘해지며 지금 누워있을 때가 아님을 스스로 느끼는 순간, 그 어떤 영화와 게임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결국 보상심리는 쫄리는 마음에 등한시되다 진정한 일의 재미를 느끼는 순간 저 깊이 숨어버린다. 마음속 이곳저곳을 살펴보면 보상심리는 아직 남아있겠지만, 가짜 보상이 아닌 진정한 보상을 찾았기에 더는 나에게 애걸복걸하지 않는다는 표현이 맞다.
첫 디지털 노마드, 시드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