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god Concert <Chapter:0> 다녀온 소녀팬의 일기
살아있는 전설, 리빙 레전드라고 불리는 한국의 전무후무한 공연형 아이돌 'god'.
초등학생 시절 손호영 오빠의 플러팅에 그야말로 '덕통사고'를 당하고
그대로 20년 넘게 덕질을 하고 있는 흔한 팬지오디 1인이다.
god 오빠들 콘서트 한 번 가보는 것이 꿈이었던 한 10대 소녀는
오랜 시간이 지나서 사회에서 어엿한 직업도 있고, 아내도 되고, 엄마가 되어서
이번에 오랜만에 단독 콘서트를 다녀왔다.
제목은 2024 god 콘서트 챕터0.
이번에 열린 콘서트 3일 내내는 우리들의 축제를 축하라도 해주는 듯,
하늘마저 완벽했다.
"왜 이렇게 매진을 시켜주시는 거예요" (손호영)
첫 인트로 곡이 끝나고 인사 타임에, 환호를 해주는 팬들을 향해서
멤버들은 매회 매 공연마다 매진을 시켜주는 팬들, 관객들에게 감사 인사를 올렸다.
나도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god콘서트는 왜 매번 매진 신화를 기록할까?"
팬들 입장에서는 정말 매 티켓팅마다 전쟁이 따로 없다.
본인 엉덩이 하나 붙일 자리 잡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나마 최근에는 팬클럽 선예매라는 신문물 제도를 도입해서 조오금은 나았던 듯)
god가 데뷔하고부터 지금까지의 서사, 스토리도 있지만
사실 무엇보다 음악의 힘이 크지 않을까.
god 팬이라고는 하지 않아도, 국민그룹이라는 타이틀을 얻을 만큼
대중들이 기억하는 좋은 명곡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국민그룹이니까.
이번 콘서트에서 불렀던 대중적인 명곡들 뿐만 아니라
항상 팬들이 듣고싶다고 보고싶다고 원했었던 수록곡들도 셋리스트에 포함이 되었다.
명곡들만 아는 일반 관객들에게는 잘 모르는 노래일 수는 있겠지만,
수록곡들도 숨은 띵곡(명곡)들이 많으니까 듣는 일반 관객들에게도 새로운 노래일 수 있고
팬들에게는 보고싶었던 무대를 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숨은 띵곡도, god의 색이 짙게 녹아든 정말 좋은 명곡들이 많다.
사실 콘서트 숱하게 갔어도 셋리스트를 잘 듣지는 않았었는데
이번 콘서트는 셋리스트를 무한 반복 중이다.
god 콘서트가 매번 매진 신화를 기록하는 두 번째 이유,
한 편의 성장 드라마보다도 더 드라마 같은 그들의 서사.
당시 데뷔했던 그 어떤 아이돌 그룹과는 남다른 '날것'의 그대로를 보이며
대중들에게 다가갔던 god멤버들이다.
육아일기라는 예능을 보면, 지금으로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리얼' 그 자체였다.
2집을 낼 수 있을까, 말까 했던 그 시기에 육아일기 예능이 터지고
올라갈 수 있는 최고 인기 가수의 자리까지 올라가서,
멤버 윤계상의 탈퇴. 7집을 끝으로 4인 god의 활동 중단.
2014년 5인 god 재결합. 그리고 현재까지 ing인 그룹.
그렇게 god가 걸어왔던 길이 이번 콘서트에 다 녹아있었다.
이런 서사 연출은 누가 한 것인지, 팬지오디 입장에서는 눈물버튼 연출이었다.
손호영의 운다, 김태우의 사랑비, 솔로곡에서
또 박준형 안데니 유닛의 사랑의 동그라미,
4인의 '헤어짐보다 아픈 그리움'.
윤계상은 자신이 지나온 시간을 필름 영상으로 자신의 연기로 표현했다.
1인에서 유닛, 4인.. 그리고 다시 다리열개 god가 되기까지.
헤어짐보다 아픈 그리움 노래가 끝난 이후
윤계상이 긴 복도를 걸어오며 다리 열 개가 되었다.
윤계상이 그 길을 걸으며 "내가 가는 이 길이 어디로 가는지" 노래를 시작하는데
2014년 7월 12일. 팬지오디 인생 최초로 다리 열개를 보던
그 감동이 몰려왔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무려 25년이 넘었다.
god도 성장하고, 팬들도 같이 성장하는 시간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god와 fan god가 가족이라는 타이틀로 묶을 수 있는 것 같다.
이번 콘서트가 유독 팬 입장에서는 감동적인 공연이었다.
god의 팬 사랑을 너무나도 느낄 수 있었던 무대였다.
god가 팬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선물을 주려고 고심에 고심을 거듭한 흔적들이 보였다.
최초 360도 공연. 정말 하느님석에서도 무대가 훤히 잘 보였다고 한다.
vip 앞좌석 팬들에게는 조금 더 가까이에서 무대를 즐길 수 있는 감동을 선사했다.
콘서트가 시작하고, 절정으로 향해 갈수록 흘러가는 시간이 야속해지기도 했다.
붙잡고만 싶은 이 시간, 이 공기.
마음 같아서는 5명 멤버들을 무대 위에 묶어두고 싶을 정도..^^
또 하나 남기고 싶은 이야기.
그런데 이번 콘서트에서 경악을 금치 못할 이야기도 들어서
정말 충격이 컸다.
우리의 리더, 정신적 지주인 멤버 박준형이 디엠으로
안 좋은 이야기들이 왔다고 고백아닌 고백을 했다.
콘서트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마음에 안 든다고 평가들을 해댄 것 같았다.
팬지오디에게 god가 콘서트를 하는 것은 '선물'과도 같은 일이다.
서로에게 선물과도 같은 시간으로 준비하는 자리일텐데
속상한 마음을 금치 못했다.
god가 콘서트를 하고, 그 자리를 지킬 수 있는 fangod라서
감사하다는 마음을 가지는 팬들이 더 많다는 것을 기억해주었으면..
이제 god도 fangod도 보통날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는 시간이다.
아직 콘서트 후유증, 여운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1인이지만 말이다.
올해는 유독 콘서트 날이 다가오면 다가울수록 괜히 아쉬워졌다.
너무 빠르게 흘러가버리면 어떡하지,
한참동안 내 일상의 큰 이벤트였던 콘서트였는데
이게 끝나버리면 너무 아쉬우니까..
고작 하루 콘서트 즐긴 한 명의 팬일 뿐인 나도 이런 감정이 올라오는데
god 멤버들은 집에서 얼마나 공허하고 허무할지.
아주 잠시동안, 마치 꿈을 꾼 것 같은 하루였다.
조금만 아쉬워하고, 다시 내 현실의 위치에서 열심히 살아가다 보면
god가 "모여라 얘들아" 하는 날이 올 것이라 믿는다.
이제 팬지오디로서 할 일은
콘서트 복습하기 예습하기 god 기다리기.
우리가 다시, 다시 만나기를..
30대 엄마가 된 나를 10대 소녀팬으로 돌아가게 해준 하룻날의 꿈 같은 시간.
좋은 공연, 일상의 힘이 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줘서 고맙습니다.
#god콘서트 #소녀팬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