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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래 Jun 23. 2016

평론

Monhami Story

그림을 그리면 맨 먼저 ham에게 보여준다. 집에서 작업을 하다보니 어쩔 수 없이 ham이 최초 관람자가 된다. 그런데 오호? 제법 객관적이고 날카로운 평가를 해서 종종 놀라곤 한다. 말하자면 좋은 소리를 해주는 날보다 시큰둥한 반응이 돌아올 때가 더 많다는 거다. "주인공 캐릭터가 잘 안보여"라거나 "전보단 나아졌지만 먼가 허전해"라는 식이다. 이론이 뒷받침 되는 전문적 소견은 아니지만 가끔은 전문가들(동료나 편집자)의 그것과 일치하기도 한다.

물론 이런 경우는 드문 일이고 대체로 "좋아 좋다니까 내가 뭘 알겠어"하고 귀찮아 죽겠어라는 말을 돌려서 한다.


그런데 얼마전 "지금 하는 이야기 그만두고 다른 거 해보는 게 어때?"라는 게 아닌가.

이번엔 좀 마음이 상했다.

그래서 낮에 작업을 하다 회사에 가있는 ham에게 전화를 걸어 "그만 두라는 말만 하지마"하고 당부했다.


그림을 보여줄 때마다 ham은 그림을 보는 척만 하거나 아예 보지도 않고 클리셰가 가득 담긴 코멘트를 한다. 무성의하다고 쏘아붙이면서도 나는 안다.


언젠가 "네가 그리는 건 다 좋아. 그림을 그려도 좋고 그리지 않아도 좋아. 네가 행복하기만 하다면."이라던 ham의 말처럼 중요한 건 이 일을 즐기고 있는가라는 걸.

ham의 이런 무관심한 척이 응원과 지지의 다른 표현이란 걸.(아, 아닌가?...)


* Monhami Story 는 함께 살고 있는 남자 Ham대한 이야기를 모나미 볼펜으로 그리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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