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개와의 이별 이야기 - 3
2018년 6월 23일
애견카페는 참 많은 마음이 드는 공간이다. 가장 좋아하는 동물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장소인 동시에, 생기를 잃은 개들이 여기저기 누워있는 곳. 두근거림과 측은함은 뱃속을 불편하게 한다.
오래간만에 과식을 하고 야외 테이블에 잠시 앉았다. 새로 나온 도너츠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가 그가 말했다. “애견카페에 갈까?” 그는 무심한 듯 예민해서 내 기분을 아주 잘 알아낸다. 오늘 나의 상태가 많은 개들이 모여있는 곳이 괜찮을 정도라는 것까지. 내 마음이 괜찮을지 확인해보고 싶은 호기심이 일었다.
큰 개가 많기로 유명한 곳으로, 입장료는 일인당 팔천 원. 냉장고에서 음료수를 하나씩 꺼내 들고 대형견 공간으로 안내받았다. 계산을 하는 동안 어린 닥스훈트 한 마리와 눈이 마주쳤다. 까맣고 진지한 눈을 가진 매끈한 개. 내 표정도 비슷했을 거다.
소변과 세제의 냄새가 뒤섞인 넓은 공간. 자리에 잡기도 전에 슈나우저 한 마리가 테이블에 뛰어 올라와 그의 얼굴을 핥았다. “나도 해줘.” 개는 내 얼굴에도 침을 묻혀 주었다. 고마운 마음에 두 손으로 개를 쓰다듬었다. 오공의 털과는 달리 벗벗한 촉감. 따뜻하고 작은 몸통 때문에 눈물이 고였으나, 개가 바로 달아났기 때문에 금세 참아낼 수 있었다.
새로운 손님이 올 때마다 온몸으로 환영해주고, 못된 도베르만에게도 절대 지지 않고 짖으며 반격하는 씩씩한 개. 그가 개를 잡아두려고 하자, 작은 몸을 홱 돌려 이를 드러냈다. 본받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다행히도 오공을 닮은 개는 없었다. 오공의 특별함에 대해 말하자면, 그의 아빠는 말티즈와 푸들의 혼종이고 엄마는 말티즈와 그보다 조금 더 큰 개의 혼종이다. 그래서 오공은 주둥이와 몸이 긴 편인 말티즈였다. 평생 짖어본 일이 별로 없는 얌전한 개. 나는 오공의 머리 위에 내 이마를 갖다 대고 긴 주둥이에 입을 맞추곤 했다. 오공은 늘 나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었다.
‘그가 이 곳의 개였다면 소형견 코너에 있어야 할까, 대형견 코너에 있어야 할까.’하고 상상하다가 한 장면이 떠올랐다. 큰 개들에게 쫓겨 온 몸이 축축이 젖은 어린 개. 그 촉감은 마치 갓 태어난 동물 같았다. 오공과 동네 애견카페에 갔을 때의 기억이다.
날 닮은 개가 한 마리 있었다. 간식을 나누어 주는 손님을 따라 분주히 돌아다니는 개들 사이에서 걸음을 아끼던 청회색 개. 내 자리로 올라오더니 차렷 자세로 앉아 꽤 오랫동안 손님을 응시했다. 그렇게 간식을 받아먹고는 내 무릎에 머리를 기댔다. 고마웠다. “어쩜 이렇게 뚱뚱하니.” 짓궂게 이야기했지만, 그 통통한 몸통과 다리를 만지는 것은 꽤나 감동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