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개와의 이별 이야기 - 2
2018년 6월 21일
오늘은 노을을 놓쳤다. 자연의 빛은 이미 가라앉았고, 사람의 빛만이 강물에 가득 담겼다.
녹색이 검게 보이는 샛길을 좋아한다. 가끔 거미줄이 몸에 닿지만 그 정도는 감내할 만하다. 인적이 드문 길이 좁아진다. 시커먼 나무와 키가 큰 갈대들이 모두 날 쳐다보는 것 같아 살짝 긴장이 되는 걸음. 알싸하고 어두운 공기에 짓눌리는 느낌이 황홀하다.
그 짧은 길을 빠져 나오면 다시 개들이 보인다. 전형적인 푸들컷을 한 까만 개가 비슷한 헤어스타일의 할머니에게 재롱을 부린다. 휴대폰을 들여다 보는 할머니는 무심했다. 뚱뚱한 불독 한 마리는 잔디에 주저앉아 곧 죽을 듯이 숨을 헉헉대며 주인을 곤란하게 하고 있었다.
하얀 개를 마주치지 않길. 모퉁이를 돌 때마다 바랬다. 네 발에 힘을 주고 똘똘한 표정으로 단단히 주위를 둘러보는 웨스티, 아직 주인과 보폭을 맞추는 법을 배우지 못해 허둥대는 아가 말티즈. 오공을 생각나게 하는 개는 많았으나, 꼭 닮은 개는 한 마리도 없었다. 모든 존재가 다른 모습인 점에 감사했으나, 그렇다고 눈물이 안 난 것은 아니다.
바람은 선이 아닌 면으로 불어와 날 쓰다듬고 갔다. 바람에서 그리운 촉감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