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서 살아볼까?
프롤로그 1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어릴 때부터 외국어를 배우는 일이 재밌었다. 영어와 일본어에 특히 관심이 많았고, 당시 공교육으로 채워지지 않는 갈증을 채우기 위해 중3 때는 종로에 있는 성인반(이라고 하긴 뭐하지만 저녁 수업이었기 때문에 10대는 나와 내 친구뿐이었다) 영어 스피킹 학원을 다니기도 했다. 고등학교 때는 같은 학원에서 일본어 수업을 듣기도 했다.
대학교는 성적에 맞추어 진학을 했고 (수시라 성적보다 더 좋은 곳에 가긴 했다) 전공은 딱히 깊은 고민 없이 막연히 영문학과에 가야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인문학부로 들어갔는데 어찌어찌 영문학과에 갈 수 있는 성적이 나왔고 (당시에는 영문학과가 가장 인기 있었음), 영문학과 수업은 몇몇 수업들(음운론이나 고전문학 같은 수업들..)을 제외하면 그럭저럭 들을만했다. 애초에 내가 기대했던 대학생활에 전공수업을 즐기는 부분은 없었던 듯.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다양한 국적의 교환학생들을 만났고 나 또한 미국으로 어학연수, 일본으로 교환학생을 다녀왔다.
졸업을 앞두고 취업을 준비하면서 뒤늦게 자아성찰을 하게 되었고, 취업경쟁 속에 불러주는 곳이면 어디든 일해야지, 했으나 막상 들어간 회사는 나와 맞지 않았다. 이직이 쉽지 않으니 급하게(?) 대학원을 가기로 했다. 날림으로 준비한 서류였지만 대학원에 입학하게 되었다. 그렇게 들어간 대학원이 마음에 들리 없었다. 그만둘지 말지를 내내 고민하면서도 들어간 돈과 시간을 생각하며 울며 겨자 먹기로 졸업을 했다.
졸업을 앞두고 또다시 취업준비. 대학 때 하던 것과 크게 다를 줄 알았으나 여전히 불러주면 가야지, 하는 저자세가 되어 있었다(말이 대학원이지 전문성이 없는 곳이었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그렇게 어느 법률사무소에서 외국 고객사들의 지적재산권을 관리하는 일을 하게 되었다. 일은 초반에는 재미있었는데 다른 사람들에게 관심이 심각하게 많은 사람들이 있어 힘들었다. 언제든 그만둬야지 하는 마음으로 다니다 보니 그사이 연애도 하고 결혼도 하고 어느새 꽤 많은 시간이 흘렀다.
물론 그 시간 동안 회사 밖으로 다양한 취미생활도 해보고, 이직도 알아보고, 자격증 공부도 해보고, 친구들/동료들과 회사 뒷담화를 격하게도 해보았으나 (결국 내가 싫어하던 사람들처럼 되어가고 있었다) 안정적이던 직장과 따박따박 나오는 월급을 뒤로하고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것이 겁이 났다. 무료한 일상과 늘 불평불만한 하는 내가 자꾸 싫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