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편지
1.
선생님.
선생님께 편지를 언제 드렸는지 기억나지 않는 만큼
선생님과 저 사이에 많은 시간과 세월이 흘렀음이 자명한 것 같아요.
뭐가 아쉬운지 모르겠지만 ‘아쉬움’이란 단어가 가장 많이 떠올라요.
그 다음은 ‘슬픔’이에요.
저는 삶은 비극이라고 생각해요. 살아가면 살아갈수록 소중한 건 늘어나는데,
그것들은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듯 잃어가니깐요.
하지만 대신 그 소중함을 알기 때문에 그걸 느낄 수 있는 인연과 순간들이
더더욱 값지게 느껴져요.
따라서 삶은 비극이어도 결국 선물이에요.
선생님, 앞으로 한 달 간의 이 시간이 우리에게 어떤 선물이 될까요?
설레고 기뻐요, 우선.
2018.02.08 해리 드림
2.
선생님.
오늘은 다시 피아노를 배우는 첫 수업이었네요!
선생님 앞에서 오랜만에 피아노를 치려니, 네, 상당히 떨렸습니다.
하지만 정말 즐거웠어요. 몰입! 몰입이 무엇인지 확실히 느꼈어요.
사실 선생님 수업을 그만두게 된 뒤로 생각이 너무 복잡해서
한 곡조차 제대로 치기 힘들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피아노를 치는 자체가 행복해요.
이제는 피아노를 잘 쳐야겠다는 욕심이 들지 않아서 그러가 봐요.
이전에도 이만큼 즐겼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어쩌면 잘 치는 것보다 어려운 건 ‘즐기는 것’인가 봐요.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2018.02.13 해리 드림
3.
선생님!
오늘은 두 번째 수업날이었네요! 그전 수업에서는 이전에 연주했던 곡을 검사 받았다면,
오늘은 새로운 곡을 배웠는데 많이 어려웠어요.
손가락도 마음처럼 움직여 주질 않고요.
배움에 때가 있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었어요.
그래도 지금 배우고 치는 곡들 다 제가 좋아하는 곡들이니, 네,
손해 보는 장사는 아무래도 아닌 게 확실해요.
선생님을 이렇게 다시 뵙게 되면서 인연이라는 게 과연 뭘까 고찰하게 됐어요.
잊혀지지 않는 인연, 지나가는 인연, 지속되는 인연 : 이 3가지 인연의 차이는 과연 뭘까요?
선생님, 선생님과 저는 6년 만에 만나게 됐지만 이 인연이 앞으로도
계속 계속 이어지길 바래요.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2018.02.21 해리 드림
<둥글게 둥글게>
-내 원체 무용한 것들을 사랑하오
-마지막 편지
-샴페인 잔에 담은 우유
-천 냥 빛
-하농
-My Life but Bet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