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편지
4-1
선생님, 선생님이 그때 그러셨지요.
왜 이렇게까지 열심히 하느냐고.
뭐라 특별하게 대답할 말이 없어
실없이 웃기만 했는데. 이젠
대답할 말이 생겼어요. 그런데 재밌는 건,
사실 그때랑 답이 같아요. 그래서 답이 뭐냐면,
답이 없어요. 그냥 피아노 치는 게 좋아요.
웃기게도, 잘 못 치니까, 그래서 좋아요.
뭐든지 잘해야 하는 세상에서 잘 못하는 걸
하고 또 즐기는 제가 기특해요. 의무나 도리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즐거움이에요. 잘 치면 좋겠죠.
그치만 실력에 상관없이 거장이 남긴 예술을
연주할 수 있다는 건 실로 엄청난 기쁨이고 영광이잖아요.
야속하지만, 피아노를 치며 살고 싶어요. 앞으로도, 좋으니까.
<둥글게 둥글게>
-내 원체 무용한 것들을 사랑하오
-마지막 편지
-샴페인 잔에 담은 우유
-천 냥 빛
-하농
-My Life but Bet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