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렛 밤과 딸기 미소의 겨울

샴페인 잔에 담은 우유

by 전해리

음식 : 리얼 딸기 초코 케익(크리스피 크림 도넛), 한라봉

사진 : 크리스마스의 바다와 코트(GQ 코리아)

http://www.gqkorea.co.kr/2015/12/03/%ed%81%ac%eb%a6%ac%ec%8a%a4%eb%a7%88%ec%8a%a4%ec%9d%98-%eb%b0%94%eb%8b%a4%ec%99%80-%ec%bd%94%ed%8a%b8/

노래 : Can’t Take My Eyes Off You (Frankie Valli 노래)


제아무리 군것질을 싫어한들, 가끔은 정신을 아득하게 할 단맛이 필요한 법이다. 눈을 꼭 감고 코를 콕 쥐고 목구멍 뒤로 쿡 삼킬 정도로 단 간식 말이다. 한때 온 마음을 쏟았으나 지금은 구구절절 언급하기도 껄끄러운 것들을 단맛이 혀로 몽땅 끌어안은 다음 식도 너머로 한꺼번에 그 거북한 자취를 감추었으면 좋겠다. 달가운 마음으로 크리스피 크림 도넛의 계절 메뉴로 출시된 ‘리얼 딸기 초코 케익’을 샀다. 실물을 보고 처음엔 약간 당황하였다. 버젓한 이름과 달리 ‘리얼’을 어디에 초점을 둬야 할지 모를 정도였다. 딸기는 소심하게 반쪼가리만 있었고, 빵 부분은 어찌 하여 ‘초코 도넛’이라 하지 않았는지는 모르지만 그마저도 화려한 휘핑 크림 때문에 그리 눈에 띄지 않았다. 하긴, 꿈보다 해몽이지. 이름이야 어떻든 상관없다. 맛만 입에 들면 되니까. 도넛을 든 손도, 크게 벌린 입도 육체의 주인이 단맛을 싫어한다는 걸 아니 무의식적으로 떨려왔지만, 독감 주사 한 방이면 겨울 걱정 없었던 것처럼 이 도넛 하나만 참고 먹으면 모든 것이 해결되니 어쩔 수 없다. 그리하여 베어 문 도넛은 나의 바람대로, 또 ‘까아마안’ 그 외양에 걸맞게 극강의 단맛을 자랑했다. 기대 이상으로 인공적인 단맛에 ‘관둬버릴까’ 잠시 고민도 되었지만, 시작한 이상 끝을 봐야 한다. 눈이 질끈질끈 감기고 이마가 지끈거리는 단 도넛을 야금야금 먹다가 마침내 딸기를 먹어야 할 차례가 왔지만 딸기의 맛은 느껴지지 않았다. 살짝 아쉬웠지만 그다지 속상하지 않았다. 어차피 나는 딸기와 겨울은 어울리지 않은 한쌍이라 여기니까 별 괘념치 않았다. 그저, 딸기는 봄에 어울리니 겨울에 먹는 게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을 뿐이랄까. 단맛을 너무 의식하지 않으려 우걱우걱 씹으며 ‘겨울 바다와 코트’라는 이름의 기사 속에 걸린 사진들을 감상했다. 왜 겨울 바다를 흑백으로 담지 않았을까? 겨울 바다는 어떤 모습일까? 겨울 바다의 밤은 어떨까? 겨울 바다와 밤은 어울릴까? 도넛을 다 먹을 즈음 머릿속은 그토록 바라던 낯설고 새로운 생각으로 꽉 찬다. 옆에 틀어 둔 TV에서 프랭키 밸리의 ‘Can’t Take My Eyes Off You’가 흘러나오고 나의 뇌리엔 히스 레저의 환영이 저절로 띄워진다. 따단따단 박자를 타며 미소를 지으려는 찰나, 최우식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럽게 무릎을 꿇고 꽃 대신 ‘며루치’ 반찬을 윤여정에게 바치는 장면이 노래의 클라이맥스를 차지하자 웃음을 시원하게 터뜨렸다. 입을 벌리고 웃자 초콜렛 향이 난다. 웃음은 초콜렛 맛이다. 극단적인 단맛이 떠나간 자리는 감미로 은은하고, 나는 ‘까아마안’ 겨울 밤의 겨울 바다로 머릿속을 새까맣게 칠한다. 이래서 이따금 혀가 아릿한 단 간식을 먹어야 한다. 질색하다 사랑에 착 감기는 순간을 잡을 수 있다면 구태여 포기해야 할 이유가 없다. 그리고 마무리는 역시, 상큼한 맛이다. 곁에 있던 한라봉을 하나 집어 깐다. 마비된 감각은 차가운 한라봉 한 조각에 찌릿하게 깨어 난다. 단맛에 잊힌 딸기가 차마 아쉽다. 딸기를 먹어야지. 겨울 딸기를 먹지 않을 수 없다 생각한다.


:: 맛있게 먹는 법

단맛이 사뭇 강한 도넛을 먹을 땐 오로지 그것만 먹어야 한다. 동시에 다른 걸 먹으면 맛이 섞여 단맛을 제대로 느낄 수 없다. 먹는 속도는 너무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게. 질리려고 할 때쯤 다행히 도넛은 온데간데없을 것이다. 바로 그때 감귤류의 과일을 얼른 먹으면, 짙지만 무거운 맛과 톡 쏘지만 가벼운 맛의 균형이 비로소 맞는다.


https://youtu.be/7gIngMV9oj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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