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6.01~2021.06.30
이론적으로 보면, 뻔한 의복에 성의 없는 신발이었다. 그러나 눈길을 빼앗겼던 건 걷는 모습이었다. 한쪽 손은 주머니에 넣고, 한쪽 손은 초록색 비닐 봉투를 들었다. 웃옷을 바지 속에 넣은 건 무난했지만 옷의 소재 덕에 위아래의 옷이 바람에 자르르 휘날렸다. 플립 플랍은 의상에 바닷가식 낭만을 더했다. 티셔츠는 황백색, 바지는 감빛이 도는 청회색이었는데, 티셔츠에 드레이프가 보였다. 만약 아니라면 밤의 속임수인 걸로.
멀리서도 눈에 띄었다. 하얀 점박이의 검은 상의와 검은색에 가까운 짙은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 운동화와 가로질러 멘 가방은 같은 초록색이었다. 초록색으로 분위기가 파릇했다. 바로 옆을 스칠 때 보니 가방은 프라이탁이었고, 옷차림의 주인은 할머니셨다.
가슴과 허리에 셔링이 잡힌 탁한 분홍색 원피스를 입은 백발의 할머니는 버스 의자에 마차를 탄 여왕처럼 앉아 탁한 하늘색 키플링 가방을 안고 계셨다.
앞머리 있는 똑단발, 아디다스 티셔츠, 밑단을 종아리까지 접은 생지 청바지에 요정인지 공주인지 모를 캐릭터가 그려진 꽃분홍색 운동화를 신고 아장아장 걸어가는 아가.
사라은 자신이 입고 싶은 옷이 아니라
자신을 빛내줄 옷을 입어야 한다
매월 마지막날 길거리 옷차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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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명의 옷차림을
관찰할 날까지
1000명의 옷차림을
기록할 날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