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선생님께 보내는 마지막 열여덟번째 편지

4-18

by 전해리

선생님,

제가 요즘 특히 선생님에 대한 감사한 마음이

더 커졌어요.

저에게 피아노를 치는 사람이라면 한 번씩은 연주할 만한

곡을 가르쳐 주시고, 따돌림 당한 이후 피아노에

트라우마를 갖지 않도록 제가 좋아할 만한 곡을 마음껏

치도록 마음 써 주신 것에 감사하고 있어요.

이전엔 아니었다는 의미는 아니고요. 이전에도 그랬지만,

근래 들어 더더욱 그렇고, 앞으로도 그러할 거란 뜻이에요.

선생님이 그 시절 그런 수업을 해 주셨기 때문에

오늘의 제가 버티고 있는 것 같아요. 선생님께서 가르친

곡 하나하나가 다 기억나면 좋겠지만 어쩔 수 없죠. 그래도

이토록 평범한 제가 평범하지 못한 삶을 살면서

거의 유일하게 평범한 경험이라고 말할 수 있거든요. 바로 이렇게:

“나도 그거 연주해봤어,” “피아노 치는 거 참 재밌었어.”

선생님의 수업이 준 자부심으로 오늘도 당당하게 살아요.

피아노를 치면 내가 좀 정상적으로 살고 있는 자신감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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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만큼 이로운 글

언제까지고

당신을 맞이합니다


<둥글게 둥글게>


- 원체 무용한 것들을 사랑하오

- 마지막 편지

- 샴페인 잔에 담은 우유

-

- 하농

- My Life but Better



이런 편지를 쓰는 나의 피아노 연주를 감상하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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