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선생님께 보내는 마지막 열아홉번째 편지

4-19

by 전해리

선생님,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지금 이 나이가 꼭 안타깝게 버려지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을 떨쳐 내기 어려워요. 아무리 글을 매일 쓰고

학교 다닐 때 못 한 독서, 그림 그리기를 하고 있다 해도

기약 없는 희망과 안개 속의 미래 앞에서

무기력해지기 십상이에요. 그래서 제가 거의 하루도 거르지 않고

피아노 앞에 앉나 봐요. 왜냐하면

피아노는 이곳에서밖에 못 치니깐요. 피아노를 어딜

들고 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가는 곳곳마다 피아노가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모두가 나의 부족한 연주를

감상하고 싶어하는 것도 아니고, 저도 원치 않고요.

피아노는 지금이 아니면 언제 칠 줄 모르는데

다들 저를 왜 이렇게 못 쫓아내서 안달일까요?

이십 대 중반의 나이는 취직하기 딱 좋은 나이가 아니라

자신이 하고 싶은 것에 매달려도 좋은 나이 아닐까요?

저에게는 시간이 너무 부족해요. 이 시간을 즐길 시간이 부족해요.


4-19.jpg

바다만큼 이로운 글

언제까지고

당신을 맞이합니다


<둥글게 둥글게>


- 원체 무용한 것들을 사랑하오

- 마지막 편지

- 샴페인 잔에 담은 우유

-

- 하농

- My Life but Better


이런 편지를 쓰는 나의 피아노 연주를 감상하고 싶다면

https://brunch.co.kr/@eerouri/149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피아노 선생님께 보내는 마지막 열여덟번째 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