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독서 노트

인류와 AI 결합 미래는 동의, 근거는 미 동의

마침내 특이점이 시작된다. 를 읽고

by 이소 시각

왜 베스트셀러가 되었을까? AI에 대한 관심 때문일까? 아니면 정말 사람들이 저자(레이 커즈와일)의 의견에 동의해서 베스트셀러가 되었을까? 궁금했다. 400페이지가 넘는 벽돌책을 읽었다. 책을 덮은 후 나의 첫 감정은 '당혹스러움'이었다.


저자는 향후 10년 내 인간 수준의 AI와 뇌-컴퓨터 인터페이스가 일상이 되고, 생명공학 혁명으로 건강 수명이 획기적으로 연장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노동 시장의 혼란과 기술 오용이라는 위험도 동반한다. 2030년대에는 자율 성장형 AI와 나노기술로 인간과 기계가 결합하며 기회와 위협이 동시에 극대화된다. 우리가 과학·윤리적 도전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2045년의 삶은 유토피아가 될 수도, 생존이 위협받을 수도 있다. 이 책은 그 특이점을 향한 인류의 최종적인 접근법과 대응 전략을 다룬다.

저자는 다양한 그래프와 논문을 통해 자신의 근거를 뒷받침했지만, 제4장 '삶은 기하급수적으로 개선되고 있다'와 제5장 '일자리의 미래' 부분을 읽으면서 '응?' 하고 고개를 갸우뚱하는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

첫째, 데이터 근거가 1800년대, 1900년대부터 시작된다는 점이다. 저자는 1800~1900년대의 수많은 기술 중 살아남아 성공한 기술만 연결한다. 망한 기술이나 정체되었던 시기는 '큰 흐름에서 보면 사소한 잡음'으로 뭉뚱그려 버린다. 마치 주식 시장에서 100년간 상장 폐지된 수천 개의 기업은 빼고,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1등 기업들의 그래프만 이어 붙이고 "주식은 상승한다"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과 같다. 이런 방식은 생존 편향의 전형적인 오류다.


둘째, 저자가 주장하는 "특이점(인간과 기계의 융합)"이 실제로 오고 있는지 확인하려면, 아직 기술이 닿지 않은 '전통 산업(빵집, 건설 현장 등)'의 통계를 볼 것이 아니라, 변화가 시작된 'AI 최전선'의 데이터를 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미래 이야기를 하지만 정작 근거 자료들은 기술 발전에 따른 1800~1900년대의 그래프를 보여준다. 이는 전형적인 후행지표다. 하지만 이 책을 쓸 당시 충분히 AI 최전선의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5년 이내 창업한 유니콘 기업들의 1인당 생산성 지표나, OpenAI, Anthropic 같은 AI 기업들의 연구 개발 속도, GPT 모델의 성능 향상 곡선 등이 있다. 저자는 이런 선행지표들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의 전체 내용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가 말하는 2045년 인간과 AI의 융합이라는 주장은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는 책 자체의 논거가 아닌, 내가 직접 경험하고 관찰한 현실 때문이다.

첫째, 최근 AI 기술의 발전 속도가 이를 뒷받침한다. DeepSeek, Claude, GPT 시리즈, AI 에이전트 등이 2024년 하반기에 연이어 출시되었고, 빠르게 버전이 업그레이드되었다. 이런 발전 속도를 본다면 2045년 특이점이 불가능하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둘째, 저자의 핵심 주장인 '수확 가속의 법칙' 이론에는 동의하기 때문이다. 이 법칙은 컴퓨팅 같은 정보 기술의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저렴해진다는 법칙으로, 진전이 하나 일어날 때마다 다음 단계의 발전을 설계하기가 쉬워진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게놈 프로젝트가 실행될 때 7년 동안 1%를 해독했다. 비평가들은 "1%에 7년이면 100%에 700년"이라는 예측을 했다. 하지만 커즈와일은 1%를 절반 수준이라고 생각했고, 기술의 발전으로 7년 후 99%가 완료되었다. 최근 생성형 AI가 실용화되면서 대를 물려 분석해야 했던 인간의 단백질 구조 분석도 90% 넘게 완료되었다는 기사를 접했다. 이런 사례들은 수확 가속의 법칙이 실제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나는 커즈와일의 '방향성'에는 동의하지만, '논증 방식'에는 동의할 수 없다. 책이 제시하는 과거 데이터가 아니라, 내가 현재 목격하고 있는 AI의 급속한 발전이 나를 납득시켰다. 따라서 이 책은 AI 미래를 예측하는 현명한 길잡이라기보다는, 이미 AI 혁명을 체감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당신이 느끼는 것이 맞다"는 확신을 주는 책에 가깝다.


그렇다면 이 책은 왜 베스트셀러가 되었을까? 아마도 사람들은 저자의 논거보다는 '특이점'이라는 개념 자체에 매료되었을 것이다. AI가 빠르게 발전하는 시대에 사람들은 불안과 기대를 동시에 느낀다. 이 책은 그 혼란스러운 감정에 하나의 내러티브를 제공한다. "지금 일어나는 일들은 특이점으로 가는 과정이다"라는 거대한 이야기 말이다. 사람들은 데이터의 정확성보다 자신이 살고 있는 시대를 이해할 수 있는 프레임을 원했고, 커즈와일은 그것을 제공했다. 결국 이 책의 가치는 예측의 정확성이 아니라, AI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하나의 사고 틀을 제시했다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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