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자 정도의 내 음성 기록을 가지고, 제미나이(Gemini)를 이용해 1만 자 이상의 글을 완성했다. 3~4일 정도 AI와 대화를 나누며 글을 썼고, 마지막 정리는 클로드(Claude)로 했다.
글 쓰는 스타일을 비교했을 때, 제미나이는 내 글을 거의 새로 다시 써 주는 느낌이라면, 클로드는 내 글을 기반으로 첨삭 정도만 해주는 느낌이다. 확실히 프롬프트에 “비판적으로 얘기해 줘”라고 말했을 때, 정말 글쓴이를 비판하는 느낌으로 피드백을 주는 건 클로드인 것 같았다. 그래서 글을 다듬을 때는 클로드가 더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전체적인 틀을 짤 때 일차적으로 정보를 넣고, 흐름을 잡고, 아이디어를 내는 건 제미나이나 GPT가 더 나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작업을 하면서 느꼈던 건, 생성형 AI로 글을 쓴다는 게 생각보다 굉장히 힘든 일이라는 사실이었다. 채팅창 전체 맥락 이해도가 굉장히 떨어졌기 때문이다. 바로 주어진 질문에 대한 대답은 잘 한다. 하지만 전체 흐름을 고려하지 않는 대답이라 미묘하게 달라지는 새로운 대답들 때문에 사용자가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못하면 생성형 AI에게 끌려다니게 된다. 예를 들어, 앞에서 “간결한 문체로 써달라”고 요청했는데 몇 번의 대화 후 갑자기 장황한 설명 문체로 돌아가 있거나, 글의 핵심 메시지가 조금씩 변질되는 경우가 있었다. 그리고 글의 전체 목적을 잃어버리고 글이 산으로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중요한 포인트는 AI가 글을 쓰고 난 후에 전체 글을 사용자가 검토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때 사용자가 논리적 구성 능력이 없다면, ‘이 글의 논리적 구조가 맞는 것인가?’ 혹은 ’불필요한 글은 없는가?’를 분별해 낼 수 없기 때문에 이런 능력이 필요하다.
생각해 보면 우리가 AI 없이 그냥 글을 쓸 때도, 욕심 때문에 글을 많이 적다 보면 필요 없는 내용들이 생기는데 AI와 글을 쓸 때도 똑같았다. 제미나이로 글을 쓰다 보면 불필요한 것들이 생기고, 내 욕심에 ‘이게 들어갔으면 좋겠는데’ 하는 문장들이 반드시 생긴다. 그것을 적재적소에 재배치하거나 혹은 과감하게 삭제하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결국 생성형 AI는 글을 쓰는 시간, 글을 쓰기 위해 고민하는 과정, 자료 조사, 그리고 지금 내 머릿속에 떠다니는 러프한 단어들의 조합을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 또 백지 상태의 공포를 어떻게 탈출할 것인지에 대한 ‘초입부의 시간’을 줄여주는 것뿐이지, 완성도를 높여주는 건 아니라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사람들이 “생성형 AI가 글을 잘 써주니 대체가 된다”, “일자리를 뺏긴다”라고 하지만, 중요한 건 얼마나 퀄리티 있게 글을 뽑아내는 능력이다. 사용자가 자기 자신의 문해력과 글 쓰는 능력을 어느 정도 키워야지만 AI를 통해 글을 더 정교하고 풍부한 자료로 만들 수 있다. AI를 쓰고도 독창적이고 좋은 결과물의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대체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쓰는 능력도 이제는 두 가지로 나뉠 것 같다. ‘AI라는 도구를 얼마나 잘 쓰는가’ 하는 사람과, 그냥 ‘글을 잘 쓰는 사람’. 원래 글을 잘 쓰는 사람은 범접할 수 없겠지. 따라서 AI를 통해 글을 잘 쓰려면 많이 읽고 글쓰기 수업을 좀 들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쓰는 능력’보다 ‘읽는 능력’이 더 중요한 시대가 되겠다는 결론을 도출하게 되었다. 생성형 AI가 생성한 산발적인 아이디어들을 서론, 본론, 결론의 틀에 맞춰 배치하고, 중복을 제거하며 논리적으로 질서를 세우는 정보를 정리하며 읽는 능력과 AI가 문맥을 놓치고 엉뚱한 소리를 할 때 이를 감지하고 “이 글이 원래 의도대로 쓰여지고 있는가?” 판단하는 전체 흐름을 파악하며 읽는 능력이 필요하다.
제미나이와 함께 쓴 긴, 글
https://brunch.co.kr/magazine/readinginthe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