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와이프가 운전을 하고 싶다고 하네요."

by 구닥다리 에디

운전 교습서라니, 제목이 너무 거창한 게 아닌가 싶은 마음도 든다. 운전은 하지만 운전과 별 달리 상관이 있는 일을 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심지어 운전을 즐기는 것도 아닌 데다가, 그렇다고 매일 운전하는 것도 아니다. 주말에 한 번쯤 운전대를 잡는 게 전부 인, 그런 평범한 남편이 바로 나다. 그리고 엄밀히 말하자면 운전을 즐기지 않는다기보다 오히려 운전을 싫어하는 편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 하루빨리 자율주행 자동차가 보편화되길 바라는 사람 중에 한 명이랄까. 기술이 어서 이 땅의 남편들을, 아니 운전자들을 자유롭게 해 주길.


이쯤 되면 궁금할 법도 하다. 그런 인간이 왜 운전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는지에 대해 말이다. 자못 거창하게 이유를 갖다 붙이려고도 해봤지만, 결국 이유는 단 한 가지다.


"와이프가 운전을 시작하려고 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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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운전면허 적성검사가 만료되어 다시금 운전면허 시험장을 찾았다. 간단한 과정을 거쳐 다시금 면허증을 새롭게 발부받았는데 문득 맨 처음 운전면허증을 받았던 그때, 그 기억이 떠올랐다. 가슴 벅차면서도 한편으론 앞으로 맞닥뜨릴 실전에 대해 걱정하던 그때 말이다.


와이프가 운전을 시작한다고 하니 그때가 떠올랐다. 시중엔 면허 취득에 대해 정답을 알려주는 책들은 많아도 실제 도로에서 운전을 해본 사람들이 남긴 '나름의 해답'이 있진 않았다. 운전을 해보며 느낀 바, 운전에 대한 '정답'이 실제 운전에 도움되었다기보다, 친구나 선후배들이 실제 도로에서 느꼈던 경험담이 내겐 무척이나 유용했다. 그래서 처음 운전을 시작하는 와이프에게 건네는 따뜻한 조언 정도로 이 글들을 준비하게 되었다. 실제 나의 경험을 포함해서 동료, 선후배들로부터 구전처럼 전해오던 초보운전자를 위한 팁들을 한 곳에 모으려고 작정한 글이기도 하다.


물론 그때의 나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와이프는 지혜롭고 현명한 여자이지만, 역시나 그때의 나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형편없는 운동신경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이 글들은 사실 와이프에게(만) 보여줄 요량으로 쓰기 시작한 (편지에 가까운) 글들로부터 비롯되었다. 다 써 놓고 보니 와이프와 마찬가지로 이제 막 면허를 따서 도로라는 전쟁터에 나가야 하는, 한편으론 염려와 걱정의 마음 한없이 큰 초보운전자들에게도 동일하게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 들었다.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가르칠만한 깜냥이 되진 않으나, 약간의 따뜻한 조언 정도 건네는 데 자격증이 필요한 건 아니지 않나. 게다가 애당초 와이프를 독자로 설정하다 보니 한없이 친절하고 자상한 글들이 되었기에, (그렇지 않으면 와이프가 애당초 읽으려 들질 않았을 테니 말이다.) 다른 분들이 읽는다 해도 크게 불쾌할 글들이 아닐 듯하여 약간의 수정과 조금의 첨언을 보태 이렇게 글을 올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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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수롭지 않고 대단하지 않은 글이다. 곱씹고 여러 번 보거나 밑줄 치며 고개 끄덕일 그런 책 역시 아니다. 다만, 그렇기에 매우 가볍고 편하게 읽어 주시길 바라는 마음이다. 와이프에게도 그러했던 것처럼 아주 조금의 도움과 공감이 된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다. 굳이 이 글이 세상에 나오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그 이유를 말씀드리자면 그렇다는 얘기다. 책으로 엮는다면 아주 얄팍한 잡지 정도의 분량을 읽어주실 초보 운전자 분들의 건강과 안녕, 그리고 행복한 운전을 미리 기원하고 싶다.


가까운 미래, 혹은 먼 훗날 도로에서 이 책의 독자분과 마주할 날이 있을까. 둘 중 한 명이 뒷목 잡은 채 만나는 그런 상황은 제외하고 말이다. 서로에게 재미난 인생의 한 페이지, 이 책이 그 교집합이 되어줄 수 있길 바란다. 커피 한 잔과 함께 부디 즐거운 독서되셨으면 좋겠다. 앞으로 차례로 올라올 글들 역시 따뜻한 시선과 함께 대충대충 읽어주시길 바란다. 다시 한번 언급하지만, 이 글을 읽으실 분들이 안전 운전하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