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드러낸 야심
"오빠, 나 운전해볼까 봐."
만감이 교차하는 순간이었다. 와이프의 입에서 운전에 대한 조심스러운 야심을 듣게 된 그 순간 말이다. 본디 운전을 그리 즐기지 않는 터라 내가 아니어도 차를 굴릴 수 있는 다른 운전자의 가세를 늘 바라긴 했으나, 그 운전자가 와이프가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니 등에서 식은땀이 났다. 참고로 지금은 11월이다. 쉽사리 식은땀이 날만한 계절은 결코 아니다.
찰나의 순간에 수많은 생각과 감정이 교차했다. 와이프에게 그다지 특출 난 (혹은 그나마 평균 정도의) 운동신경이 있다고 느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언젠가는 맞닥뜨려야 할 현실이라고 생각했다. 아직은 아이가 없지만 아이가 생길 훗날에는 나 없는 상황에서도 스스로 운전을 하며 다닐 수 있어야 할 테니 말이다. 2초, 아니 3초 남짓이었을까. 이내 태연한 척 대답할 수 있었다.
"그래, 일단 운전 연수부터 한번 알아보자."
좋은 남편이란 무엇일까. 정글 같은 도로에 한번 나가보겠다고 호기롭게 선언한 와이프를 염려하는 마음에 운전을 만류해야 했을까. "당신이 가고 싶은 어디던 내가 운전해서 데려다주겠소." 라며. 그것이 좋은 남편으로서의 역할이었을까. 혹은 내가 직접 운전연수를 시켜주겠노라며 든든한 아군을 자처했어야 했을까.
난 운전에 있어서 전문가가 결코 아니다. 운전연수는 전문가에게 받아야 함이 맞다. 다만 와이프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없을까 생각해봤다. 운전을 이제 막 시작한 이십 대 초반, 한창 좌충우돌 초보 운전자 시절을 떠올려봤을 때 내게 여러 가지 조언을 해주셨던 아버지, 선후배, 지인들의 말들이 생각났다. 지나고 보니 그 조언들이 당시의 내게 참으로 값지고 귀했다.
그래서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다. 말로 내뱉는 어줍잖은 조언 몇 마디가 얼마나 와이프의 귀에, 그리고 뇌리에 남을까. 또 지나가며 흘리듯 떠들어댄 그때 그때의 조언들에서 얼마나 큰 무게가 있을까. 내가 직접 겪은 경험들과 다른 이들로부터 들었던 조언들을 정리해야 했다. 정제된 언어로 차분히 써야만 한다. 읽기 좋게, 받아들이기 좋게 써야 한다.
와이프가 이 글들을 차분히 정독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내 염려와 걱정이 이 글들에 잘 베이고 스며들어 와이프가 온전히 느끼기를 바란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더 책임감 있고 안전한 운전을 하길 바란다. 주위에 아끼는 누군가가, 그리고 사랑하는 누군가가 운전을 결심했을 때 이 글들을 보여주면 그 보다 더 큰 기쁨이 없을 것 같다. 내 와이프의, 그리고 이 글을 읽으실 분들, 그리고 그분들이 사랑하시는 누군가의 안전운전을 기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