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이 있다.

단순 암기 - 면허시험장에선 불패, 도로에선 필패

by 구닥다리 에디

이제 막 면허증을 손에 넣은 사람이라면 두 가지 마음이 공존하게 마련일 것이다. 염려하는 마음이 그중 하나요, 설레는 마음이 다른 하나이니 이 글을 읽으시는 초보운전자들 있다면 혹시 공감할지 모르겠다. 적어도 나는 그러했다. 어서 운전대를 잡고 도로로 나가고 싶은 마음 반에, 나머지 반은 경험해 보지 않은 세계에 대한 두려움으로 가득했다. 새롭고도 낯선 상황에 대해 염려하는 마음은 당연한 바지만 왜 다들 설레는 마음 역시 동하는 걸까? 그 이유를 개인적으로 추측해보건대, 나를 포함한 초보 운전자들 마음 한 구석에 알량한 자신감이 이미 자리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적지 않은 돈 써가며 학원에서 배우고 익힌 것들이 있는 데다가 바로 그 경험들로 인해 운전면허증까지 취득한 따끈따끈한 성공의 기억까지 있으니, 아무리 내색하지 않으려 해도 학원에서 운전대를 잡았을 때 느꼈던 그 재미까지 감추기는 어려운 법 아닐까.


그때 맛 본 찰나의 재미가 사람의 시야를 흐리는데 일조한다고 본다. 나름 제법 운동신경 있다고 자부하던 친구 녀석이 운전면허를 따자마자 차를 가지고 도로로 나간 걸 보면 말이다. 서두부터 강조해서 말하고 싶던 아주 좋은 선례가 다행히도(?) 나의 가까이에 있었던 터라 와이프에게 그 근자감의 허상에 대해 설명해 주기가 몹시도 용이했다. 운전면허 학원이나 면허시험장과 실제 도로는 천양지차라는 아주 지극히 간단한 사실 말이다.


물론 다들 어느 정도 인지는 하고 있을 것이다. 학원에서의 경험과 실제 도로에서 맞닥뜨릴 경험이 꽤나 다르다는 점 말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아주 적고 미세한 크기의 자신감이 운전면허증 발급과 함께 각자에게 적당히 배부되었을 거라고 본다. 그게 없다면 애당초 도로에 나갈 생각 자체를 못할 테니 말이다. 그러나 실제 도로에 나가기 전 그 자신감의 허상에 대해 보다 분명히 해야 함을 강조하고 싶었다.


나의 경우 역시 다를 바가 없었다. 알량한 자신감 하나 믿고 도로에 나갔다가 처참한 현실과 마주했으니 말이다. 왕복 8차선 도로 사거리 한가운데서 차를 세워본 사람이 있다면 당시 내가 어떤 기분을 느꼈을지, 느껴야 했을지 아마 짐작할 수 있으리라. 그러나 부디 그런 기분을 느끼신 분이, 혹은 느끼실 분이 없으시길 바란다. 굳이 권면하고 싶은 경험은 아니니 말이다. 사거리에 진입하려는 바로 그때, 신호등의 녹색 등이 정말이지 절묘한 타이밍에 노란색으로 바뀌었다는 구차한 변명은 하지 않겠다. 이미 구차하다 해도 변명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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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도 물론 계획은 있었다. 학원에서 배운 대로만 하자는 계획 말이다. 그러나 실전은 학원의 환경과 다르다는 점을 그 사거리 속에서 뼈저리게 느끼게 됐다. 그 경험 덕에 한동안은 다시 운전대를 잡지 못했고 다시 도로로 나오게 되기까지 적지 않은 세월이 걸렸다. 돌이켜보면 나의 교만이 깨어지기 위해 필요했던 경험이기도 했지만 내가 조금만 더 현명했더라면 굳이 필요하지 않았던 시간이기도 했다고 회고한다. 적어도 도로로 무작정 나가기 전에 누군가로부터 이런 조언을 들었다면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마이크 타이슨의 명언을 통해 이 글을 읽으실 초보운전자 분들에게 권면하고 싶다. 알량한 자신감이 불러올 아주 치명적일 수 있는 실수에 대해 말이다.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이 있다. 내게 한 방 맞기 전까지는." by 마이크 타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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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운전에 앞서 내 안에 아주 작은 교만이나 알량한 자신감 같은 것이 묻어있진 않은지, 한번 스스로를 돌아보길 바란다. 다른 모든 분야에서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나 운전이라는 분야에서 겸손이 차지하는 중요성은 말로 표현 못할 만큼 지대하다는 것이, 십수 년의 운전경험을 통해 내린 결론이니 말이다. 능력을 조금이라도 벗어나는 자신감이 불러올 화(火)가 바로 목숨과 직결되기 때문에, 스스로에게 진중하게 질문해 보길 바란다.


운전에 대해서만큼은 특히나 더, 부디 스스로를 무겁게 여기시고 경거망동을 삼가시길 바란다. 그것이 운전을 하는 나와, 나의 건강과 안녕을 바라는 사랑하는 내 가족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감이 아닐까. 초장부터 너무 무거운 이야기가 되는 것 같지만, 이런 마음가짐이야말로 운전에 있어 가장 근본적이면서도 중요한 점이기에 가볍지 않게 읽히기를 바란다. 와이프에게도 간곡히 고(告)하는 바다. 부디 스스로를 무겁게 여겨 주기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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