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그리고 조금씩
자칫 초장부터 너무 부정적인 소리 해가며, 난생처음 경험할 운전에 잔뜩 기대하고 있는 분들의 기를 콱 죽이는 게 아닌가 싶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혹여 엄습하는 두려움에 실낱같은 용기가 사라지실 수 있는 분들께 드리고 싶은 조언에 대해 담아봤다. 도로가 정글이기는 하되, 지금 당장 운전을 시작하는 분들이 맞닥뜨릴 정글이 저 험준한 아마존이나 맹수들 우글거리는 그런 최악의 정글은 아니라는 점 말이다.
"여보, 내가 얼른 운전해서 금산(충청남도 소재, 명절마다 가야 하는 와이프 친정)까지 당신 대신 운전해 줬으면 좋겠다."
와이프가 운전에 대한 야심을 드러낼 때마다 하던 말이다. 운전시간만 장장 3시간에 이르는 (나에겐) 대장정에 본인의 힘을 보태고 싶다는 말이다. 기특하기도 하고, 흐뭇하기도 하다. 그러나 와이프의 이 말이 현실로 이루어지게 되기까지에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나는 알고 있다. 빠르면 1년, 혹은 2년은 족히 되어야 아무 염려 없이 장거리 운전을 맡길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운전에 대한 염려가 크신 분들이 범하는 우(憂) 중에 하나는 본인이 운전할 때 지금 당장에라도 엄청난 난이도의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상상을 한다는 점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나친 기우요 쓸데없는 시간 낭비인 셈이니 그런 걱정일랑 고이 접어 두셔도 좋다. 일단은 Step by step으로 운전 반경을 좁게 설정하시면서 천천히 자신감을 키우는 데 집중하시는 것이 좋다.
1. 먼저 운전을 시작하신다면 일단은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까지 좁은 골목길은 지양합니다. 큰 대로변 위주로만 다니시되, 주차공간 역시 비좁은 공간이라면 가급적 지양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2. 밤 운전은 가급적 피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처음 운전을 시작하시는 입장에서 낮 운전과 밤 운전은 전혀 다른 환경이라는 점을 인지하셔야 합니다. 낮 운전과는 달리 밤 운전에선 시야가 비약적으로 좁아지기 때문에 같은 길이라도 전혀 다른 길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신경 써야 할 것들은 더 많아지는 환경이다 보니 운전을 시작하신 초반에는 가급적 밤 운전을 삼가시길 권면합니다.
3. 비 오는 날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비로 인해 시야가 좁아지기 때문에 같은 길일지라도 전혀 다른 환경으로 변모합니다. 일단은 운전에 가장 적합한 환경에서 자신감을 쌓는데 집중하신 후, 차근차근 그 난이도를 높여 도전해 보시는 게 제일 좋은 시나리오일 것입니다. 운전을 이제 막 시작한 지금은 되도록 밤 운전은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우시길 바랍니다.
언급한 이 세 가지를 종합해보면, 비교적 널찍한 도로로 운전 길을 설정하신 뒤 당분간은 그 길로만 운전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 그리고 날씨가 궂은날은 피하고 목적지의 주차공간이 비교적 널찍한 곳이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려볼 수 있다. 이 첫 번째 Step을 통해 각자의 자신감이 비로소 조금씩 쌓일 때 하나 둘 다른 환경을 추가한다면, 어느 순간 점차 향상된 운전실력을 갖추게 되리라 확신한다. 뭐든지 그러하지 않은가. 단번에 쌓이는 건 없다는 지극히 단순한 진실 말이다.
나의 경우에, 와이프가 운전이 숙달되어 나 대신 금산까지 운전대를 잡게 될 날이 과연 언제가 될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아마 자율주행 자동차가 점차 상용화가 될 미래의 어느 날이 아닐까. 적어도 지금부터 1년 내지 2년 정도는 단거리 주행에만 매진하도록 할 계획이니 말이다. 그러나 와이프의 당초 의도와 나의 바람대로 와이프가 나 대신 금산까지 운전해 줄 수는 없어도 그리 억울하진 않을 것 같다. 남편의 수고를 감사히 여겨주고 대신해서 운전해 주고픈 그 마음만으로도 사실 난 충분하니 말이다.
당신은 옆자리 조수석에서 편안했으면 좋겠다.
난 당신을 편안하게 금산까지 열심히 실어 나르겠다고,
그렇게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