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내가 운전을 하기 전 들었던 고민들이었다. 이미 이 전 글들 곳곳에 나의 정체성을 앞서 밝힌 바, 나는 조그만 일에도 소스라치게 놀라곤 하는 쫄림보이기 때문에 호기롭게 운전대를 잡는 다른 동년배들에 비해 조금 더 걱정과 염려의 개수가 많았던 것 같다. 경험한 적 없는 무언갈 호기롭게 시도하길 꺼려하고, 낯선 환경 속에서 모험심보다 두려움을 더 크게 느끼곤 하는, 나는 그런 사람이니 말이다.
게다가 나는 방향에 대한 아주 기초적인 감각도 없을뿐더러, 지리적 감각 역시 눈에 띄게 둔감한 편이라 어쩌면 이런 걱정과 염려가 당연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심지어 기계를 다루는 면 역시 다른 이들에 비해 탁월한 편이 아니다 보니 이 모든 역량을 종합해보면 본격적인 운전을 앞둔 상황에서 그야말로 암담함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었던 셈이다. 단언컨대 운전에 적합한 유형의 사람은 결코 아님을, 나를 포함한 주위 사람들 모두는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사실이기도 했다.
때문에 차를 가지고 어디 낯선 곳에라도 가야 하는 날에는 늘 약속시간보다 1시간 일찍 도착할 것을 염두에 두고 출발하곤 했다. 선택이 아니라 그래야만 했다. 분명 처음 가는 그곳 어딘가에서 빙글빙글 헤맬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내비게이션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따금 내비게이션의 안내가 친절하지 않다고 느낄 때가 더러 있다. "도대체 어디서 빠지라는 거야?" 누군가 파놓은 함정에 빠진 것처럼 유턴에 유턴을 반복해야 했다. 유턴을 반복할 때마다 내 기분 역시 시궁창 어딘가로 진입하는 듯했다. 때문에 어딘가로 출발하기 전 차 안에서 두 손 모아 기도해야만 했다. 그땐 그게 당연한 절차였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이런 나조차도 지금까지 여전히 운전을 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었다. 몇 번의 경미한 사고가 있긴 했지만 그마저도 감사한 마음이다. 그 경험들 덕에 지금까지도 방심하지 않고 조심조심 운전하고 있으니 말이다. 요행처럼 조그만 사고조차 경험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한껏 자만에 빠져 훗날 더 큰 사고와 대면할 수도 있었을 거라고 상상하곤 한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내가 겁쟁이라거나, 두려움이 많은 사람이라는 점 역시 그리 대수로울 일은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운전에 있어서만큼은 겁쟁이여도 된다. 자신감 넘치는 운전자보다 겁이 많은 운전자가 더 낫다. 이건 분명하다.
이제 막 운전을 하려고 하는 와이프가 반복해서 내게 묻는 말이 있다. 본인이 운전을 잘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고 말이다. 그러면 난 대수롭지 않게 대답한다. 나 역시 그런 마음이었다고 말이다.
적어도 아내는 나보다 나은 부분이 많기까지 하다. 방향과 지리에 대한 감각이 있는 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낯선 곳을 함께 갈 때면 아내가 앞장서는 경우가 많다. 백화점에 차를 주차해 놓곤 한참 지나 다시 주차장에서 차를 찾을 때 와이프의 장점이 빛을 발한다. 확실히 아내의 공감각적 감각은 나보다 낫다. "당신은 적어도 나보단 운전을 잘할 수 있을지도 몰라. 하지만 나보다 잘한다고 해서 교만할 건 없어. 난 평균 이하니까 말이야." 아내에게 우스갯소리처럼 하는 말이지만 진심이기도 하다. '평균 이하'에서 아내의 웃음을 의도했건만 아내는 웃지 않는다. 그게 사실임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허투루 하는 말이 아니라, 와이프를 포함해서 대다수의 초보 운전자들의 역량과 여건이 나보다 더 나을 것이다. 또한, 혹시 본격적인 운전 인생을 앞두고 이 글을 읽으실 여성분들 있다면 더더욱 강조하고 싶다. 여성이라고 해서 남성보다 운전에 대한 감각이 뒤처진다거나 남성만큼 잘 해내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염려에 대해 말이다. 지금까지 경험한 바로 여성이라는 이유로 남성들보다 운전에 있어 불리할 건 없다. 공감각적 역량이 남성에 비해 떨어져 주차에 있어서 조금 더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는 하지만, 이것 역시 종합적인 운전능력과는 별개인 데다가 반대로 여성이기 때문에 갖는 장점 역시 존재하므로 여성이 남성보다 운전에 불리하다고 할 수는 없다는 게 나의 결론이다. 저 멀리에서 사례를 찾을 필요도 없다. 그저 나 같은 길치 및 방향치인 남성, 그리고 나보다 나은 방향 감각의 여성인 와이프만 보더라도 운전에 있어 남성과 여성을 차별적으로 단순 도식화할 수 없다는 점이 여실히 증명된다.
이 글을 읽으실 분들은 어떤 분들이 실지 궁금하다. 적어도 방향치에 길치인 나보단 나은 분들이 시라 난 확신한다. 혹여 나와 비슷하다면, 그럼에도 용기를 잃지 마시라 이야기할 수 있다. 그럼에도 아직도 여전히 운전에 대해 두려운 마음 있다면 그 짐을 조금은 덜어내셔도 좋다는 이야기드리고 싶다. 이번 장의 제목처럼 심지어 나도 여전히 운전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