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동에 규모 있는, 그러면서도 구색이 잘 갖춰진 공간이 탄생했습니다. 아실만한 분은 이미 아실 '성수연방'이 바로 그곳입니다.
독특한 큐레이션과 컨셉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아크앤북부터, 익선동 맛집인 '창화당'과 국내 최초의 인도 크래프트 비어 브랜드인 'JAFA 브루어리', 그리고 화룡점정인 '띵굴 스토어'에 이르기까지 '성수연방'을 이루고 있는 각각의 매장과 브랜드들은 다 고유한 자기만의 확고한 영역을 갖추고 있습니다. 설상가상(?) 마켓컬리와 협업하여 소규모 식품 브랜드들의 공유 생산 기반도 마련했습니다. 소위 잘나가는 기업이 아닌 중소 상인들과의 연대 역시 도모한다는 목적이니, 이쯤이면 명분과 실리 모두 적절히 챙겨가는 모양새입니다.
일각에선 책을 지나치게 도구화하는 것 아니냐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럼에도 이 곳 아크앤북엔 늘 사람들로 붐비곤 합니다. 책이 목적이건 도구가 되건, 그런 사실을 떠나 사람들이 이 곳을 찾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요샛말로 '힙' 하거든요. 간단히 말하자면 찾아와서 볼만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공간을 기획한 OTD코퍼레이션은 대중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공간을 원하는지 나름의 해답을 갖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아크앤북을 비롯한 이 곳 성수연방 전반이, 그 태동부터 철저히 대중들이 바라는 점을 모태로 삼아 기획된 곳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누군가에겐 작은 차이일지 모르지만, 이 작은 차이들이 쌓이면서 만들어 내는 거대한 변화의 바람은 결코 작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누군가 가진 것에 안도하며 여전히 변화의 바람을 비껴가려고 할 때, 다른 누군가가 이 작은 차이를 만들어 낸 게 아닐까요.
요즘 '뒷목 식당'으로 인기몰이 중인 백종원 대표의 홍콩반점이 런칭되었을때만 해도 주위 중국집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고 합니다. '그리 특별할 것 없는 맛'에 해당 브랜드에 혹평을 했다지만 이 '그리 특별할 것 없는 맛'의 홍콩반점은 초기 적자에도 불구하고 이후 승승장구하며 인기몰이를 하게 되죠. 반면 홍콩반점 인근의 동네 중국집들은 나름의 타격을 입게 됩니다. 달리 무어라 할 수 있었을까요. 그저 인근의 홍콩반점만을 탓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왜 사람들이 그다지 특별한 맛도 아닌 '홍콩반점'에 가는지에 대한 성찰은 하지 않은 채 말입니다.
이 공간을 기획한 OTD 코퍼레이션은 F&B 및 셀렉트 다이닝으로 나름의 입지를 다져온 기업입니다. 자신만의 강점을 갈고닦으며 소비자들과의 눈높이 및 접점을 호시탐탐 살폈던 듯 보입니다. 호텔업에도 손을 뻗은 것을 기점으로 아크앤북과 같은 본격적인 공간 기획에 발을 내디딘 후, 이제는 마땅한 전문적인 생산 기반이 없는 소상공인들을 위해 '공유 생산 거점'까지 조직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태원의 유명한 빵집 '오월의 종'이 확장을 꾀하다가 대량생산 및 유통에 따른 규제에 발목이 잡히며 좌초된 것을 계기로 이 '공유 생산 공장'이 탄생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맛에 대한 노하우는 있으되, 대량 생산 및 유통에 약점이 있는 전국의 맛집들이 이렇게 '공유 공장'의 비즈니스 모델과 손 잡는다면 누구나 개천에서 용 나는 시절을 다시금 꿈꿀 수 있을지도 모르죠. 분명한 건 OTD 코퍼레이션의 사업모델은 이렇게 모두의 상생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입니다.
책 역시 마찬가지 맥락입니다. 책을 보는 사람들의 수가 점점 줄어들고, 책 그 자체가 더 이상 매력적인 콘텐츠로 기능하기 힘든 시대가 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작금의 시대에 책 그 자체의 경쟁력을 높여야 하는 것은 물론이겠지만, 책과 관련한 유통을 일임하는 기업 역시 뭔가 변화된 형태로 사람들을 불러 모아야 할 것입니다. 도대체 왜 사람들이 책을 보지 않느냐고 불평하는 대신, 책을 매개로 어떻게 사람들을 불러 모을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 말입니다. 비슷한 시각 시내 대형 서점이 한산한 반면, 이 성수연방은 좀 더 젊은 사람들이 붐비곤 합니다. 불황이라 이야기하는 지금 시대에 차별적인 행보를 통해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또 이를 통해 괜찮은 비즈니스 모델을 정립하는 이 OTD 코퍼레이션의 다음 행보가 궁금해지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