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생존자의 복직 일기 11
쇼핑을 하다가 한 옷가게 앞을 지나게 되었다. 문을 열자마자 활기찬 목소리가 날 반겼다.
“어서 오세요!”
그 순간, 내 시선은 그녀의 목에 멈췄다.
가느다란 초승달 모양의 자국.
갑상선암 수술 자국이었다.
나는 그 모양을 너무 잘 안다.
내 가족과 친구도 갑상선암 수술을 받은 적이 있어서, 그 특유의 초승달 모양을 알아볼 수 있다.
목 아랫 부분, 살짝 웃는 입 모양처럼 남은 그 모양.
그녀의 수술 자국은 꽤 선명했지만, 그녀는 굳이 가리려 하지 않았다.
“이 옷은 어떠세요? 아, 이 색도 잘 어울리실 것 같아요.”
그녀는 내가 옷걸이에 걸린 옷을 잠깐 들었을 뿐인데 나에게 어울릴만한 옷을 이것저것 추천해 주었다.
사실 나는 그냥 한 번 보기만 하려 했는데,
그녀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져 결국 여러 벌이 내 손에 쥐어져 있었다.
나는 그녀의 모양을 알아보았지만,
그녀는 내가 같은 암 생존자인 줄 모를 것이다.
내 암 수술 자국은 옷을 걷어내야 보이는 배에 있다.
명치부터 배꼽까지 이어지는 25cm가량의 일직선의 수술 자국.
누가 보면 흉측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나는 수술 후 그 모양을 꽁꽁 숨겨왔다.
내 몸매가 자랑스러운 편은 아니기에,
내가 갑자기 크롭티나 비키니를 입지 않는 한 세상에 드러날 일은 없다.
그래서 강제로 드러나는 헬스장 샤워실이나 목욕탕에가게 되면 괜히 움츠러들곤 했다. 탈의실에서는 수건으로 내 배를 급하게 가렸다.
혹시라도 누가 보면 이상하게 생각할까 봐.
하지만 그녀를 보며 생각이 달라졌다.
그녀는 수술 자국을 가리지 않았다.
오히려 그 자국을 자신의 일부로서 당당하게 드러내었다.
그 수술 자국을 보고 있자니 동지를 찾은 느낌이다.
같은 암이라는 전쟁을 치르고 전쟁터에서 살아 돌아온 동지. 물론 부대는 다르지만 말이다. 그녀는 갑상선암부대 나는 위암부대.
나는 그 모습에서 이상한 용기를 얻었다.
‘나도 그녀처럼 숨기지 않고 당당히 드러내볼까?’
내가 생각보다 두려워하던 시선은, 사실 따뜻할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나는 그녀의 영광스러운 상처를 보고 오히려 더 내적친밀감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녀처럼 내 흔적을 그대로 드러내도 괜찮을지 모른다.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오세요!”
그녀는 양손 가득한 나를 배웅하며 밝게 인사했다.
“네 꼭 다음에 또 올게요!”
나도 밝게 웃으며 옷가게를 나왔다.
나는 속으로 작은 다짐을 했다.
’내년에는 나도 크롭티나 비키니를 한 번 입어볼까?‘